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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75>델마와 루이스
2009년 06월 18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 델마와 루이스  
 
델마와 루이스 (Thelma & Louise, 1991) 감독: 리들리 스콧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탈출을 꿈꾸며 시작한 두 여자의 여행이 예기치 못한 생의 마지막으로 끝을 맺는 <델마와 루이스>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1991년 작품으로, “90년대 로드 무비의 전형을 제시”하였다. 이 영화는 데이비드 린치의 <광란의 사랑>, 올리버 스톤의 <본 킬러>와 더불어 1990년대를 대표하는 로드무비다. 폭력, 억압, 성차별로부터 해방을 갈구하는 두 여성의 모험을 그린 걸작으로 '91년 칸느 영화제 폐막 초대작으로 상영되었고, 명연기를 펼친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는 함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으나, 표가 분산되어 수상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러나 아카데미 감독, 여우주연(서랜든과 데이비스), 각본, 촬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캘리 쿠리가 각본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극찬을 받았으며,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었다.

수잔 서랜든과 지나 데이비스의 연기력이 완성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델마와 루이스>는 캐스팅에서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다. 골디 혼과 메릴 스트립이 이 영화에 출연하려고 했으나, <죽어야 사는 여자>를 선택함으로써 포기하게 되었다. 또한 조지 클루니는 다섯 번의 오디션을 받으면서, 델마를 유혹하는 플레이보이 역할을 탐냈지만, 그 역은 - 당시 TV에서 극영화로 장르를 이동하였던 - 브래드 피트에게 돌아갔다. 그는 이 영화에서 매혹적인 엉덩이를 드러내며 열연했고, 그의 얼굴을 세상에 알렸다.



18세에 결혼해서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적 없는 소심한 델마(지나 데이비스)와 텍사스에서 자신을 강간한 남자를 살해한 전력이 있는 루이스(수잔 서랜든)는 억압적인 일상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탈출해보려고 무작정 주말여행을 떠난다. 그들이 꿈꾼 것은 며칠의 자유와 활기찬 일탈이었다. 하지만 낯설기만 한 ’자유‘는 오히려 그들에게 뜻밖의 돌발 상황과 위기를 안겨준다. 잠시 들린 술집에서 강간 당할 뻔한 델마를 구하려고 루이스는 방아쇠를 당기고 만다. 자유를 만끽하려는 그들의 여행은 이제 광활한 대륙 한복판에 던져져 도피행각으로 이어진다. 뜻밖의 상황에 부딪히면서, 두 사람은 서서히 예측할 수 없는 도피 상황을 즐기고, 점점 더 담대해지며, 자신들도 놀랄 정도로 독립적인 인간이 되어간다.

두 여인이 여행을 통해서 만나는 다양한 남자들은 모자이크를 이루며, 남근 중심의 미국사회를 은유한다. 미 남부 아칸소에서 시작된 모험의 여정은 오클라호마와 뉴멕시코를 거쳐 애리조나에 이른다. 황야의 아름다운 모습이 거침없이 담긴 화면과 대조적으로, 리들리 스콧은 자유를 만끽해보려는 그들의 여행이 오래가지 못한 것이란 복선을 빛으로 표현한다. 그는 광활한 대륙을 배경으로 서서히 빛이 밝아오다가 뚝 떨어지듯 이미지를 사용한다. 또한 두 사람의 자유의지가 강해져가는 과정을 빛의 톤을 조절하여 보여준다. 화면은 점점 밝은 톤으로 바뀌면서 두 사람의 심리 묘사를 영상으로 처리한다.

잠시 일상 탈출에서 시작된 여행이 생애의 마지막 여행으로 마감되려는 순간에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마지막 대사가 압권이다. 경찰차는 연신 사이렌을 울려대며 두 사람을 위협하고, '총을 버리고 자수하라'는 권유방송이 거듭되는 절박한 상황. 벼랑 끝에 선 차 속에서 루이스가 "너 깨어 있니?"라고 묻자 델마는 “눈을 뜨고 있으니까 그런 셈이지. 하지만, 이 느낌은 뭔가 달라." 다시 루이스가 "그렇지? 뭔가 다르지?" 하며 둘은 동시에 손을 잡고, 그대로 광활한 그랜드 캐년의 허공으로 탈주한다.

<델마와 루이스>는 각본과 연기 뿐 아니라, 현대 미국의 사회적 병폐들, 특히 여성 문제를 날카롭게 파헤쳐나간 스콧 감독의 연출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화가 출신인 감독은 인상 깊은 비주얼의 쾌감을 선사하는데 <델마와 루이스>에서 선택한 감독의 비주얼 전략은 와이드 앵글의 적극적인 활용이다. 그는 또한 빛의 활용에 탁월한데, 폭력과 긴장을 자연광의 깊이로 표현하였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67)와 <내일을 향해 쏴라>(69)에 필적할 만한 장면으로 손꼽힌다. 정체성의 발견, 자유의지를 통한 내적 성장 등 심리 드라마로서 훌륭한 텍스트임과 동시에 대중영화로서 재미와 스릴 또한 놓치지 않았다. 흡입력 있는 이야기 전개와 라스트 씬의 반전,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과정에서 거치는 자연의 수려한 영상, 적재적소에 위치한 음악까지 갖춘 완벽한 작품이다.

/김혜영 객원전문기자(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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