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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의 향기로운 음악]<15>보헤미안 김두수
2009년 06월 28일 (일) 조현태 시민기자 greenstone677@hanmail.net

 
달랑 기타 하나에 벙거지를 푹 눌러 쓰고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에는 별 관심이 없다. 우리 시대의 음유시인 김두수. 서정주 시가 좋아 수시로 읽다 누에 실 나오듯 술술 리듬을 타고 노래가 되는가 싶어 오선노트를 펼쳐 만들어 냈다는 ‘귀촉도'. 그의 창작은 어쩌면 민요에 가깝다. 논일 밭일에 어두컴컴 날이 저물고 허것재를 홀로 넘다 문득 무서움이 앞서면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 해소했다는 사람처럼 김두수 또한 고된 하루하루 어디 등붙일 곳도 없다는 생각에 저만치 들리는 바람소리에 마음 쓸어내리며 멜로디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 자신을 노래로 불러 표현 했다면 단연 ‘보헤미안'이다. 하산과 칩거를 반복하며 강원도 깊은 산중 숲길을 거닐며 산책을 하거나 악상을 떠올려 작곡을 하기도 하고 독서를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일들을 흡족해 하며 음악 편지를 쓴다. 은빛을 드러낸 채 수직상승만을 일삼는 자작나무숲 길을 따라 동그랗게 활엽의 완만함을 피워내는 이파리 소리를 담고 부르며 나무사이로 파란하늘을 보여주는 바람의 흔들림을 오선지에 받는다. 그가 갈 곳은 없다. 기다리는 곳도 없다.

보헤미안 김두수. 그의 모든 생활방식은 음악으로 이어진다. 내면의 상념에서 이끌어낸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보헤미안. 이 곡은 코드 진행에 있어 하이코드를 생략하고 있기에 개방현에서 길게 파생시키는 특유의 기타주법과 가녀리게 떨리는 듯한 음성으로 반복되어 은둔자의 정서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신비스러움이 더해진다. 잠재된 영혼의 목소리가 강을 만날 때와 들판을 만날 때, 깊은 내면의 의식의 세계가 어떻게 목소리로 옮겨가는지 보헤미안과 귀촉도에서 관찰할 수 있다. 러시아 벌목공의 탄식처럼 냉동실에 잔뜩 웅크린 빵조각 같은 서늘한 목소리. 정착하지 못하고 떠도는 러시아 집시들의 얽매이지 않는 기타의 세계는 김두수 이기에 가능하다.

그의 음악 장르를 포크락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인기 가수라는 명함도 없을 뿐더러 언더그라운드 쪽에서도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다. 분명 우리가 즐겨 찾거나 쉽게 귀에 익은 음악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그를 가리켜 음악의 순례자, 구도자라 부른다. 발길 닿는대로 걸으며 바람을 불러 모으거나 나무가지에 머무는 햇빛을 일깨운다. 너른 들판으로 하늘로,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찾는 이상향을 느릿느릿 음악의 힘을 빌려 찾아가는 것이다.

그의 노래는 흥겨울 게 없지만 그렇다고 혼자는 아니다. 그의 노래에 가던 길을 멈추고, 자살 소동을 벌인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어둠 속으로 가다가 한 점 불빛처럼 솟구치는 음율을 따라 밝은 길로 걸어나온 사람들이 오늘도 그의 곁에서 서성거리기 때문이다. 이 혼탁하고 맥없는 세상에서 그의 노래는 일종의 구원이다.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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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수 팬
(211.XXX.XXX.1)
2009-06-30 13:32:48
김두수, 정태춘과 더불어 한국 포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도 하지요. 그의 '약속의 땅'도 정말 좋아요.
이순미
(219.XXX.XXX.190)
2009-06-29 13:26:39
이름도 잘 모르는 가수인데... 이런 가수도 있구나 싶으네요.. 요즘 세대에게 잊혀져 가는
좋은 가수가 있다면 계속 연제 해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잘듣고 잘 보고 갑니다..
한송수
(211.XXX.XXX.25)
2009-06-29 13:04:34
누굴까요? 아련히 스며오는 가슴속 깊은곳의 감성을 깨우네요..........
유진명
(59.XXX.XXX.65)
2009-06-29 09:20:53
멋진 글처럼 멋진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전체기사의견(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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