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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77>프랑켄슈타인
2009년 07월 16일 (목) 김성희 객원전문기자 artdir@sjbnews.com
   
프랑켄슈타인, Mary Shelley's Frankenstein, 1994

드라마, 공포, 판타지, SF | 미국, 영국 | 123 분 | 케네스 브래너 로버트 드니로, 케네스 브래너, 헬레나 본햄 카터



원제가 <Mary Shelley"s Frankenstein>인 1994년도 영화, <프랑켄슈타인>은 여성의 글쓰기가 금기되던 19세기 초, 영국의 낭만파 시인 퍼시 셸리의 아내 메리 셸리가 쓴 최초의 공상과학 소설,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 1818>가 그 원작 소설이다. 이것은 인간 생명 창조라는 신의 권한과 새 생명 출산이라는 여성 고유영역에 대한 인간적도전으로 인하여 마침내 오이디푸스적 최후를 맞이하는 어느 과학자의 이야기이다. "프랑켄슈타인" 내러티브는 1931년 보리스 칼로프 감독이 처음 영화로 만든 이래, 세계 각국에서 그동안 여러 차례 영화화되고 게임시리즈로도 각색되었다. 그동안 수차례 공포 영화의 대명사로 제작된 "프랑켄슈타인"을 원작에 충실하여 새롭게 재현한 1994년도 이 영화는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하고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가 제작했다. 이 작품에선 로버트 드니로가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 프랑켄슈타인 연기를 하고, 주인공 빅터 역은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직접 연기한다.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모습은 특수효과 분장사인 다니엘 파커가 드니로의 신체 모든 부분을 새로운 피부로 덮고 전체적인 신체 보철을 고안해,분장만도 4시간에서 10시간이 걸리는 작업을 했으며, 이를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이 9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의상은 <마지막 황제>에서 근대 중국 왕조의 의상을, <위험한 관계>에서 18세기 프랑스 의상을 멋지게 디자인해 아카데미 의상상을 2회나 수상한 디자이너 제임스 에치슨가 맡았다.

원작 소설 <프랑켄슈타인, 또는 현대의 프로메테우스(1818)>의 저자인 메리 셸리는 그녀가 당대의 급진적인 사상가이자 소설가이던 윌리엄 고드윈과 페미니스트의 선구자인 메리 월스톤크래프트의 딸이라는 것과, 아버지 고드윈의 사제였던 유부남인 퍼시 셸리와 열여섯 살의 나이로 가출하여 파격적인 결혼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세 마법에 심취한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시체 조각들을 조합하여 8피트 거구인 새 생명체를 만드는데, 이 피조물은 흉측한 자기모습에 절망해 자기의 창조주인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복수를 시도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다. 여기서 메리 셸리가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고 붙인 소설의 제목은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곧 '현대의 프로메테우스'임을 암시한다. 주지하다시피, 자신의 형상을 본떠 피조물인 인류를 만든 거인족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금기를 깨고 인류에게 생명과 불을 선물했다가 끔찍한 형벌을 받는다. 메리 셸리는 감히 신의 영역에 도전하다 비극을 맞는 프랑켄슈타인을 현대의 프로메테우스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흉측한 자신의 모습과 세상의 보통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는 자신을 보면서 고통을 느끼며, 극한의 외로움을 겪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출생 비밀을 알게 되며 슬픔과 고통은 복수심으로 변하게 된다. 피조물 프랑켄슈타인의 유기(遺棄)와 다른 사람들의 잔인함이 그로 하여금 죄의 세계로 내몰았다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의 절규는, 잠재적으로 선하고 분별력 있으며, 또한 사랑할 수 있는 여성적 존재들을 도리어 세상의 여성 교육이 헛되고 어리석으며 이기적인 존재들로 만든다는 메리 셸리의 어머니인 메리 월스톤크래프트의 주장과 비슷하다. "나에게 인지력과 정열을 부여하고 나서 그 뒤에 나를 인류의 조롱거리와 공포의 대상으로 던져 버린 창조주"를 저주하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프랑켄슈타인에게 짝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면서, "나의 악덕은 내가 혐오하는 강요된 고독의 자식이다. 그리고 나의 미덕은 내가 나와 동등한 자와 사회를 이루며 살 때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자신의 요구를 정당화시킨다.

배아 줄기 세포 연구, 생명과학과 유전자 과학기술 같은 자연의 근간을 뒤흔들 수도 있는 소위, "프랑켄슈타인 과학"의 수직적 진보가 다양한 문화적 담론을 생산해 내고 있는 오늘날, 실존적 고뇌와 절규로 자신의 창조주인 아버지에게 오이디푸스의 절망적인 분노를 토해내는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과학자들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저주받을 창조주시여! 왜 당신조차 역겨워 고개 돌릴 소름끼치는 이 괴물을 만들었나이까? 저는 인간과 비슷하기 때문에 더욱 끔찍해졌습니다. 차라리 사탄에게는 칭찬해주고 용기를 줄 동료 사탄들이라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 철저히 혼자이고 미움을 받는 존재랍니다!"는 프랑켄슈타인의 고독한
   
절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의 실존적 물음으로 마음 깊숙이 다가온다.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문전성시를 이루는 오늘날,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피조물의 외모에 신경을 조금만 더 썼더라면 우리네 프랑켄슈타인들은 어쩌면 해피엔딩의 희열감을 느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삼복더위의 이 여름날, 두 명의 프랑켄슈타인과 함께 스크린 속의 북극 빙해로 피서라도 갈까.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술대학 방송시나리오극작과 교수,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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