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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78>쇼생크탈출
2009년 07월 30일 (목) 김혜영 객원전문기자 artdir@sjbnews.com
   
쇼생크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1994)

감독 : 프랭크 대러본트 배우 : 팀 로빈스, 모간 프리먼


감옥을 통하여 삶을 은유한 영화는 무수히 많다. 음습한 실내, 거친 죄수들과 힘없는 죄수 간의 갈등, 냉혹한 교도관과 교도소장이 등장한다는 면에서 <쇼생크 탈출>은 더는 새로울 것이 없는 영화다. 그러나 20년 간 탈옥을 준비하는 죄수를 통하여 희망과 자유의 가치를 묻는 ‘지적인 방식’에서 <쇼생크 탈출>은 명작으로 자리매김한다. ‘감옥’은 견뎌내야 할 ‘인생 막장’이 아니라, 삶이 진행되는 동등한 지분의 공간이며, 새로운 변이를 이루기에 충분한 장소로 거듭난다. <쇼생크 탈출>은 감옥을 야만과 갈등 속에서 지루함과 재미가 공존하는 일상의 공간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영화는 프랭크 대러본트(Frank Darabont)의 데뷔작으로, 스티븐 킹의 중편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Rita Hayworth And The Shawshank Redemption)」을 원작으로 제작되었다. 모든 감독에게는 데뷔작이 있고, 많은 “예외의 법칙”이 작용하지만, - 오손 웰즈의 말처럼 - 한 명의 감독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은 그 감독의 첫 작품에서 볼 수 있다. 졸작이든 걸작이든 모든 감독에게 첫 작품은 그 어느 작품보다 소중할 것이다. 대러본트는 스티븐 킹의 ‘달러 베이비(Dollar Baby)’로도 유명하다. 이 호칭은 스티븐 킹이 영화과 학생과 감독 지망생에게 “영화의 판권은 스티븐킹에게 속하고, 동의 없이 상업적으로 상영될 수 없으며, 완성된 작품을 스티븐 킹에게 보내는 조건”을 만족시키면 자신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대가로 1달러만 받겠다고 말하면서 생긴 말이다. 킹은 대러본트가 8주 만에 쓴 시나리오를 읽은 후, “원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수성들이 배어 있다.” “잘된 각색” 이상의 수준이라고 칭찬했다고 한다.

촉망받는 은행 간부 앤디 듀프레인(Andy Dufresne: 팀 로빈슨 분)은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쓴다. 주변의 증언과 살해 현장의 그럴듯한 증거들로 그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악질범만 수용한다는 지옥 같은 교도소 쇼생크로 향한다. 교도소 생활은 하루하루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긴 피로와 싸우는 장기전이다. 이 교도소에서 앤디는 끝까지 기품을 잃지 않고 동료 죄수의 존경과 우정을 얻는다. 그러던 어느날 간수의 세금을 면제받게 해준 덕분에 그는 일약 교도소의 비공식 회계사로 일하게 된다. 해마다 간수들과 소장의 세금을 면제받게 해 주고 재정 상담까지 해 준다. 또 주정부에서 교도소 도서관 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한 주도 빠짐없이 편지를 쓰고 마침내 상당한 지원을 받아내고 최신식 도서관을 꾸민다. 그 와중에 앤디는 교도소장의 검은돈을 세탁하여 불려주는 19년 동안 철저하게 탈옥을 준비한다. 그는 조그만 조각용 망치를 이용해 감방 벽을 뚫고 소장의 비자금까지 챙겨서 멕시코로 잠적하고, 이듬해 가석방된 레드도 앤디의 치밀하게 계획된 탈출에 합류한다.

음악과 얼음 맥주 한 병 만으로도 ‘감옥’은 일상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음악은 우표 없이 배달되는 편지라는 말처럼, 앤디는 <피가로의 결혼>의 듀엣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를 교도소 방송실에서 문을 잠그고 틀어서 전 죄수에게 선물한다. 또한 돈세탁의 대가로 앤디가 교도소장에게 요구한 것은 죄수 전원에게 시원한 얼음맥주 한 병을 마실 자유를 주는 것이었다. 죄수들이 땡볕 지붕에 콜타르를 바르다가 꿈처럼 얼음 채운 맥주를 마시던 장면에서 모든 이들은 자유민이 되고, 쇼생크는 감옥에서 일상의 공간으로 새롭게 창출되면서 인간 영혼과 자유의지를 드러낸다. 치밀함과 인간애의 상반된 심성을 완벽하게 구사한 팀 로빈스, 평범함 속에서 현자(賢者)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모건 프리먼, 두 배우는 젊음과 나이 듦, 백인과 흑인, 절제와 표현이라는 대조적 성격의 하모니를 구사하였다. 개봉 당시엔 흥행에 실패했지만, 케이블, TV와 비디오 시장에서 엄청난 폭발력을 과시하며 컬트가 된 <쇼생크 탈출>을 다시 보면서 희망과 자유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김혜영 객원전문기자(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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