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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83>시티라이트
2009년 09월 17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 영화 '시티라이트'  
 
영화인 찰리 채플린의 모습은 전세계 영화팬에게 “떠돌이 찰리”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채플린이 영국에서 성공적인 뮤직홀 배우 생활을 뒤로 하고, 할리우드에 입성하여 뛰어난 슬랩스틱과 팬터마임을 통해 창조한 이 “찰리”라는 캐릭터는 당시 영화팬들이 알고 있는 코미디의 우스꽝스러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찰리는 딱한 서민의 모습을 보여주는 애틋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채플린이 보여주는 슬랩스틱과 코믹함은 바로 이 애틋한 비극성과 결부되어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웃음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931년 세상에 나온 <시티라이트>는 채플린의 대표작으로 도시 서민들의 어려운 생활을 배경 삼아 이들의 애환과 사랑을 애틋한 시선으로 담아내어 관객에게 웃음과 눈물을 함께 안겨준 영화로 채플린의 “떠돌이 찰리”의 정수를 보여주는 영화이다. 돈 한 푼 없이 도시를 떠도는 찰리는 자신이 가진 마지막 동전으로 눈 먼 소녀가 파는 꽃을 사 준다. 그 소녀는 찰리가 꽃을 살 때 옆에 주차하는 자동차 소리를 우연히 듣고선 꽃을 사 준 사람이 부자 신사라고 생각한다. 한편 찰리는 만취한 백만장자가 자살하려는 것을 목격하고선 그를 구해주고 그가 초대한 파티 등에서 함께 하며 재미난 시간을 보낸다. 또 그는 찰리에게 거금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백만장자는 술을 깬 후에 찰리를 알아보지 못하고, 찰리는 도둑으로 몰린다. 하지만 백만장자는 또 술에 취한 후 찰리를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파티에 초대하는 등 우정을 나눈다. 찰리는 이 백만장자에게 받은 돈으로 눈먼 소녀의 치료를 주선한다. 그 후 찰리는 소녀의 꽃가게 앞을 지나지만 눈을 뜬 소녀는 찰리를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떠돌이 찰리를 불쌍히 여기고 그에게 동전을 건네주던 소녀는 그 손끝의 감촉에서 예전 자신을 도운 그 신사가 찰리임을 알아챈다.

<시티라이트>의 이러한 스토리 라인은 그 자체로 채플린의 휴머니즘을 잘 담아내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한다. 하지만 채플린의 영화의 진정한 맛은, 우리 모두가 다 잘 알고 있듯이, 찰리가 보여주는 슬립스틱과 팬터마임에서 나오는 현란한 연기를 통한 웃음과 그 아래에 자리한 애틋함에서 나오는 따뜻한 감동이다. 만취해 자살하려는 백만장자를 구하는 장면이나 백만장자가 초대한 파티에서 시거에 불붙이려는 우스운 장면 등 여러 에피소드들이 관객을 웃음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또 찰리가 쇼윈도우에 전시된 여자의 동상을 앞뒤로 오가며 자세히 관찰하는 장면은, 찰리가 쇼윈도우에 집중하는 동안 바로 뒤에 발생하는 위험상황을 설정함으로써 아슬아슬함을 반복하는 전형적인 방식으로 관객의 마음을 졸이게 하고 또 웃음짓게 만든다. 마치 <황금광시대>에서 절벽에서 찰리를 뒤따르는 곰 장면처럼. 하지만 <시티라이트>를 채플린의 대표작으로 일컫게 하는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권투 장면이다. 채플린 영화 중 명장면 중 하나 꼽히는 이 장면은 이미 1915년 <챔피언>이라는 단편에서 잠시 선 보인 바 있기도 한 장면을 보다 정교하고 훨씬 우스꽝스럽게 연기하는 채플린의 모습을 담아낸다. 승리한 사람 혼자 받을 돈을 서로 대충 싸우고선 둘이 나누자는 상대 선수의 제안으로 권투 시합에 임한 찰리는, 상대 선수가 거대한 체구로 갑자기 바뀌게 되자 당혹해 한다. 이 ‘비극적’ 상황에서 나오는 찰리의 횡설수설함과 권투링에 올라 심판을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하는 찰리의 슬립스틱은 가히 환상적이다.

1931년 관객에게 소개된 무성영화 <시티라이트>는 영화의 발달사와 관련해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하다. 1927 워너브라더스에서 만든 <재즈싱어>와 함께 막을 연 토키시대는 이제 서서히 할리우드를 격변의 시기에 몰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채플린은 국경을 모르는 영상언어가 영화 예술의 핵심이라는 신념으로 토키시대 영화를 거부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채플린의 무성영화 <모던타임즈>가 1936년에 만들어진 것을 떠올린다면, 채플린이 토키시대가 열리고도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예술적 신념을 지키며 실천했는지 알 수 있다. (<모던타임즈>는 할리우드 마지막 무성영화이다.) 여기에 덧붙여 채플린이 뛰어난 음악적, 음향적 재능을 보인 감독이었다는 사실을 덧붙인다면 채플린의 무성영화 고집이 결코 그 어떤 열등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소개하는 <시티라이트>에서도 채플린은 토키시대가 열린 후 대사는 없었지만, <시티라이트>의 음악·음향 작업을 직접 챙겼으며, 마지막 장면을 서정적으로 물들이는 배경 음악을 직접 작곡함으로써 영화계를 놀라게 하였으니 말이다.

전주시네필에서 전북시민들에게 10월 13일 <시티라이트>를 소개한다. 관람은 무료이고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19시에 상영을 시작한다.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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