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2 화 20:18
> 객원전문기자 > 칼럼
     
[시네마산책]<84>조용한 혼돈
2009년 09월 24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조용한 혼돈 (Caos Calmo)

감독 : 안토니오 루이지 그리말디


안토니오 루이지 그리말디 감독은 ‘과르다미(1999)’ ‘악어(2006)’ 등의 작품과 더불어 다양한 TV시리즈물을 제작한 배우 겸 제작자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영화팬들에게 다소는 인지도가 크지 않은 감독일 수 있다. 난니 모레티가 주연이라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영화이다.

영화 ‘조용한 혼돈’은 주의 깊게 확인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난니 모레티 감독의 작품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난니 모레티가 감독하고 주연해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아들의 방(2001)’과 상당부분 닮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베르토 베니니, 잔니 아멜리오와 함께 1990년대 이탈리아의 트로이카 감독으로 불리는 난니 모레티는 이번 작품에서 각본과 주연을 담당하고 있다.

가족의 구성원을 갑자기 잃고 겪는 갈등을 소재로 선택한 점과 이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내적 갈등과 일상의 회귀에 대한 이야기 전개가 닮아있다. 또한 갈등구조를 해결하는 장치로서 소란한 극적 전개보다는 조용한 치유를 이야기하는 화법이 ‘한 핏줄 영화’의 색채를 가진다.

‘조용한 혼돈’이라는 제목은 어쩌면 반어적인 느낌이 강한 두 가지의 표현이 하나의 의미를 설명하며 관객의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영화의 시작은 평화로운 해변가의 공놀이 모습이다. 성공한 사업가이자 행복한 가장인 주인공 피에르토 팔라디니는 동생과 함께 공받기 놀이를 하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이다. 공은 둘 사이의 허공을 가로 질러 날다 주고받기를 계속한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인생의 변수를 설명하듯 가끔은 공을 놓치기도 하는 법. 공놀이 장면의 영화 초반에 주제의 축약이 그대로 녹아있다.

바다에 빠진 여인을 우연하게 구해주고 집에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건 남편의 부재중 심장마비로 사망한 부인의 시신이다. 사고와 죽음은 남의 일인 것만 같던 한 사람에게 갑작스레 다가온 불행, 나아가 자신이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스스로를 책망하는 자괴감으로 작용한다. 이는 환자면담으로 시간을 비운사이 사망한 아들에 대한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던 ‘아들의 방’을 떠올리게 하는 표면적이며 실질적인 이유가 되어준다.

자신의 모든 일을 접은 채 학교 앞 벤치에서 하루를 보내며 딸을 지켜주기 시작하는 팔라디니의 모습에서 조용한 아픔을 공유하는 관객의 시선을 유도한다. 작은 공원의 벤치에서 보게 되는 이웃들의 사소한 일상과 점점 내밀해 지는 사람들의 관심 속에 그가 일상으로 회귀할 때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그 과정 속에서 요란하지 않은 갈등치유의 해법을 관객과 공유하려는 의미적 장치를 찾아내는 것이 영화감상의 묘미이다. 또한 아내를 잃은 시점으로 시작하는 갈등구조를 가지면서도 아내와의 회상은 한 장면도 없다는 점에도 주목해야한다.

안토니오 루이지 그리말디 감독은 음악에 상당한 조예가 깊은 마니아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에서 관객에게 감독의 언어를 담아낸 가장 성공적인 장치가 음악임을 인정하게 된다. 라디오헤드의 ‘pyramid Song’ 비롯해 루퍼스 웨인라이트의 ‘Cigarettes and Chocolate Milk’ 등의 삽입곡은 영화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탁월한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생님이 그랬어요. 어떤 건 되돌릴 수 있지만, 어떤 건 되돌릴 수 없다고요.” 학교에서 배운 회문(回文)을 설명하며 딸 클라우디아가 아빠에게 들려준 말이다. 억지로 거스르지 않는 치유와 회귀의 과정이 ‘조용한 혼돈’이라는 제목으로 압축되어 사람들의 마음에 가까이 다가와 기억할만한 방점을 찍어준다.

/김경미 객원전문기자(미르기획 대표, 전북비평포럼)
새전북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