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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의 향기 있는 음악]<19>이은미-애인있어요
2009년 11월 22일 (일) 새전북신문 sjb@sjbnews.com
이은미의 공연은 주로 소극장에서만 관람하는 습관이 있다. 그것도 맨 앞좌석을 고집하며 의자에 앉는 것보다 편하게 푹석 주저앉아서 보기를 희망한다.

그는 여전히 맨발이다.

그가 비켜설 때마다 조명이 눈부셔 오거나 빛이 제법 따스하게 전해오는 현장감이 좋다. 백 밴드가 사용하는 기타가 펜더를 쓰는지 깁슨을 쓰는지 사소한 것을 둘러보는 것에서부터 이은미씨가 함께 부르자는 사인을 보낼 때는 목청을 돋우다가 몇 번이고 눈을 마주치는 일도 소극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맨발의 디바 이은미, 언젠가부터 맨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장시간 릴레이 콘서트에 풀이 죽어 있을 무렵, 한 소절도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확인하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내 안에 있는 가식과 허영은 나를 마비시키거나 감성만을 고집할 뿐이지 욕심으로 들어찬 내 영혼의 집을 비우자' 스스로를 되뇌곤 거울을 보며 생각을 고쳐먹는다. 화장도 지우고 주렁주렁한 목걸이를 내려놓는다. 팔찌, 반지 액세서리를 다 버리고 무대에 올라서니 신발이 남더라는 것이다. 그것마저 벗어던지고 나니 그때는 예전과는 사뭇 다른 가벼움을 느꼈다고 한다.

맨발은 자유를 신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자유와 욕망을 표출시키는 감성이라기보다는 음악적 흐름을 격상시키고 보다 많은 관객들과의 공유를 꾀하고자 하는 데 치우쳐 있다. 이러한 구체적인 모색은 아직도 만연한 딴따라 라고 하는 사회적 경시를 인식하고 예술적 가치를 고급문화로 승화시키려는 그만의 진지한 고행을 엿볼 수 있다.

그를 좀 더 가까이에서 바라보면 대중음악이 가지고 있는 얄팍한 풍토를 못내 아쉬워 한다. 때깔 좋은 귀공자들을 분칠시켜 AR(립싱크를 하기위해 만들어진 CD) 음반을 들이미는 기획자, 가수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적이 있다.

“당신들도 가수인가."

10대 댄스가요가 일색인 국내가요판을 일갈 해버린다. 이니셜로 거론된 가수들의 팬들이 몰려와 한때 이은미 홈피가 다운되는가 하면 안티사이트가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속 시원하다 2탄을 올려라."

“(이은미) 그렇게 말할 자격 있나."

서로 상반된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알고보면 이은미의 말 뒤에는 견고한 논리가 담겨져 있다. “무대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게 아니므로 기회가 왔을 때 꿈꾸는 세계를 넓혀가자는 것이다. 판타스틱한 방송이나 무대도 좋지만, 소리를 하는 예술인으로서 자긍심을 갖추어야만 무대 아래에서 시원찮게 내려다보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입만 벙긋거리며 립싱크 하는 빈틈만 보여도 너희들이 무슨 신비주의자들이냐 기어이 폄하시켜 자기네들과 같은 동일 선상에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관객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일목요연한 설명을 듣다가 보면 후배들에게 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는 속 깊은 뜻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깐깐하고 노래 잘하는 그도 옆에서 노래 잘한다고 하면 픽 웃고 만다. 아직도 자신의 음악 세계가 성이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신촌블루스에서 분가하여 그룹 멤버를 구성할 때도 꼼꼼한 성격은 발휘된다. 앞뒤 잴 거 다 재고 가릴 거 다 가리다 보니 4년 하고도 반이 족히 걸렸다는 것이다. 그가 우리 곁에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말 이정선과 엄인호가 주축이 되어 신촌블루스를 꾸려나갈 때 객원싱어로 참여하면서 우리에게 낯이 익기 시작하였다.

1집 ‘기억 속으로', 2집 ‘어떤 그리움' 이 발매되자 소울, 리듬 앤 블루스, 재즈쪽 매니아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포스터가 붙고 무대가 서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일상적인 사회규범과 가치가 늘 변화 속에서 오고 가지만 곁눈질 한 번 주지 않고 20여 년을 온전히 라이브 무대만을 고집하며 절대 자유와 예술적 실천을 몸소 실행하고 있다.

/조현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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