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와사람] 사)전통문화사랑모임 '할머니 공방'
[일터와사람] 사)전통문화사랑모임 '할머니 공방'
  • 최성우 기자
  • 승인 2009.12.03 1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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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남부시장 2동 건물 옥상에는 특별한 ‘정원’이 있다. 각종 채소와 짐들이 쌓여있는 침침한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이름하여 ‘하늘정원’을 만날 수 있다. 바닥에 널려있는 파란 무청과 지붕 한 곳에 올려있는 새빨간 고추를 보아하니 여느 시장 옥상과 다름없는 듯 한데, 몇 발자국 안으로 들어가니 “이게 웬걸” 싶은 생각이 든다.

재미난 로봇 장난감이 시멘트 벽면에 박혀있고 솜씨 좋은 벽화가 군데군데 그려져 있는데다 바닥에는 알록달록한 타일로 사람들의 시선은 물론 발길을 이끈다. 그림 가득한 벽면에 세워진 오래된 자전거마저 왠지 멋스러워 보인다.

2일 오후 이 옥상 한 곳에 위치한 ‘할머니 공방’에 들렀다. 방 안 라디오에서는 흥겨운 트로트가 흘러나오고, 이 음악에 맞춰 3명의 할머니들이 바느질을 한코 한코 신나게, 그리고 신중하게 뜨고 있다.

지난해 9월 작업을 출발한 ‘할머니 공방’은 예술가 4명, 할머니 3명으로 구성됐다. 전북노인일자리교육센터와 전주효자시니어클럽, 사회적기업 사)전통문화사랑모임이 공동 주최한 교육을 통해 손재주가 좋은 노인들을 발굴, 이들의 작업이 시작됐다. 사)전통문화사랑모임 소속 공공디자인팀은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이 젊은이 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바느질’을 떠올렸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9월께 인터넷 쇼핑몰 지마켓 ‘워크 투게더’라는 프로젝트에 할머니 공방에 대한 기획안이 2등으로 당선, 지원금 1,000만원을 받으며 심화교육 진행, 사업을 확장 했다.

실제적인 바느질 작업을 진행할 할머니들의 능력을 살려 수공예로 퀼트가리개와 방석, 패브릭 종류의 공예품을 만들었고 최근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한 헌 옷을 리폼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버려져가는 물품이 재가공 생산되는 예술상품인 셈이다.

남부시장에 전통디자인 수공예품을 만드는 할머니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하늘정원과 할머니들을 보기위한 여행객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 타지역 언론매체에서는 이들의 모습을 담아가기도 했고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심심치 않게 이들을 찾을 수 있다.

이곳에서 각종 리폼과 바느질 작업을 하는 이들은 송순덕(72)씨와 박영예(70), 이인자(69)씨다.

지난해 7월부터 8월말께까지 진행된 노인일자리교육을 통해 이들은 리폼, 바느질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당시 교육을 받은 인원은 13여 명 이었지만 공공디자인팀에 의해 창의력과 손재주가 있는 이들이 선발됐다.

나이 70세를 넘긴, 혹은 이제 며칠 후면 70세가 되는 주름 가득한 여성들이지만 일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그들을 젊게 만들었다.

“우리 나이 때에 돈 버는 사람이 어디 흔한가요. 친구들도 일을 하고 싶어도 나이도 많고 힘도 없어서 하질 못해요. 나이를 먹으면 눈이 어두워져서 바늘에 실 하나 꿰우는 것도 힘들어해요.”

“제가 번 돈으로 친정 어머니 용돈도 드리고 손자 생일선물, 용돈도 주고하니 돈 쓰는 재미가 쏠쏠해요. 친구들과 맛있는 것을 사먹기도 해요. 제가 번 돈이니까 제 멋대로 써야죠.”

“눈이 아프고 무리가 가면 어디 일을 하겠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한다는 생각에 얼마나 재미있는지 몰라요. 또 제가 만든 물건을 다른 사람이 쓴다고 생각을 하면 기분이 또 좋아져요.”

작업실에는 이들이 만든 각종 패브릭 가리개, 파우치, 가방, 의류가 걸려있다. 긴 소매의 평범한, 게다가 찢어지기까지 한 블라우스였지만 이들의 손을 거쳐 짧은 반팔의, 작은 주머니가 달려있는 귀여운 블라우스로 재탄생 된 것도 있다.

“집에서 뜯어진 옷이나 수선하려고 바느질을 했지 제가 직접 옷을 만들어볼 생각은 못 했어요. 이번에는 어떤 모양으로 어떤 색깔으로 만들어볼까 고민하는 자체가 참 즐거워요.”

이들은 단순히 바느질을 하고 재봉틀을 돌리는 것이 아니다. 원단을 보고 어떠한 상품을 만들지 디자인을 한다. 이날 송 씨와 박 씨는 하늘거리는 연갈색 한복 치마를 잘라 예쁜 꽃잎 모양의 다포를 만들고 있었다. 재봉틀을 바삐 움직이는 이 씨는 군복 모양의 바지를 뜯어 치마로 만들고 있다. 치마의 밑단이 특이해 디자인에 대해 질문을 해보았다.

“요새는 밑단이 반듯하지 않은 것이 유행이에요. 그래서 이 치마는 일부러 밑단을 삐죽거리게 만들었어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하지 않겠어요?”

이들이 만든 상품은 현재 전주한옥마을 전통술박물관에서 판매되고 있고, 주말 한옥마을 일대에서 열리는 장터에서도 가끔씩 만나볼 수 있다.

공공디자인팀 구혜경 팀장은 “최근 실업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바느질 교육을 실시했던가하면, 지난해에는 다른 노인들에게도 할머니공방과 비슷한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교육도 진행했다. 내년 봄에는 올해 겨울에 부지런히 작업한 결과물을 가지고 축제를 열어볼까 한다. 공방샵도 만들어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판매까지 병행할 생각이다”고 전했다.

/최성우 기자 dayroom01@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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