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산책]<9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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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전북신문
  • 승인 2010.01.1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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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시네마산책]<93>프라이드 그린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 At The Whistle Stop Cafe, 1992)

‘휘슬 스탑 카페의 특별메뉴’

감독: 존 애브넷

출연: 케시 베이츠(에블린 코치), 매리 스튜어트 매스터슨(잇지)



영화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현재의 두 여성 니니와 에블린, 그리고 과거의 두 여성 루스와 잇지의 반세기를 전후한 각각의 삶을 교차하여 여성 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니니가 에블린에게 들려주는 휘슬스탑(whistle Stop) 카페에 얽힌 이야기를 액자구성으로 삽입해 과거와 현재의 두 이야기를 동시에 전개한다. 남성의 편견과 폭력에 맞서 싸우며 자신의 삶을 당당하게 개척해 낸 루스와 잇지, 그리고 그녀들의 삶을 들려주는 니니와 이야기를 통해 삶을 전환하는 에블린은 여성과 소수자의 연대와 우정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영화는 남편의 무관심과 갱년기 우울증에 시달리는 에블린이 양로원에서 우연히 만난 니니라는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우정을 쌓고, 그 과정에서 자아를 찾는다는 스토리를 중심축으로 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구성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조화, 니니가 전해주는 잇지와 후스의 이야기를 통해 드라마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1930년대의 인종차별과 성(性)차별을 다룸으로써 스토리는 무게감이 있고, 원작의 웅장함과 캐릭터의 다양함을 비교적 잘 살린 작품이다. 또한 이 영화는 두 여성의 관계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여러 에피소드를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델마와 루이스>의 어두운 분위기와는 달리 밝은 분위기로 흑인의 인종문제와 소외받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박하고 따뜻하게 풀어나간다.

남편과 함께 숙모의 병문안을 가고 있는 사십대의 비만 여성 에블린, 초조한 듯 초콜릿바를 입에 물고 있는 그녀는 남편이 전화로 길을 알아내는 동안 낡은 식당에 끌린다. 그녀의 남편은 “지도를 제대로 본 것이냐”며 타박하지만, 그녀는 기차가 다니지 않은 철길을 떠날 때 기차소리를 들은 듯 착각을 한다. 병원에 도착하지만 에블린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 숙모는 그녀를 내쫓고 그녀는 휴게실에서 남편을 기다린다. 그때 모르는 할머니, 니니가 다가와서 말을 건낸다. 그리고 에블린에게 ‘잇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니니의 회상으로 영화는 50년 전인 1930년대의 미국 남부로 돌아간다. 잇지(매리 스튜어트 매터슨)는 가장 사랑했던 오빠의 죽음 이후, 오빠가 사랑했던 여인 루스(루이스 파커 분)에게 호감을 느낀다. 어느 날 남편에게 얻어맞은 루스를 집으로 데려온 잇지는 임신한 그녀와 함께 기차역 근처에 튀긴 토마토(Fried Green Tomatoes)를 특별 요리로 제공하는 ‘휘슬 스탑(Whistle Stop)’이라는 카페를 경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흑인에게 차별을 두지 않는 그녀들은 KKK단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또 루스의 남편이 아들을 강제로 데려가던 날 밤, 그가 실종된다. 검사의 집요한 추적이 시작되고 5년 후 실종된 남편의 트럭이 강에서 발견되자 흑인 빅 죠지가 살인죄로 기소된다. 잇지는 그만을 법정에 세울 수 없다며 함께 재판에 출소하게 되는데, 스크로긴즈 목사(리차드 릴리)의 유리한 증언으로 무죄 석방된다. 세월이 흘러 루스의 아들은 잇지의 오빠가 죽었던 그 기차 길에서 한쪽 팔을 잃어버리는 사고를 당하고 암 선고를 받은 루스는 결국 먼저 세상을 떠난다.

영화는 다시 현재로 돌아오면 중년 여성 에블린은 잇지와 루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되찾고, 생(生)의 또 다른 의미를 얻게 된다. 또한 영화 속에서는 적지 않은 사회적 문제들이 하나하나 등장한다. 인종차별, 가정폭력, 여성의 지위에 대한 무관심과 무시 등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문제이다. 영화는 단지 여성의 모습만이 아닌 사회적 약자의 삶을 보여줌으로써 그들 삶의 희노애락을 조명하고 - 나약하고 부정적인 면이 아닌 - 그들이 가진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그려낸다. 이는 영화 속에서 흑인인 빅 죠지와 십 씨 같은 약자들의 활약과 보살핌을 보여주는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잇지와 루스, 니니와 에블린은 미국 사회의 소수자와 함께 나이, 인종, 성(性)을 초월한 강력한 연대를 보여주고, 관객은 의리, 우정과 같이 남성과 짝패를 이루는 단어들의 전복을 체험하게 한다.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여성 작가 패니 플래그(Fannie Flagg)의 원작을 각색하여 만든 작품이다. 크리스 오도넬(Chris O'Donnell)이 초반에 잠깐 단역으로 나오고, 70년대 입지가 좁았던 흑인 배우중에 활발히 활동했었던 시실리 타이슨(Cicely Tyson)도 그리 눈에 띄지 않는 배역으로 나오는데, 그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울하고 소심한 중년여성에서 밝고 자신감 있게 변하는 모습들 완벽한 이미지에 맞게 연기를 하는 케시 베이츠, 현명하고 정이 있는 연륜을 마음껏 보여주는 제시카 텐디, 남부 사투리를 써가면서 연약하고 소박한 루스를 연기한 메리 루이스 파커, 거친 여성을 충실하게 연기하는 매리 스튜어트가 이 영화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잇지와 루스가 주변인과 연대의 삶을 살아가는 ‘휘슬 스탑 카페(Wistle Stop Cafe)’는 성(性), 신체 장애, 인종차별 등 모든 분쟁이 사라지고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모든 추억을 하나로 묶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카페 바로 옆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휘슬 스탑 카페, 요란한 기적소리를 내며 달리던 기차가 잠시 속도를 멈추는 ‘쉼’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공간명(空間名)이다. 그곳의 특별메뉴인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그 카페에 들어가면 토마토의 달콤한 향기가 가슴까지 스며들 것이다.

/김혜영(객원전문기자,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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