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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산책]<93>찰리 채플린의 <키드>
2010년 01월 21일 (목) 새전북신문 sjb8282@sjbnews.com
   
<키드>는 이미 당대에 명성을 날린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이 1921년 만든 채플린 최초의 장편 영화로 꼽히는 작품이다. 잘 알려졌다시피 채플린은 1914년 영화계에 투신하여 곧 바로 채플린 스스로 창조한 “떠돌이 찰리”의 모습으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는다. <키드>는 찌그러진 중절모, 진한 콧수염에 꽉 조이는 자켓에 펑퍼짐한 바지와 헐렁한 신발을 하고 팔자로 걷는 떠돌이 찰리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채플린이 어린 시절 런던에서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어머니마저도 요양원에 수용되어 홀로 - 채플린에게 형 시드니가 함께 하기는 했지만 - 고아원과 길거리에서 어린 시절의 배고픔을 견뎌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바로 이러한 채플린 자신의 힘겨웠던 유년시절에 대해 누벨 바그의 거장 프랑수와 트뤼포가 채플린보다 가난을 가까이에서 보아온 예술가는 없었다고, 그래서 그는 카메라 앞에서 남보다 잽싸게, 또 멀리 달려갔노라고 말한 바 있다. 바로 이러한 찰리의 모습이 <키드>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키드>에서 보여지는 떠돌이 찰리의 경찰에 대한 두려움, 또 어린 아이와 함께 겪는 굶주림과 가난과의 싸움이나 집 없이 떠도는 것에 대한 불안이 영화의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물론 채플린은 이 모든 비극적 상황에서, 채플린의 다른 많은 영화들에서와 마찬가지로, 감동을 자아내는 따뜻한 이야기를 웃음과 버무려 우리에게 선사한다.

이야기는 화가인 남자에게 버림받은 한 미혼모가 자선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그 아기를 부잣집 앞에 세워진 고급 자동차에 버리면서 시작한다. 아기를 버린 미혼모는 생각이 바뀌어 되돌아오지만, 자동차는 이미 도둑들이 훔쳐 사라진 상태이다. 도둑들은 이 아기를 길거리에 버리게 되고 이 아기는 우연히 떠돌이 찰리의 품에 안기게 된다. 세월은 흘러 떠돌이 찰리는 가난 속에서도 키드를 키우고 있다. 떠돌이는 키드와 함께 자신의 사업을 한다. 물론 자신만의 방법으로. 키드가 유리창을 깨뜨리고 도망치면 떠돌이 찰리가 새 유리창을 들고 나타나 갈아 끼워주는 식으로 말이다. 한편 키드의 생모는 성공하여 유명한 여배우가 되어있다. 이제 키드의 생모는 아무것도 모른 채 키드와 떠돌이 찰리가 사는 동네에 와서 자신의 잃어버린 아이를 생각하며 자선을 베푼다. 키드가 병이 나자 떠돌이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게 하는데, 진찰을 한 의사는 떠돌이가 키드의 아버지가 아닌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한다. 경찰과 보호시설관리와의 숨바꼭질 속에 떠돌이는 키드를 지켜내지만, 잠시 머문 숙소의 주인이 현상금을 건 생모의 광고를 보고 아이를 경찰에 데려가 생모와 만나게 한다.

이와 같은 <키드>의 이야기에는 채플린 자신의 유년시절이 고스란이 내보여지는 자전적인 부분들이 많다. 그래서 영화 <키드>는 20세기 초반 영국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되기도 한다. 물론 채플린은 이러한 애틋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자신의 장기인 웃음을 영화 내내 갈무리하고 있다. 젖병이 없어 커피포트를 그 대신으로 쓰고, 낡은 천을 잘라내어 기저귀를 만드는 등 눈물겨워 보이는 떠돌이 찰리의 육아 모습이 주는 웃음이나, 아동보호시설에 키드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는 모습에서 나오는 슬랩스틱, 또 하루를 보낼 싸구려 숙소에 몰래 키드를 숨겨두려는 모습에 얽혀 있는 재미있는 장면 속에서 우리 관객들은 영화 내내 떠돌이 찰리가 안겨주는 웃음과 애틋함을 가득 만날 수 있다. 비극적인 모습의 인물이 다른 어떤 인물보다 많은 웃음을 자아낼 수 있기에 웃음이 눈물과 혹은 눈물이 웃음과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주장하던 찰리 채플린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영화가 <키드>이다.

<키드>는 채플린 영화들 중에서 많은 이들이 최고로 꼽는 영화이기도 하다. 여기에는 어쩌면 ‘떠돌이’ 찰리가 등장하는 채플린 영화 중 채플린보다 더 빛나는 배우를 볼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아역배우 재키 쿠건의 모습은 판토마임과 슬랩스틱의 귀재 채플린에게 전혀 굴하지 않는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슬픈 눈빛을 던지는 키드의 모습과 떠돌이 찰리로 분한 채플린의 우수어린 얼굴에서 나오는 눈물과 웃음은 시공을 뛰어넘어 여전하다.

재키 쿠건은 세계 영화사에 아이로 최초로 스타가 된 배우이고, 또 지금까지도 기억되는 몇 안 되는 최고의 아역배우이기도 하다. 당시 어린이로 엄청난 돈을 벌었으나, 커서보니 엄마와 계부가 탕진하여 소송 끝에 일부만 환수할 수밖에 없었고, 또 너무 일찍 성공을 알아 비극적인 삶을 산 배우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영화팬에게 재키 쿠건은 <키드>에서 찰리 채플린이 분한 “떠돌이 찰리”와 함께 나란히 서서 세상을 응시하는 사진 속의 귀엽디 귀여운, 그리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기억된다. 이 모습을 우리는 시공을 넘어 <키드>에서 볼 수 있다.

/이주봉 객원전문기자(군산대 전임강사,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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