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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의 램프와 음악사이]<19>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2010년 02월 06일 (토) 조현태 시민기자 greenstone677@hanmail.net
 

 

논밭에 나가 고랑을 타고 바닥에서 전해오는 흙을 감촉하며 토실토실한 알곡식을 줍듯이 곡을 짓거나 간간이 무대에도 오르던 평택땅은 정태춘의 고향이다. 봄물따라 물 불어오고 강물에 드리운 버드나무 그림자에 물고기떼와 마주치는 일들이 더는 평화롭지 못하다. 군기지가 들어서기 때문이다. 정태춘 박은옥 부부가 상심했을까 한동안 노래도 부르지 않고 시골마을 어귀에서 사진을 담거나 시를 쓰는 날들이 많았다. 그들이 돌아오기까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라는 타이틀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얼마 전에는 노래인생 30주년 행사를 본의 아니게 두 번 치렀다. 서울 정동에 소재한 이화여고 기념관에서 음악을 시작한 지 30년을 맞이한 기념콘서트 무대가 그것이었고 몰래 자리를 마련하고 깜짝 이벤트를 준비한 강산에, 윤도현,김제동..등 연예계 쪽 인사들과 단병호 이외수 문성근 이철수 도종환 등 백여 명에 이르는 지인들이 술상을 봐둔 것이 30주년 뒤풀이가 된 셈이다.

 

삼겹살에 소주잔이 몇 순배 돌자 "아이고 내 장례식장 같구나" 좌중을 웃음바다로 이끌어내며 서먹한 분위기를 금세 흥으로 붙이는 정태춘의 자유인 기질에 원론적인 성찰은 음악적 특징으로 살필 수 있다. 그에게도 유년의 뒤란 길은 늘 적적했고 원인 모를 공허감에 짓눌렸다. 저물녘이면 마을에서 피어나는 연기를 바라보며 노랫말을 붙이고 기타를 튕겼지만, 곡은 제대로 써지지 않았다. 가출인지 여행인지 멀리 떠돌았고 그럴 때마다 나타난 건 집안 형이었다. 고향집으로 잡혀올 때면 거친 물살을 가르는 연어의 힘 같은 것을 느꼈다. 고향으로 복귀하는 사고에 기초하여 이 무렵에 만들어진 노래가' 시인의 마을'이다.

실제로 그는 예비군 훈련을 받다가 발심하여 '북한강에서' 라는 곡을 완성하는가 하면 탈탈거리는 신작로 길을 몰아가는 차 안에서 혹은 바람 한 점 없는 여름 나절에 런닝셔츠 차림으로 다락방에서 만든 노래가 '탁발승의 새벽 노래'이다.

 
   

이러한  곡들은 대부분 70,80년대  모던포크가 밀려오던 시절 창작한 작품들이다. 이시기는 존 바에즈, 밥 딜런을 흉내내고 청바지에 통기타를 둘러멘 청춘남녀들이 쉘부르, 코스모스, 명동의 해바라기 등지에서 생맥주를 마시거나 원두커피를 내려마시며 하루종일 시간을 보냈다. 일부는 서울역이나 용산역으로 몰려가 남행 열차에 몸을 싣고 기타를 두드렸다. 그때도 거리에는 눈비가 내렸고 질척였다. 그러나 어디에도 물들거나 휩쓸리지 않은 토란잎의 물방울 같은 정태춘류 음악이 자생하기에 이른다. 그건 분명 미국식도 아니고 팝적인 화학조미료도 첨가하지 않은 우리 민요(Folk Song)를 바탕으로 한껏 끌어올린 세련된 한국식 포크였다.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시인의 마을,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애고 도솔천아, 탁발승의 새벽 노래는 오랜 인습에서 형질화된 우리 고유 리듬과 멜로디가 눅진하게 배여 있다. 옛것에 쉬어 앉아 현대 감각에 맞게 덧칠하는 탐미적인 그의 음악 세계는 단순한 가요라고 하기보다 '순우리 노래' 라는 점에 음악사적 가치성을 부여할 수 있다. /조현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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