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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하리만큼 정직한 인생 이야기
시네마 산책<99> 시네도키, 뉴욕(Synecdoche, New York, 2007)
2010년 03월 11일 (목) 임경미 기자 5whitedesert@sjbnews.com
   
감독 : 찰리 카프먼, 출연 :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캐서린 키너,

“영화를 보는 경험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은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다. 관객 나름의 답을 찾게 되면 그것은 관객 자신만의 것이 되고, 이것이야말로 정말 신나는 일이다."

뛰어난 이야기꾼이며, 아주 드물게 관객에게 자신의 이름만으로 영화를 선택하게 만드는 영향력 있는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이야기다. 그는 ‘천재 작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놀라운 이야기를 매번 들려주었다. 그의 감독 데뷔작으로 화제가 된 영화 ‘시네도키, 뉴욕’은 각자의 이야기, 그 안에 담긴 공통분모의 서사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시네토키(synecdoche)’, 제유법(사물의 한 부분으로써 그 사물 전체를 가리키거나, 그 반대로 전체로써 부분을 가리켜 비유하는 수사법)의 세계로 관객을 초대한다. 제61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처음 영화가 공개되자 평단과 관객 모두 그의 도전과 성공에 찬사를 보냈다.

‘시네도키, 뉴욕’은 붕괴직전의 상황에서 살아가는 연극연출가 케이든을 사실적이고 인간적으로 그린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사는 연극연출가 케이든, 교외에서 지역 극장을 운영하는 그의 삶은 황량해 보인다. 화가인 아내 아델은 자신의 경력을 쌓고자 어린 딸 올리브를 데리고 그를 떠나버린다. 솔직함으로 마음을 끄는 극장 직원 헤이즐과의 새로운 관계는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끝나고 만다. 신경쇠약에 걸린 그는 인생에서 중요한 그 무엇도 이루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를 느낀다. 결국 그는 새로 준비하는 연극에 모든 것을 걸고, 뉴욕의 창고에서 실물 크기의 도시를 만들어 잔인하리만큼 정직한 인생을 그려볼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연극 속의 삶과 케이든의 실제 삶의 경계가 뒤엉키며 그가 맺은 모든 관계들은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비틀기의 천재, 찰리 카우프만

시적(詩的)이며 진지하게 삶을 응시하는 ‘시네도키, 뉴욕’은 실제의 삶과 연극이 혼재된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준다. 그는 영화적 장치의 하나로 '꿈'을 차용해 꿈과 영화를 동일시한다. 둘은 불가능한 상황도 없고, 벌어지는 상황을 수용해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 작품 역시 그의 전작(前作)과 마찬가지로 논리적인 사고보다 욕망과 꿈, 무의식에 발 딛고 있다. ‘존 말코비치 되기’의 기이한 세계관과 5층의 이미지처럼, ‘휴먼 네이처(Human Nature, 2001)’와 ‘어뎁테이션(Adaptation, 2002)’의 방식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카우프만 각본과 미셸 공드리의 연출이 만났던 ‘이터널 선샤인(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은 세계 시네필을 감동에 빠지게 한 걸작이었다. 그의 각본은 항상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 중 하나는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Philip Seymour Hoffman)의 연기이다. 케이든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은 촬영을 하면서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겪는 일이었고, 그것이 그가 연기하는 방식이었다. 그가 연기하는 케이든이 자신의 삶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그 또한 연기를 통해 싸우고 있었기 때문에 촬영 내내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매일 매일을 강렬한 감정으로 살게 하는 어려운 촬영의 연속이었음에도, 그가 완성해낸 케이든은 완벽하다. 영화 ‘카포티’로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던 실력파 배우인 그는 최근작인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다우트’를 통해 국내 영화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 처한 그의 옆에는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방법으로 예술가적 분출을 이끌어내는 실력파 여배우들이 있다. 사만다 모튼, 캐서린 키너, 미셸 윌리엄스, 에밀리 왓슨, 다이앤 위스트, 제니퍼 제이슨 리, 홉 데이비스는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이 삶과 죽음의 선상에 겪어야 하는 고독과 고뇌를 연기할 수 있도록 그를 인도해주었다.

‘시네도키 뉴욕’은 시적(詩的)인 진지함으로 삶을 응시하며, 인간의 비극을 탐험한다. 흔히 인생을 한편의 연극이라고 한다. 제목 ‘시네도키(제유법, synecdoche)'가 말하듯, 죽음 앞에서 자신의 삶과 세계를 무대에 재구성하려는 케이든의 모습은 거의 도착증이다. 그래서 이 연극(삶)은 부조리하다. ‘시네도키, 뉴욕’은 인생의 해답을 찾는 여정을 처연하게 그리며 언젠가 종착점에 다다를 우리의 삶에서 과연 무엇을 남기게 될 것인지에 대한 막연한 물음표 하나를 가슴에 새기게 한다.

/김혜영(객원전문기자,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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