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성범죄자, 성장과정서 학대나 폭력피해 경험"

전북경찰청 범죄심리분석관 과학수사계 박주호 경사

기사 작성: 하종진 기자 - 2010.04.07 19:34

지난달 21일 완주군 삼례읍 한 세탁소 앞. 이날 오후 2시23분께 이곳을 지나던 A(12)양은 “목걸이를 선물로 주겠다”는 하모(62)씨의 말에 세탁소로 뒤따라 들어갔다 봉변을 당했다. A양은 이곳에서 성추행을 당한 뒤 곧바로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결국 하씨는 초등학생을 유인해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로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하씨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손녀뻘인 A양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을까. 성폭력 가해자의 범죄 심리를 분석하는 도내 단 한 명뿐인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박주호(38)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자들은 13세 미만의 어린 아이들에게 강한 성적 충동을 느낀다.”

박 경장은 아동 성폭력 범죄자들은 ‘소아기호증’ 증세가 강하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대인관계를 맺을 용기와 기술이 없어 비교적 쉬운 대상인 어린이를 골라 범행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 범죄자들은 인격적으로 미성숙하거나, 과거 성적인 어려움과 일상생활의 과도한 스트레스, 알코올 남용의 문제성을 자주 드러낸다.

아동 성범죄자들의 또 다른 특징은 외모나 체격이 외소하고, 여성을 지배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남성다움을 찾아보기 힘들고, 사회적, 성적으로 여성과 교제하는데 있어 자신감이 결여되는 성향을 보인다. 박 경장은 이를 가리켜 ‘권력형 강간범’의 유형이라고 설명했다.

성폭력 범죄자들 중에는 변태성욕적인 환상에 곧잘 빠지는 유형도 있다.

박 경장은 “이들은 변태성욕적인 환상 속에서 포르노 등을 자주 보면서 성폭력 대상을 물색한다”며 “이들의 주목적은 성폭력이기 때문에 절도나 강간 목적으로 주거 침입 후 성충동을 느끼거나 신고를 저지할 목적으로 성폭력을 하는 유형과는 구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성범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면, 성장과정에서 성적 학대나 다른 폭력에 의한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가족과의 관계도 문제가 있고, 낮은 자존감을 보인다. 또 이들은 다른 사람의 반응과 상황 등에 대해 적절히 인식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고 핑계거리를 찾아 합리화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 심리분석을 통해 확보된 범죄자들의 성격, 행동 성향, 가치관 등은 유사 범죄 발생 시 수사 자료로 제공돼 범인을 잡는데 활용된다”고 말했다.

박주호 경장은 국방부 해군본부 수사단에서 14년 동안 근무하다 지난 2006년 6월 경찰에 입문, 올해로 4년째 범죄심리분석관으로 일해오고 있다.

/하종진 기자 wlswjd@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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