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8 화 21:08
> 주말엔 > 영화VS영화
     
[시네마 산책]<102>블루 스틸(Blue Steel 1989)
2010년 04월 22일 (목) 이주봉 sjb8282@gmail.com
   
감독: 캐서린 비글로우

지난 3월8일 82번째 아카데미 수상 소식이 있었다. 아카데미는 언제부터인가 영화인이나 시네아스트들뿐만 아니라 영화에 유별난 관심이 없는 이들까지도 관심을 보이는 세계적인 이벤트가 됐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스타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의 화려함과 시상 이후 수상작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작용하지 않나 싶다. 올해의 아카데미 시상식을 지켜본 많은 이들의 관심에 호응이라도 하는 양 할리우드는 또 한 명의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켰다. 바로 82년 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여성 감독으로서 감독상을 거머쥔 캐서린 비글로우이다. 비글로우가 매가폰을 잡은 영화 ‘허트 로커’(The Hurt Locker)는 아카데미 최고의 상인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했다는 소식이다. 비글로우는 ‘아바타’로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옛 부인이어서 시상식은 여러모로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일반 관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지 모르지만 비글로우는 여자 감독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선이 굵은 감각적인 영상미에 대중적인 스토리라인을 덧붙여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온 스타일리스트이기도 하다. 키누아 리브스(‘매트릭스’의 주연)와 지난해 세상을 떠난 패트릭 스웨이지(‘사랑과 영혼’의 주연)가 주연한 ‘폭풍 속으로’가 독특한 스릴러의 면모를 보여주는 비글로우의 영화였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이러한 비글로우의 초기작인 ‘블루 스틸’을 소개하고자 한다.

막 경찰학교를 졸업한 신참 여경 매건 터너(Jamie Lee Curtis)는 첫 근무에서 슈퍼마켓 강도와 대치하다가 강도를 사살한다. 하지만 현장인 슈퍼마켓에 있던 손님 유진 헌터(Ron Silver)가 강도의 총을 가지고선 사라진다. 강도의 총이 발견되지 않아 매건의 정당방위 주장은 설득력을 잃고, 그녀는 상부로부터 의심을 받게 되는 상황에 처한다. 한편 총을 숨겨간 유진은 매건에게 접근해 그녀와 사귀게 된다. 하지만 유진은 점점 더 사이코 패스의 면모를 보이고, 결국 매건의 절친한 친구를 사살한다. 매건은 경찰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만, 상황은 외려 매건이 그저 선량한 시민을 모함한다고 여겨진다. 이제 매건은 이 사이코 패스를 직접 처단하기로 한다.

이처럼 영화는 사이코 패스인 범인과 눈 앞에 범인을 두고도 어쩌지 못하는 초짜 여경의 대립이라는 조금은 뻔해 보이는 스토리 라인을 보여준다. 이런 이유인지는 몰라도 1990년에 개봉한 ‘블루 스틸’은 일반에겐 별 관심을 끌지 못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또 일부 평단에서도 범작으로 폄하하는 목소리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블루 스틸’에는 비글로우 특유의 영상미 속에 갈무리된 감독의 야심찬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오프닝 크레디트 장면과 이어지는 영화 장면들에서 보이는 색채감 넘치는 영상미는 대학에서 미술과 영화를 공부한 비글로우의 영화에 대한 면모를 추측하게 한다. 경찰관 권총을 디테일하게 익스트림 클로즈 업을 통해서 묘사하는 오프닝은 그저 푸른 색 조명을 콘트라스트가 강하게 묘사한 서투른 미장센이 아니다. 카메라가 마치 권총을 핥아대듯 속속들이 디테일하게 묘사하는 이 장면은 영화 내내 이루어지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권력관계의 중심에 자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프닝의 암시는 마지막 듀엘을 묘사하는 시퀀스에서 그 빛을 발하기도 한다. 자신의 부모를 방문한 유진에게 매건이 재킷을 두드리며 자신이 무장했음을 암시하는 이 시퀀스는 다시 한 번 권총과 무력을 젠더라는 층위에서 읽어내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사실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이야기 전개 속에서 선악의 대결구도가 어떻게 전개되는지에만 재미의 초점을 두고 있는 이들에게 이 영화는 그저 평범한 이야기만을 던져줄지도 모른다. (실제로 많은 이들은 이러한 뻔한 스토리 구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글로우 영화는 뻔해 보이는 할리우드 스릴러의 스토리라인 이면에 많은 것을 담고 있다. 비글로우의 영화 ‘블루 스틸’이 영화사의 한 자리를 차지할 만큼 훌륭한 영화는 아닐 런지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 담겨진 수많은 상징들을 알레고리 삼아 영화를 읽어나간다면 뜻하지 않은 재미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권총으로 대변되는 남성의 질서에서 고군분투하는 매건 역의 제미 리 커티스의 모습에서 미국의 저명한 평론가인 로저 에버트가 ‘할로윈’에서 보았던 커티스를 떠올린 것은 우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유리 천장이 존재하는 할리우드에서 뭇 남성들과 경쟁해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한 비글로우의 ‘허트 로커’가 이번 주 4월22일에 개봉했다는 소식이다. 혹 기회가 된다면 비글로우의 전작들을 한 번 찾아보자. 그리고 ‘허트 로커’를 본다면 비글로우가 담아내는 영상의 맛이 보다 더 깊지 않을까.

/이주봉(군산대 교수, 전북비평포럼회원)



이주봉의 다른기사 보기  
ⓒ 새전북신문(http://www.sjb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신문사소개고충처리인기사제보제휴안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발행소: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728번지 새전북신문 | 대표전화:063-230-5700 | 구독안내:063-230-5712
제호:SJBnews | 등록번호:전라북도 아00058 | 등록일자:2012년 03월13일 | 발행·편집인:박명규 | 청소년보호책임자:오성태 | 종별:인터넷신문
주식회사 에스제이비미디어는 새전북신문의 자회사입니다.
Copyright 2006 새전북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PSUN@sjb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