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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산책]<106>마농의 샘(1986)
2010년 05월 27일 (목) 김성희 sjb8282@gmail.com
   
감독: 끌로드 베리

출연: 다니엘 오떼유(위골랭 역), 이브 몽땅(소베랑 역), 엠마뉴엘 베아르(마농 역), 제라르 드파르디유(쟝 드 플로레트 역), 티키 홀가도, 마가리타 로자노



원작 소설 ‘마농의 샘’은 프랑스의 극작가이며 영화감독인 마르셀 파뇰이 1952년에 자신이 제작한 영화 ‘마농의 샘’이 큰 호응을 얻자 이 영화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언덕의 물’이라는 제목 하에 1부 ‘쟝 드 클로레트’, 2부 ‘마농의 샘’으로 다시 써서 1962년에 출판한 연작소설이다. 그 후 배우로 입문해 연출 및 시나리오 작가와 제작자로 활동하며 ‘테스’, ‘여왕 마고’, ‘제르미날’ 등 50여 편의 영화를 제작한 끌로드 베리가 마르셀 파뇰의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 ‘마농의 샘, 1986’의 감독, 각색, 제작을 맡았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1988)에서 각색상과 작품상과 남우조연상을 수상하고, 런던 비평가 협회 시상식(1988)에서 영화감독 끌로드 베리에게 외국어 영화상을 안겨준 ‘마농의 샘’은 샹송, ‘고엽’으로 우리 귀에 낯익은 이브 몽땅의 연기가 중후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주세페 베르디의 사랑과 복수의 오페라 서곡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이 영화의 테마곡이 첫 장면에서부터 섬세하고 아름다운 하모니카 선율로 추억과 노스탤지어의 서정을 가져다 준다. ‘부’와 ‘소유’를 중심으로 한 투쟁과 욕망의 드라마를 보여주는 1부 ‘플로레트의 쟝’과, '맹목적 사랑'의 ‘빗나간 인연’이 남긴 자취를 애잔하게 그리는 2부 ‘마농의 샘’으로 구성된 끌로드 베리의 ‘마농의 샘’은 프로방스 귀농 생활에서 언덕의 물에 얽힌 애증의 세월을 겪는 쟝 드 플로레트의 삶을 비교적 리얼하게 그린다.

1부에서는 1920년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에서 병역을 마치고 제대한 위골랭이 삼촌 빠뻬(세자르 소베랑의 별칭)의 집 근처 숙소에 귀향한다. 세자르 소베랑은 위골랭이 장가도 가고 가족도 이루어서 소베랑 가문을 재건했으면 한다. 그 때 플로레트의 후손인 쟝이 그 마을에 귀향하는데, 마을사람들은 쟝이 도시사람이라며 그를 따돌린다. 물이 아주 부족한 그 지역에서는 농업용수가 귀하다. 위골랭과 세자르는 샘물의 수원지와 토지를 독점하기 위해 외로운 이방인 쟝을 상대로 흉계를 꾸며 그 수원지를 막아버린다. 그런데 그 토지의 상속인인 플로레트가의 아들 쟝은 그런 사실을 모른 채 토끼를 사육하기도 하고, 호박을 재배하기도 하지만, 물이 고갈된 수원지는 쟝과 그의 가족을 좌절하게 만든다. 산 밑의 샘물에서 물을 길어올 나귀조차 탈진하여 마을 사람에게 나귀를 빌려야만 했지만, 마을 사람들은 처음부터 도시에서 온 쟝을 따돌리며, 아무도 그에게 나귀를 빌려주지 않는다.

마침내 곱추인 쟝은 소베랑에게 땅을 저당 잡히고 빌린 돈으로 다이너마이트를 구입해 우물을 파려고하다가 사고로 그만 죽는다. 쟝의 장례식 뒤에 쟝의 어린 딸인 마농이 목격한 것은 물이 고갈된 수원지의 시멘트를 제거해 샘물을 솟아나게 하는 세자르와 위골랭의 모습이다. 헐값에 땅을 구입한 소베랑과 위골랭은 쟝의 부인과 딸인 마농이 떠나기도 전에 우물을 봉합했던 시멘트를 깨뜨리며 기뻐하다가 그 장면을 마농에게 들킨 것이다.

홀로 시골에 남아 복수의 기회를 노리던 마농은 마을로 유입하는 샘물의 수원지를 우연히 발견하고 그곳을 막아버린다. 마을은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오랜 세월 샘물의 수원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던 마을사람들은 소베랑 가문의 죄를 공론화한다.

그로부터 대략 10여년이 흐른 2부에서는 야성미와 신비로움을 풍기는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 마농의 일대기가 펼쳐진다. 샘물의 비밀을 안 마농은 세자르와 위골랭에게 복수하고 죽은 아버지의 영혼을 달래지만 늙은 세자르도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비밀이 밝혀진다. 어머니를 닮은 마농의 아름다운 모습은 처음부터 하모니카 소리와 함께 관객의 감각과 정서를 사로잡는다. 특히 아버지의 유물인 하모니카로 연주하는 멜로디에 맞추어 춤추는 마농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마농은 마을의 신임교사 베르나르를 좋아하는데, 마농을 가슴 아프게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위골랭이다. 마농에 대한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중독되고도, 마농의 가족과 쟝에 대한 죄책감에 다가가지 못하는 위골랭은 자살을 택하고 만다. 마농과 베르나르의 결혼식을 찾은 플로레트의 친구인 델피느에게서 마농이 세자르 자신의 손녀딸이라는 충격적인 얘기를 들은, 세자르는 플로레트의 유품인 머리빗과 목걸이만 만지작거리며 깊은 잠 속에 빠진다. 죽음을 앞둔 세자르는 죽은 쟝이 자신의 친아들이었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하나뿐인 혈육인 마농 앞에도 감히 나서지 못하며 잔인한 운명의 드라마에 회한의 눈물에 젖는다.

좋건 나쁘건 이 세상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우리들의 인연은 그 경우의 수가 확률
   
  ▲ 김성희  
 
적으로 그리 높지 않다. 가까운 이웃과의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으며 살지만, 때때로 편협한 우리의 집단 무의식적 이기주의 때문에 이질적 국외자는 치명적인 상처를 받기도 한다. 이러한 인연은 부메랑처럼 언젠가 다시 결과를 가지고 돌아온다. 이러한 맥락에서 ‘마농의 샘’에서 나타나는 마지막 반전은 보는 이로 하여금 두고두고 잊지 못하며 감회에 젖게 한다. 세자르의 아쉽고 허심한 통한의 깨달음은 “메밀 꽃 필 무렵”, 동이의 뒷모습에서 지난 세월의 숫자를 가늠하며 찰나적 인연을 되짚는 허 생원의 또 다른 마음이기도 하다.

/김성희(객원전문기자·전북비평포럼, 백제예술대 방송시나리오극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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