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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산책]<107> 조이럭 클럽
2010년 06월 03일 (목) 김혜영 sjb8282@gmail.com
   
진실이 수다 속에 들어 있는지 묻는다면, 웨인 왕 감독은 확실하게 “예스”라고 대답할 것이다. 중국계 미국인 웨인 왕의 ‘조이 럭 클럽’은 에이미 탄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그는 홍콩에서 태어났으나 미국에서 영화교육을 받고, 그곳에서 영화 만들기에 성공한 대표적인 화교감독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중국인을 영화로 그려내는 그의 시선은 따뜻함과 위트를 지녔다. 그의 작품은 쉽게 강요하거나 결론을 내리지 않고, 인물들의 갈등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을 하나하나 보여 주며 그 속에서 묘한 감동을 일으키는 매력이 있다.

1949년 공산화가 되기 직전 중국을 떠나온 네 어머니와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네 딸들이 있다. ‘조이 럭 클럽’은 네 명의 어머니가 일주일에 한번 씩 만나서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심심풀이 마작도 하는 모임의 이름이다. 모임에서 모녀들의 탄식과 격려는 시종일관 소란스럽고 아름다우며 가슴 저미게 한다. 표면적으로는 마작을 하며 유희를 즐기지만, 속으로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감싸는 곳이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중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다. 영화는 전통적인 중국식 윤리 의식에 묶여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어머니 세대, 그런 어머니들과는 달리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려는 네 딸들의 대립 속에서 서로 이해하고 화해하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질적인 어머니와 딸의 공감과 화해

관객이 초대받은 저녁만찬은 네 쌍의 모녀들이 사십여 년 동안 마음에 담고 살았던 한(恨)의 고통을 드러내고 용서를 베푸는 자리다. 영화의 시점은 수유안의 딸인 준이 엄마의 죽음을 계기로 중국에 있는 쌍둥이 언니를 찾으러 가기 전 열린 송별파티에서 시작된다. 준이 엄마를 대신하여 마작에 참여하면서 나머지 세 명의 어머니와 딸들이 갖고 있는 에피소드를 차례로 옮겨가며 보여준다. 피난길에 쌍둥이 딸을 버리고 미국으로 이민 온 수유안과 마음 착한 딸 준, 남의 첩이 된 어머니를 둔 안 메이와 결혼생활에 실패한 딸 로즈, 15살에 강제결혼에서 도망쳐 자유를 찾아 떠나 온 린도와 그녀의 자유분방하고 반항적인 딸 웨벌리, 바람 핀 남편에 대한 복수로 자식을 죽여 버린 잉잉과 남편 때문에 삶이 망가진 딸 레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삶을 천천히 회상한다.

영화는 모녀들의 인생여정을 통해서 가부장제와 인종편견, 이민 1세대와 2세대, 무엇보다도 ‘여성’의 삶에 대해서 밀도 있게 들여다본다. 때로는 지나칠 정도로 차분하고, 때로는 감정의 잉여로 나타난다. 딸은 어머니의 삶을 닮아간다고 한다. 동시에 어머니는 자신이 겪은 불행을 겪지 않길 바라면서 정성을 다해 딸을 키운다. 그러나 미국식으로 살아온 신세대 딸들은 중국인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녀들의 기억과 회상을 영상으로 옮긴 진부한 플래시백은 마치 마술처럼 한 사람의 목소리인 냥 여덟 명의 목소리를 한자리에 모은다. 이는 은밀한 고백이 곧 모두의 아픔이라는 공감의 바탕 위에 놓이는 것이다. 지극히 동양적인 이 작품이 서양에서도 주목을 받는 것은 모녀관계라는 인간이 가진 공통분모 때문일 것이다. 각기 상황이 조금씩 다를 뿐, 한 모녀의 이야기라고 여겨질 정도로 수많은 어머니들과 그 어머니들의 어머니, 그리고 그 딸들의 똑같은 그림자이기도 하다.

이 작품의 묘미는 탁월한 심리묘사에 있다. 에피소드마다 인물의 심리를
   
  ▲ 김혜영  
 
드러내는 화면의 색감에서 이를 발견할 수 있다. 불, 물, 나무, 흙과 같은 소재를 연결시켜 각각의 에피소드가 함의하는 주제를 강조하였다. 어두운 잉잉의 현재는 회색으로, 강한 린도의 과거는 붉은 빛으로 표현하는 등 연기로 해결할 수 없는 뉘앙스를 이질적인 색감으로 보여준다. 에피소드마다 다른 색을 사용하여 감정을 충실하게 표현하였다. 이것은 동일한 거리만큼 물러서서 낡은 앨범의 추억을 펼치는 효과를 발휘한다. 소설을 영화화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조이 럭 클럽’에 나타난 웨인 왕의 중국에 대한 이해와 애정은 ‘소설에 버금가는 영화’라는 찬사를 낳았다. 관객은 이 영화를 통해서 섬세한 잔가지가 모여 하나의 굵직한 뼈대를 만들어내는 은근한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혜영(객원전문기자,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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