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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태의 향기있는 음악]<21>장사익 '찔레꽃'
2010년 06월 20일 (일) 조현태 시민기자 greenstone677@hanmail.net
 
 
 
찔레꽃은 마을 어귀 산골 초입에서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화려하지 않아서 있는듯 없는듯 우리와 함께 봄을 건넌다. 그러하니 소리꾼 장사익은 순박한 꽃이라고 불렀다.

‘하얀꽃 찔레꽃 순박한꽃 찔레꽃 별처럼 슬픈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요 목놓아 울었지요.'

연두빛 이파리에 촘촘히 박힌 찔레꽃은 고향 광천땅 정서에서 발원하여 어느 때는 별빛으로 오고 어느 때는 달빛으로 내려 노래가 되었다.

소리꾼 장사익은 작사·작곡에도 능하여 김영동, 유은선과 더불어 국악가요의 중심에 있다. 작사, 작곡, 소리까지 1인 3역을 소화해내는 뮤지션으로 국악 쪽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재주꾼이다. 여기에 음유시인이라는 명함을 하나 더 얹힐 만큼 시적인 감성이 풍부하여 노랫말은 대부분 그의 몫이다. 가슴으로 만날 수 있는 ‘찔레꽃'이 여성스럽다면 ‘국밥집에서'는 삶을 다 살아버린 것 같은 체념적 서정이 솔직하게 배여 있어 애닮다.

여러 곡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곡이 ‘하늘 가는 길'이다. 이 곡은 광천에서 들소리로 떠돌고 상엿소리인 망가로 구전되어온 소리를 채록하고 다듬어 내놓은 곡이다. 유교적인 윤리관을 살짝 벗어나 망자를 보내는 고통과 애달픔을 담담한 마음으로 추스르고 놀이 가락조의 해학을 첨부하여 긴장감을 이완시킨다. 이는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지혜로운 기치까지도 노래 속으로 끌어들인 장사익표 구비문학적 소리라는 관점에서 옛것을 현대감각에 맞게 끌어낸 데 그 가치가 있다.

   
 
그의 목소리는 가뭄 뒤에 함초룸하게 젖어나는 땅 냄새 같기도 하다.어떤 이는 건초 더미에서 풍기는 풀 내 같다고도 한다. 이러한 재주꾼을 두고도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명창 안숙선이다. “아이고 아깝당게 당신은 처음부터 소리(판소리)를 했어야 허는디…" 모방송국에 출연해 두 사람 간에 주고받은 추임새 한 대목이다.

하지만 판소리보다는 태평소 소리에 매료된 장사익은 독학으로 매달렸다. 우공이 산을 옮기듯(우공이산)이 정진한 끝에 그 길로 사물놀이패를 찾아간다. 그는 ‘돈은 달라고 안 할 테니 태평소 주자로 올려 달라'고 애걸복걸한 끝에 마침내 정단원으로 활동하기에 이른다. 

일이 잘 되려고 그랬는지 전주대사습놀이에 참여한 농악패는 태평소를 앞세워 장원을 차지한다. 차츰 공연 요청도 잦아지고 공연 뒤에는 으레 뒤풀이가 있기 마련. 한 번은 좌중이 무르익자 피아니스트 임동창이 피아노를 두들겼고 장사익이 소리로 화답하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의기투합해 희망 한 단 뿌리는 판을 만들어 간다. 서로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곡의 완성도를 높여갈 즈음에 타악에 김규형, 기타에 김광석이 합류하여 ‘장사익 소리판' 1기가 짜여진다.

찔레꽃, 귀가, 국밥집에서, 꽃, 섬, 하늘 가는 길 등 민초들의 허기진 삶이 눅진하게 배여나는 1995년의 1집에서부터 6집 ‘꽃구경'까지 섧고 애가 타는 곡들이 소리판을 채웠지만 소리꾼의 얼굴은 해맑다. 화동이라 불릴 만큼 꽃을 좋아하다 보니 장사익의 노래엔 꽃과 연관된 노래가 많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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