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일 마음사랑병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장애인들이 크리스마스 트리를 만들고 소망이 적힌 카드를 걸며 즐거워 하고 있다.
“모두 준비되셨나요?”
“네.”
사회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장애인들은 크리스마스트리와 장신구가 담긴 박스를 뜯기 시작했다. 모두 얼굴 한 가득 웃음꽃이 폈다. 어른 가슴까지 오는 트리를 정성스레 편 뒤 별, 달, 눈, 종, 하얀 솜으로 장식하기 시작했다.
앞선 무대에는 정신장애인 기관에서 일하는 교사들의 댄스시간이 마련됐다. 다소 겸연쩍어하던 교사들은 화려한 조명이 켜지고 음악이 흘러나오자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보던 장애인들은 무대 밑에서 웃음과 박수를 아낌없이 보냈다.
본격적인 트리 만들기에 들어가자 장애인들은 노란 도화지에 소망을 적느라 여념이 없다. 16개 팀은 자신들만의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드는데 분주했다. 어느 팀은 새하얀 눈들을 트리에 붙여 새하얀 눈을 돋보이게 했고, 또 다른 팀은 다양한 장식으로 ‘화려한 트리’를 선보였다. 장애인들의 소망과 바람이 적힌 소망지가 트리에 걸리기도 했다.
지난 3일 오후 3시께 완주군 소양면 인산의료재단 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원장 김형태)이 장애인들을 위한 작은 축제를 마련했다. 이날 마음사랑병원 문화센터에는 도내 정신장애인 200여명이 참석해 축제를 한껏 즐겼다. 마음사랑병원이 환자와 직원 간 교류협력을 활성화하고 지역 간 연대 및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한 ‘정신장애인 어울한마당(Merry Christmas 사랑의 트리와 카드만들기)’이다.
올해로 2회를 맞은 이 축제는 장애인들이 주인공이다. 정신보건센터, 사회복귀시설, 정신요양원 등 도내 16개 기관의 장애인들은 직접 크리스마스트리와 카드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트리가 다 만들어지자 장애인들은 산타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면서 손가락으로 ‘V자’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장애인 신순희(58·참사랑낙원)씨는 “가족들과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장애인들이 한 마음이 돼 트리를 만들어본 적은 없다”며 “같이 트리를 만드니 한 가족이 된 기분이고, 무엇보다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 지난 3일 오후 2시 마음사랑병원에서 열린 행사에 참여한 장애우들이 함께 트리를 완성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무대에 마련된 ‘사랑의 소망나무’에는 환자들이 간절히 바라는 소망들이 내걸렸다. 장애인들은 별모양, 하트모양 등의 예쁜 도화지에 자기만의 소망을 적어 소망나무에 내걸었다.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마음사랑병원이 함께 응원한다는 문구도 보였다.
다 만들어진 트리가 무대를 가득 채우자 장애인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캐럴 송이 흘러나오고 행운권 추첨 등 다채로운 행사들이 진행되자 장애인들은 한껏 상기됐다.
마음사랑병원 이슬비 사회사업 팀장은 “축제에 참여한 장애인들이 직접 트리를 만들어봄으로써 성취감과 재활의지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효과도 크다”며 “이는 곧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당당한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축제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축제는 1부는 ‘우리함께 웃어봐요’라는 주제로 환우들의 스트레스 해소 및 건강증진을 위한 행사로 진행됐다. 마음사랑병원의 산책로에서 ‘웃음팀’과 함께 산책하고 게임을 즐기면서 웃는 시간이 마련됐다.
2부는 ‘사랑의 트리와 카드만들기’란 주제로 병원 문화센터에서 기관담당자와 환자들이 모두 참여해 트리와 카드를 만드는 행사가 열렸다.
이 팀장은 “이번 축제가 장애인들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편을 마련해주고, 함께하는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식개선의 계기를 마련하는 장이 됐으면 한다”며 “매년 어울림마당 행사를 개최해 장애인들이 웃는 시간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마음사랑병원은 ‘한사랑이미용봉사단’이란 이름으로 이·미용 봉사를 펼치고, 도내 예술, 체육, 문학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아사모(아름다운 사회를 위한 모임)’는 환자의 기능회복과 사회활동에 도움을 주고 있다. 병원은 또 식당보조 봉사를 비롯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 해소를 위한 다양한 교육도 하 있다.
‘최상의 의료서비스로 인간사랑 구현’을 비전(Vision)으로 내건 마음사랑병원은 최고의 의술과 봉사로 환자와 그 가족에게 최대의 행복을 제공하고, 정신건강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설립됐다. 1994년 8월1일 소양신경정신병원으로 개원한 병원은 1999년 마음사랑병원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2006년 남녀고용평등 유공자 대통령상 수상(노동부), 2008년 여성부장관 수상(여성부), 가족친화우수기업인증(보건복지가족부), 2010년 근로자의 날 국무총리상 등을 수상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자 병원 식구들은 물론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장애인들과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싶었다는 마음사랑병원 김형태 원장. 김`원장은 정신보건기관과 함께하는 정신장애인 어울 한마당 ‘메리크리스마스 사랑의 트리와 카드만들기’를 개최, 연말을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이번 행사는 평소 장애인들에 대한 의식 개선을 통해 그들을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힘써 온 김원장의 노고가 드러난 자리여서 더 의미가 있었다.
김 원장은 “이번 행사는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그들을 더 친숙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도 우리와 똑같이 수행 할 수 있는 것들도 많고, 똑같이 기쁨과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협동을 통해 멋진 트리를 장식하고, 소망을 기원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편견을 갖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메리크리스마스 사랑의 트리와 카드만들기 행사’가 성황리에 끝이 나자 김원장은 앞으로도 꼭 장애우, 병원 식구들 할 것 없이 한데 모여 연말행사를 개최 의지를 밝혔다.
그는 “매년 똑같은 내용으로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프로그램들을 계속해서 고안해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며“내년에는 가능하다면 요리대회를 열어 이번 행사에서 느꼈던 것 이상으로 기쁨과 감동을 이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