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산책]<129>레터스 투 줄리엣
[시네마 산책]<129>레터스 투 줄리엣
  • 김성희
  • 승인 2010.12.30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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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에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욕망>과 카렐 라이츠의 <모건>에 출연하여, <모건>으로 칸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른바, '헐리우드의 전설적인 여배우'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클레어로 출연하여 50년 전의 첫사랑인 로렌조를 찾아 나서면서, 백발 노구에도 불구하고 기품 있고 아름다우며 자연스런 자태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화다. 영화에서 레드그레이브는 클레어의 첫사랑 로렌조 역으로 그녀의 진짜 남편이자 과거 서부극 주연을 도맡았던 명배우인 프랑코 네로와 함께 출연하여 호흡을 맞추고, 영화 <맘마미아>에서 뛰어난 노래 실력과 숨겨진 재능을 한껏 발휘한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소피 역을 맡아 좋은 연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탈리아 베로나의 줄리엣 생가라는 마법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게리 위닉 감독은 사랑에 빠진 여자들의 심리를 탁월하게 포착하며 꿈같은 이야기를 보여준다. 실제로 베로나에 있는 ‘줄리엣 하우스’의 ‘줄리엣의 발코니’는 관광 명소로서 로미오가 줄리엣에게 사랑을 고백했던 곳이다. 매년 많은 사랑에 빠진 여성들이 방문해 그 벽면에 자신들의 속마음을 털어놓은 편지를 붙이면, 베로나 시에서 운영하는 ‘줄리엣의 클럽’ 멤버들이 매년 5,000통에 달하는 편지에 일일이 답장을 해준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은 바로 이곳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

때마침 함께 여행 온 약혼자 빅토(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가 약혼녀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사업 확장에만 정신이 팔려 바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하릴없이 혼자 소일하며 관광하고 있던 소피가 베로나 여행 중 우연히 줄리엣의 발코니에 들러 50년 전에 쓰인 러브레터 한 통을 돌담 깊숙이 들어간 곳에서 발견한다. 그리고 그 편지의 사연에 매료되어 충동적으로 답장을 보내는데, 며칠 뒤 그 주인공인 클레어와 손자 찰리(크리스토퍼 이건)가 소피를 찾아온다. 클레어는 소피의 편지에 용기를 내어 50년 전 놓쳐버린 첫사랑 찾기에 나선 것이다. 변호사인 손자 찰리는 늙은 할머니의 첫사랑 찾기가 선뜻 마음에 들지 않아 까칠한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어쩔 수없이 소피와 함께 클레어의 첫사랑 찾기 여행에 동참한다. 그 과정에서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는 소피와 현실주의자인 찰리, 이 두 사람도 정반대의 성격으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게서 각각 새로운 사랑을 느끼게 된다. 드디어 클레어와 로렌조는 운명적인 해후를 하고, 찰리와 소피는 어느새 가까워진 서로의 모습을 발견한다.

사랑의 미로에서 헤매는 세상의 수많은 줄리엣들을 대신해서 이 영화는 지금, 용기를 내어 눈앞의 그 상대를 붙잡으라는 메시지를 암시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를테면, 로렌조와 50년이라는 시간을 극복하고 다시 사
▲ 김성희
랑을 꽃피우는 클레어의 입을 빌어서, 영화는 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같이 답답한 사람은 처음 보는구나. 사랑을 얘기할 때 늦었다는 말은 결코 있을 수 없단다.” 그리고 “나처럼, 너도, 소피를 찾으러 앞으로 50년이나 더 기다렸다가 이렇게 남의 집 대문이나 두드리고 다닐 테냐?”고 말이다. 클레어의 이러한 결정적인 말들에 마음이 동요된 찰리는 마침내 소피에게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하기에 이른다. 지금이라도 이탈리아 베로나의 줄리엣 하우스에 들러 줄리엣 발코니 앞을 서성이다, 그 순간 떠오르는 추억 속의 옛사랑에게 이제껏 한 번도 말하지 못한 ’탈고 안 될 그 전설‘을 편지로라도 전달해 본다면 그 얼마나 멋진 일일까?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술대학 교수,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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