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부럼 깨고 더위 팔고…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

정월대보름, 전주 양지노인복지회관 가보니…

기사 작성: 박아론 기자 - 2011.02.17 19:43

“복지관 식구들과 함께 보내는 대보름날, 마치 축제 같아요.”

17일 오후 2시부터 전주 양지노인복지관에서 마련한 대보름 행사에 참여한 이순덕(여·64)씨는 정월 대보름 행사에 참여한 소감을 밝힌 후 무대 위로 뛰어올라 대보름 행사장 내 흥을 돋우었다. 1년간 복지관에서 우리 춤 체조를 배운 이씨는 이날 공연을 준비하던 중 발목 부상을 입었음에도 복지관에 나와 환한 미소를 띠며, 소고 춤을 선보였다.

이씨는 “예년과 달리 이번 대보름은 노인복지관에서 많은 친구와 함께 보내게 됐다”며 “눈으로 행사를 즐겨도 좋았을 텐데, 직접 공연에 참여하게 돼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다리는 아팠지만 이날 공연을 위해 그동안 흘린 땀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다”며 “행사에 참여한 덕분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북, 장구, 꽹과리, 징의 어우러짐 함께 문을 연 이번 복지관 대보름 행사는 먹을거리, 볼거리가 더해져 그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복지관 수업을 받고 있는 노인들이 꾸민 2부 행사가 진행되면서 행사장 열기는 고조됐다. 이씨가 참여한 우리춤 체조 팀, 민요공연단, 한국무용공연단도 연달아 그동안 배운 춤과 노래에 자신만의 끼와 재능을 쏟아내며 흥겨운 무대를 펼쳤다. 무대 위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객석에서 엿판을 어깨에 멘 엿과 떡을 파는 할머니 “떡 사세유”라는 외침에 장 내가 웃음바다가 됐다.

3부 행사가 시작되자 대보름 분위기가 물씬 나기 시작했다. 윷 판이 벌어지고, 제기차기, 투호, 고리 던지기 등 각종 전통 놀이가 시작되자 흥은 최고조에 달했다. 게임에 지쳐 허기가 질 무렵 대보름 음식 만들기 시간이 찾아왔다.

찰밥 나누기 행사에 참여한 최순자(여·68)씨는 “행사에 쓰기 위해 설레는 마음에 나물을 모두 손질했다”며 “대보름날 함께 모여 음식도 만들고, 다 같이 먹을 수 있어 기쁨과 즐거움이 두 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김봉곤(61)씨는 “대보름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세태 속에서 복지관에서 대보름날 전통 행사 마련해, 향수 느낄 수 있었다”며 “부럼도 깨고, 더위도 팔면서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박아론 기자 aron@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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