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 두루. 둥 두루 둥.”

21일 오전 11시께 전주양지노인복지관이 북 소리와 드럼 소리로 후끈 달아올랐다. 스틱을 머리위에까지 들어올렸다 “쿵”하고 내리치자 북 소리는 강의실 안을 맴돌다 귓전을 때렸다. 일정한 박자가 계속 반복되자 어깨가 절로 들썩거렸다. 어느새 리듬감에 빠져들었고, 경쾌한 드럼 소리에 희열까지 느껴질 정도다.

북과 드럼 앞에 선 이들은 다름 아닌 60대를 훌쩍 넘긴 노인들. 난타동아리 회원들이다. 난타 동아리 14명 대부분은 60대로 구성됐지만 70대를 훌쩍 넘긴 노인들도 있다. 이들은 매주 2번씩 모여 북과 드럼을 두드리며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친목도 도모한다.

난타에는 리듬과 비트가 있다. 우리나라 풍물처럼 흥겨운 리듬감을 느끼게 해 한번 그 매력에 빠져들면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게 바로 난타의 매력이다.

이들 난타 동아리 노인들도 처음에는 리듬감을 익히는데 적잖이 애를 먹었지만, 자주 모여 연습을 하면서 서서히 하나 된 모습을 찾아갔다. 난타는 피아노나 기타와 달리 악기를 연주하는데 별다른 ‘스킬’ 없어도 가능하다. 어느 정도 리듬감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바로 난타다.

한번 모일 때 연습시간이라고 해봐야 비록 1시간에 불과하지만 연습을 마치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땀 흘려 연습을 하고 났을 때의 그 희열과 만족감은 다른 것과 바꿀 수 없는 크나큰 기쁨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1시간 동안 진행되는 난타 동아리는 노인들에게 난타를 배우는 기쁨과 함께 황혼의 나이에 적적함마저 잊게 한다. 연습이 끝나면 가벼운 다과를 갖거나 식사 자리가 마련돼 노인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친근감을 쌓고 외로움을 잊는다. 노인들에게 난타는 배움의 즐거움과 삶의 활력소를 찾는 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하나의 공연을 하기까지는 창작의 인내가 필요하다. 다른 장르처럼 기존에 만들어진 음악을 그대로 공연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난타 동아리의 경우 전문 강사가 이러한 리듬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회원들도 참가해 창작과 수정을 반복한다. 그렇게 해서 하나의 난타 공연이 완성되는 것이다.

‘배우자. 즐기자. 나누자.’

난타 동호회들이 추구하는 문구다. 단순히 배움의 기쁨을 넘어 난타를 즐기고, 이후에는 배움의 기쁨과 즐거움을 다른 사람에게까지 나누자는 것이다.

난타 동호회 백승현(63) 반장은 “많은 노인들이 난타를 배우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일단 한번 배우면 난타의 매력에 빠져 건강과 생활의 기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난타 동아리는 요즘 야심한 공연 하나를 기획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복지관 졸업 기념식 자리에서 자체 공연을 펼친 게 유일한 공연 경험이지만 오는 9월 예정돼 있는 동아리 발표회에서 먼진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 발표회는 양지노인복지관이 운영하는 다양한 동아리들이 모두 참여해 그동안 배우고 익힌 것을 무대에서 펼치는 자리로, 이 발표회를 통해 마련된 수익금은 독거노인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백 반장은 “이날 난타 동아리 팀들이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펼쳐 황혼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길 바란다”며 “많은 노인들이 난타를 배우는 기쁨을 맛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냉기로 가득 찼던 강의실 안은 노인들이 한참 동안 북과 드림을 두드리면서 어느새 열기로 달아올랐다.

/하종진 기자

1년활동한 송정환씨

“북과 드럼 소리가 딱딱 맞아 떨어지면서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가슴속에 뭔가 벅차오르는 느낌이 올 때가 있습니다.”

양지노인복지관 난타 동아리에서 1년 동안 활동했다는 송정환(66·전주시 중화산동)씨 난타의 매력을 이렇게 전했다. 리듬과 비트에 맞춰 마구 두드리다 보면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온 몸이 땀으로 젖어들 때의 그 느낌은 해보지 않고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기쁨이다.

그는 “2002년 퇴직 후 아파트 경비, 학교 야간 근무 등을 하다가 친구들의 소개로 양지노인복지관 난타 동호회를 알게 됐다”면서 “난타를 배우고 나서부터 고질병이었던 목 디스크와 오십 견이 말끔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하종진 기자 wlswjd@sjbnews.com

*난타란=난타는 한국 최초의 비언어 퍼포먼스다. 난타는 권투시험의 난타전처럼 마구 두드린다는 뜻. 리듬과 비트로만 구성된 난타는 한국의 사물놀이를 서양식 공연양식에 접목했다. 대형 주방을 무대로 해 네 명의 요리사가 등장해 결혼 피로연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각종 주방기구 즉 냄비, 프라이팬, 접시 등을 가지고 사물놀이를 연주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난타는 1997년 초연 이래 한국의 대표적 문화상품으로 성장했다. 1999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축제에서 호평을 받았고 2000년 7월에는 난타전용극장이 개관되어 그해 10월 공연 1000회를 돌파했다. 이후 난타는 국내 공연은 물론 세계 공연의 메카인 미국 브로드웨이 무대에까지 진출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