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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산책]<146>씨민과 나데르, 별거


기사 작성:  김성희
- 2011.05.12 15:39

2011년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씨민과 나데르, 별거>는 아쉬가르 파르허디 감독의 신작 영화이다. 아쉬가르 파르허디는 2003년 첫 장편 데뷔작 <사막의 춤>으로 모스크바영화제 최우수남우주연상과 비평가상을, 두 번째 장편 <아름다운 도시>로 바르샤바영화제와 인도영화제에서 최우수상을, 네 번째 장편 <어바웃 앨리>로 베를린영화제에서 은곰상과 감독상을, 2011년 다섯 번째 장편 <씨민과 나데르, 별거>로 베를린영화제 금곰상과 남녀주연상을 수상한다.

<씨민과 나데르, 별거>의 오프닝 씬은 씨민과 나데르의 법정 출두 장면이다. 아내, 씨민(레일라 하타미 분)은 딸 테르메의 교육과 치매노인인 시아버지의 부양에 지친 나머지 머나먼 타국으로의 이민 행을 주장하는데 반해, 남편, 나데르(페이만 모아디 분)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의 부양을 위해 조국, 이란을 떠날 수 없다는 생각을 조금도 굽히지 않는다. 급기야 나데르가 이혼 신청을 받아주지 않자 씨민은 나데르에게 별거선언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가버린다. 어머니를 따라가지 않고 그냥 집에 있기로 선택한 딸 테르메와 함께, 직장을 다니면서 아내 대신에 치매 걸린 늙은 아버지 간병을 책임져야하는 나데르는 일하는 낮 시간 동안 자기를 대신해 아버지를 돌봐줄 간병인을 찾다가 임신 중인 라지에를 고용한다.

그러나 철부지 어린 딸과 함께 방문 노인 수발을 하던 라지에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자기의 아버지가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었음을 집에 돌아와 알게 된 나데르는 격분한다. 더군다나 아버지를 침대틀에 묶어두고 자리를 비운 것 이외에도, 집안에서 돈까지 없어지자 이에 몹시 화가 난 나데르는 라지에를 의심하며 곧 바로 그녀를 해고해버린다. 나데르에 의해 현관문 밖으로 떼밀어 떨어진 라지에가 유산을 하게 되고, 라지에 부부는 나데르를 살인 혐의로 고소하게 된다. 점차 씨민과 나데르 가족 문제는 나데르 부부와 라지에 부부의 가족 간 갈등으로 비화되고 그 안에서 각 주인공들의 내면 심리는 사회적 윤리와 도덕적 종교적 윤리들과 상충하게 된다. 법정 송사문제에 대처하랴 노부모 간병 수발하랴 자녀교육에 신경 쓰랴 정신없는 나데르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오열하며 힘들어한다. 별거 중이긴 하지만 이러한 나데르와 테르메의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시 치매 걸린 시아버지를 친정으로 데려와 한시적으로 간병하는 씨민, 출퇴근 시에 딸 테르메를 등하교시키고 병든 아버지는 처갓집에 맡겼다가 다시 퇴근 무렵엔 아버지와 함께 귀가해야하는 나데르, 그리고 테르메 등은 각각 힘겨운 상황에 처한다.

그 후 이어지는 법정 재판과정을 통해 영화는 각기 다른 윤리적 딜레마에 놓이는 등장인물들의 입장에서 치우침이 없이 각 인물들의 내적, 외적 갈등을 세심하게 보여준다. <씨민과 나데르, 별거>에서 연출의 달인답게 아쉬가르 파르허디는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감정선을 섬세하게 포착해내는 촬영 감각과,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을 잘 정리해내는 효과적인 편집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사회문제의식을 제고하며,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을 통해, 종교와 윤리, 성별과 계급의 문제 등 여러 가지 화두들을
▲ 김성희
절묘하게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씨민과 나데르, 아버지와 나데르, 나데르와 테르메, 씨민과 테르메, 고용주와 피고용인 등의 모든 인물들 사이의 비밀스런 진실이 조금씩 퍼즐처럼 드러나는 클라이막스에 이르게 되면, 우리는 과연 공동체 선과 정의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사회는 치매노인 부양가족에게 지역사회에 기반을 둔 가족 중심의 다양한 가족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에 잠시 머문다.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술대학, 전북비평포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