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우진문화공간서 열린 '시로 그리는 세상 발표회'

기사 작성: 조석창 기자 - 2011.05.31 20:00

▲ 31일 전주 우진문화공간 특별공연장에서 열린 2011 전주희망학교 "時로 그리는 세상" 프로그램 발표회장에서 양지노인복지관 신봉금 어르신이 '장미꽃' 을 주제로 지은 시를 낭송하고 있다. / 황성은 기자 eun2@sjbnews.com

“과거엔 시는 고사하고 글도 제대로 몰라 어려운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는데, 피아노 음악에 맞춰 멋진 공간서 시낭송을 할 줄을 꿈에도 몰랐다. 아는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

가정의 달을 맞아 뜻깊은 시낭송회가 31일 전주 우진문화공간에서 진행됐다. 그동안 배움의 기회를 놓쳐 글을 깨우치지 못했던 60대 이상 고령자들이 5년 전부터 한글을 학습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저마다 시를 한 편씩 발표하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시로 그리는 세상 발표회’란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는 전주시 9개 평생학습기관이 공동으로 진행해 모두 134편의 시가 만들어졌고, 각 기관 문해교육 학습자들은 자신이 직접 작문한 시를 음악에 맞춰 읽는 시낭송회를 가졌다.

박애동(우아동·73)씨는 “아무것도 모르고 살다가 이제야 하나 하나 배워가고 있어 모든 것이 즐겁다. 새로운 세상을 만나 살아가는 느낌이다”며 “글을 몰라 버스 타기도 힘들었고 서점서 책을 구입하는 것을 꿈도 꾸지 못했다. 선생님과 함께 해보니 새롭고 즐거워 열심히 하고 있다”며 그간의 과정을 밝혔다.

이날 시 ‘벚꽃’을 침착한 목소리로 발표한 박씨는 “여러 사람들이 같이 해 긴장도 되지 않고, 즐겁게 낭송한 것 같다”며 “나이를 떠나 아주 즐겁고 유쾌한 하루였다. 마치 손자 재롱잔치에 온 느낌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글을 배우는 것 자체도 어려운데 시까지 창작하기란 이들에게 다소 무리일 수도 있는 게 현실. 때문에 시인이라기보단 친구에게 말을 하는 것처럼 단어 하나하나를 풀어냈고, 그간 무심코 지나쳤던 풀 한포기도 유심히 보게 되는 습관이 생겼단다.

성인문해교육 최윤옥 강사는 “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덧 시를 한 편 완성하게 됐다. 잘 따라준 어머님들에게 고맙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한글만 가르치는 것만이 아닌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아 준 것 같다”며 “이번 행사로 어머님들에게 인생의 날개를 달아줬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는 시낭송회에 이어 각자 어머님들이 준비한 장기자랑도 이어져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키도 했으며 이들의 시는 소책자로 발간되기도 했다.

/조석창 기자 jsc@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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