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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을 대표하는 답성놀이 축제
[전북의 축제] 2. 고창모양성제 (상)
2011년 06월 02일 (목) 권오성 시민기자 kosmosos@naver.com

삼색의 화려한 한복을 차려 입고 나서 머리에 손바닥만한 돌을 이고 성곽 위를 걷는다. 성을 한 바퀴 돌자 어느새 다릿병이 낫는다. 한결 편한 다리로 두 바퀴를 도니 이제 병치레 없이 오래 살 것이란다. 마저 세 바퀴 돌면 죽은 후에도 극락으로 승천한다나!

아직도 고창군의 모양성(고창읍성·모양산성)이 전하고 있는 답성놀이(성돌기·성밟기)의 내용이다. 물론 답성놀이는 개성의 천마산성, 남원의 교룡산성, 전남 영광 지역에서도 전해오는 풍속이긴 한데 그 중에 고창군이 활발히 행해온 만큼 가장 우리나라를 대표한다.

   
  ▲ 고창읍성의 다른 이름인 모양성은 백제 때 이 지역이 모량부리라 불렸던 데서 유래한다. ⓒ 고창군.  
 

고창군 읍내 동남쪽에 자리한 모양성은 조선시대 단종 원년에 왜구의 침입을 방어하려고 축조한 것으로 현재는 원형에 가깝게 복원돼 있다. 해마다 이를 기념하여 음력 9월9일 중양절을 전후로 모양성제가 열리는데, 여기에 군민의 한마당이 함께 하면서 고창군의 대표 문화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올해로 38회째를 맞이할 정도로 연륜도 꽤 쌓아가고 있으며, 문화부 지정 예비축제에 몇 해 동안 포함되면서 외부의 관심도 상당히 높아졌다.

모양성 답성놀이의 색다른 체험

모양성제는 국내 축제 중 유일하게 답성놀이를 재현한다. 여느 축제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핵심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성곽 위를 걸어보는 낯설지만 색다른 체험은 가장 큰 매력이다. 30분 정도의 거리(약 1.7km)를 사색에 잠겨도 보고, 조용하게 소원을 빌며 흐트러진 마음을 추슬러 본다. 바로 앞에 펼쳐 보이는 읍내 모습과 저 멀리 풍광은 운치를 돋운다.

   
  ▲ 모양성의 답성놀이. 전국에서 가장 대표한다. ⓒ 고창군.  
 
해에 따라 축제의 변화를 시도하는 편이라 행사의 내용은 여러 모로 약간씩 달라진다. 모양성과 연관한 주요 행사를 보면, 보통 원님 교인식(신·구임의 관인 교환 의례)과 거리 행진, 조선시대 관아 및 병영 체험, 수문장 교대식, 봉화대 점등식, 모양성 저잣거리 재연, 축성 참여 고을기 게양식 등의 행사가 눈길을 끈다.

 특히 읍성의 본래 기능에서 착안한 병영 체험 행사는 최근 들어 빠지지 않고 있다. 내용을 보면 전투식량(조선시대와 현대군의 비교)과 주먹밥, 봉수군·병장기·옥사 체험 등으로 나름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이밖에 도자기, 한지공예, 전통매듭, 탈·가면 만들기, 등바구니 엮기 등 농경 생활 체험도 꾸준하다.

   
  ▲ 고창현감 행차를 재현하고 무사들의 무예를 선보이는 거리 행진. ⓒ 고창군.  
   
  ▲ 수문장 교대식. ⓒ 고창군.  
   
  ▲ 전통 무예를 시범하고 있다. ⓒ 고창군.  
   
  ▲ 농경 생활 체험를 비롯 여러 놀이도 즐긴다. ⓒ 고창군.  
   
  ▲ 전통 방식에 따라 혼례를 올리고 있다. ⓒ 고창군.  
 

지역의 흥과 멋과 맛을 즐기자

연계 행사이긴 하지만 농악경연대회는 고창군민의 흥과 멋을 즐기기는 데 나무람이 없다. 지역의 내로라하는 풍물패들이 동시에 모여 한마당을 펼치면 한낮 축제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이른다. 타지에서 오는 분들이라면 대회 날짜를 눈여겨보고 방문해야 진정 신명나는 공연을 놓치고 마는 낭패를 면한다.

다른 지역의 굵직한 축제에 비하면 예산이 많지 않은 탓에 화려한 무대와 볼거리는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모양읍성의 고유한 주변 환경만큼은 남다른 풍취가 감돈다. 또한 읍성 바로 옆 판소리 박물관에서는 여러 전시회와 국악 공연이 열린다. 더불어 판소리 이론가이자 개작자인 동리 신재효 선생의 유품과 고창 지역의 명창들의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

좀 더 바깥으로 눈을 돌리면, 우선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한 고인돌의 유적지와 박물관을 빼놓으면 안 된다. 한편 미당 서정주 선생을 기리는 시문학관에 들려도 좋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면, 당연히 인근 음식점에 찾아가 지역 특산물인 ‘풍천장어’와 ‘복분자’를 맛보는 즐거움도 결코 놓칠 수 없다.

 

   
  ▲ 농악경연대회. 고창 지역 주민들의 흥이 담겨 있다. ⓒ 고창군.  
   
  ▲ 신재효 선생과 고창 명창들의 유산이 담긴 판소리 박물관. ⓒ 고창군.  
   
  ▲ 고인돌 유적지와 미당 시문학관을 둘러 보니, 장어와 복분자가 기다린다. ⓒ 고창군.  
 

 * 덧붙이는 말
고창군의 대표 축제를 하나 꼽으라면 모양성제와 청보리밭축제 사이에서 주저하는데, 성격과 인지도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청보리밭축제는 풍경과 운치를 찾아 전국 각지에서 방문객이 몰려오는 유명세가 있다면, 모양성제는 주민의 참여가 두드러져 지역 문화의 정체성과 변화 과정을 들여다보기에 적합하다. 양 축제 모두 나름의 특장점이 있는 만큼 우열의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  

[전북의 축제] 연재에 들어가며

전국 곳곳에 연중 불고 있는 축제의 바람은 지역 사회엔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켰다. 지역 문화의 내용과 형식을 고민하기 시작했으며, 단순 참가를 넘어 지역 공동체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또한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는 등 지역 경제 전반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물론 기대와 달리 축제 개최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예상외의 큰 반향을 일으켜 이른바 '대박'을 터트린 지자체가 있는 반면에, 별다른 재미를 못 보자 난립과 혼란으로 여겨 '구조조정'의 칼을 들이대기도 한다.

주목할 만한 사회문화 현상으로서, 1990년 이후 고속 팽창해온 지역 축제를 종합하는 작업은 당면한 과제이다. 그런데 정교한 분석 도구와 정치한 방법론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부족한 상황이라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기에는 아직은 이른 감이 있다. 더구나 그동안 지역 축제의 분화와 진화를 가늠할 기초 자료의 축적이 생각보다 많질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 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주목할 만한 축제들의 시행착오를 현장 중심으로 들여다보고, 지역의 생생한 의견을 거칠게나마 종합하려는 시도는 상당한 의미로 다가온다. 이런 작업이 조금씩 모이다 보면 지역 축제 연구의 디딤돌을 하나둘 놓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우선 2006년부터 집중 방문해온 전북의 지역 축제를 다룬다. 각 시•군을 대표하거나 주목할 만한 축제를 먼저 선정하고 정리하겠다. 앞으로 연재할 글이 조금이나마 논쟁을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킨다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쉽게 축제를 이해하고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정보와 안내 역할을 놓치지는 않겠다. 많은 질타와 격려를 주시면 고맙게 받아들이겠다. 연재글은 축제마다 두 부분으로 나누어 서술한다. 첫번째는 축제 안내서로, 두번째는 축제의 의미와 쟁점의 재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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