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예정영화]한 음악천재의 추락 '소년 KJ'
[개봉예정영화]한 음악천재의 추락 '소년 KJ'
  • 윤승갑 기자
  • 승인 2011.06.09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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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소년KJ'

11살 홍콩 음악 콩쿠르를 석권하며 세계무대를 향해 웅비하던 피아니스트 KJ(황가딩.黃家定).

홍콩과 대만의 영화제를 휩쓴 장경위 감독의 다큐멘터리 ‘소년 KJ’는 천재 피아니스트 KJ의 음악과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담아낸 영화다. 실제인물 황가정은 17~18살 정도의 소년이며 영화는 소년의 음악세계와 천재성, 그리고 추락을 이야기하고 있다.

2008년 제작된 이 영화는 KJ의 어린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11살 때 런던과 체코의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했을 정도로 눈부신 연주 실력을 지닌 KJ는 음악 신동이다. 피아노뿐만 아니라 바이올린, 오케스트라 지휘까지 다재다능하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음악에 대한 진지한 KJ가 완벽하게 음악과 하나가 된 표정으로 건반을 두드리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에게 클래식 음악의 묘미를 보여준다.

영화속 KJ는 피아노를 연주하는 손놀림이 거침없다. 얼굴에 장난기가 가득한 까까머리 열한 살인데, 음악에 대해선 놀랍도록 냉정하다.

거침없는 성격도 두드러진다. 체코 보후슬라브 마르티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1번을 협연할 때 아버지 같은 연주자들에게 겁 없이 말한다. “목관 파트가 처져요, 음도 놓쳤고. 그래선 안 되잖아요.”

또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좋은 선생을 만난다면 음악가가 될 수 있어요’, ‘모두가 음악을 알면 세상이 완벽해질 텐데… 세상은 불완전한 거 같아요’ 라고 말하는 등 KJ의 세상과 인생에 대한 통찰은 관객들에게 단순한 음악 영화 이상의 재미와 의미를 약속한다.

영화는 KJ의 11살 때와 17살의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는 과감한 편집으로 93분 내내 극영화와 같은 긴장감을 유지한다. 하지만 TV에서 자주 목격할 수 있는 ‘신동 소개’ 프로그램과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는 피아노 천재 소년 KJ가 주변 인물과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하나씩 벗겨 내며 전개된다.

6개 소제목 중 첫 번째는 KJ의 지도교사 낸시 루와의 이야기다. KJ는 오로지 음악과 자신만을 생각하지만 낸시 루는 세상과의 관계를 중시한다. 지도교사를 시작으로 형과 여동생, 친구, 학교, 아버지까지 KJ의 삶 속에서 얽혀지는 인간관계를 다층적으로 기록한다.

똑같이 연주자의 길을 걷지만 KJ의 천재성에 주눅 들어 지내는 형과 여동생, 헌신적으로 자식들을 뒷바라지하지만 정작 아들과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하는 아버지를 따라가다 보면 KJ의 천재성이 서로에게 드리운 그늘을 느끼게 된다.

훌쩍 큰 키만큼 생각도 많아진 KJ의 모습은 반전을 이룬다. 한때 적수가 없을 정도로 잘 나가던 그는 흐르는 세월 속에서 학교의 골칫덩어리로 변한다. 친구들과 후배들은 음악을 대하는 KJ의 오만한 태도에 넌더리가 난다.

도대체 6년의 세월 동안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KJ의 성장부를 이야기한 영화는 청소년으로 성장한 KJ가 겪는 심리적 변화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왜 그가 주목받는 천재에서 점점 ‘왕따’로 변해갔는지 추적해 간다. 카메라는 담담하게 KJ의 일상을 들춰내면서 그의 내적 공허감과 불안, 격동을 섬세하게 끄집어낸다.

11살 때의 순수한 모습과 17살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교차 편집해 보여준 점은 이러한 내적 변화의 흐름을 설득력 있게 전한다.

다큐 영화가 심각한 사회 이슈나 자연의 모습만을 다룬다고 생각했던 관객은 ‘소년 KJ’를 통해 인물 다큐의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3분 러닝타임 내내 흐르는 클래식 음악이 주는 기쁨도 쏠쏠하다. 클래식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답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 등 다양한 음악들이 귀를 즐겁게 한다. 스크린이 갑자기 암전되고 음악만 나오는 특이한 장면도 있다. 음악에 좀더 집중해 달라는 감독의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지난해 홍콩필름페스티벌 신인감독상, 대만 금마장 최우수다큐멘터리상, 편집상, 음악상, 음향효과상 등을 수상하는 등 각종 해외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

첼리스트 출신의 장경위 감독은 당초 천재 아이의 성장 이야기를 그려보기 위해 ‘소년 KJ’를 카메라 앵글에 담아보려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소년 KJ’는 예정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게 또한 인생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는 듯 하다. 영화 속에서 비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경쟁 자체를 포기한 모습, 음악을 통해 괴로움을 견디는 모습이 나타난다.

/윤승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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