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문바위와 거북바위, 만물상… 바다위 '조각 전시장'
남문바위와 거북바위, 만물상… 바다위 '조각 전시장'
  • 김병진 기자
  • 승인 2011.06.16 20: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진 기자의 홍도여행]그곳에 섬이 있었다
▲ 홍도 1경 남문바위, 석문을 지나간 사람은 1년 내내 더위를 먹지 않고 행운을 얻게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3대 섬 여행지는 동해의 울릉도, 남해의 거문도, 서해의 홍도·흑산도다. 여기서 제주도는 빠진다. 섬 여행이라 하면 필수적으로 배를 타는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섬 여행은 변수가 많다. 이번이 그랬다. 지난달 27일 거문도행 여객선이 안개 때문에 결항 되면서 임시방편으로 택한 것이 ‘홍도’였다. 목포에서 1박 후 아침 일찍 여객터미널로 나섰다. 하늘은 잔뜩 흐렸고 바다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홍도·흑산도 여행은 가능하다. 그러나 안개가 낀 날엔 가면 안된다. 유람선이 뜨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섬에서도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주말이라 그런지 목포 여객터미널에는 작은 배낭을 둘러맨 여행객들로 가득했다. 모두 초조하게 홍도행 여객선 탑승만을 기다렸다. 흑산도 시정이 200m도 되지 않는 악조건 이었지만 2,000여명의 홍도 여행객들의 부풀은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었는지 배는 떴다. 이런 날씨에 승객들이 없는 평일에는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뿌~~뿌~~

▲ 홍도를 떠나는 쾌속선과 그 앞을 비춰주는 등대가 낭만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섬들로 둘러싸인 다도해상을 지나 본격적인 바다가 시작되자 잠잠했던 파도가 심술을 부린다. 이리저리 출렁대며 마치 청룡열차를 타는 기분이 든다. 승객들은 저마다 스릴 넘치는 함성을 질러댔다.

그러나 즐거움도 잠시, 승객의 절반이상이 쓰러지며 비닐봉투 찾기에 급급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목포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을 섬 주민들은 ‘멀미배’라고 부른다. 멀미약을 먹더라도 파도가 심하면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경치를 즐긴답시고 배의 앞부분이나 2층에 올라가면 안된다. 승무원들도 이곳은 피하는 장소로, 어지럼증과 구토등 배멀미를 극대화시킨다. 쾌속선의 명당자리는 1층 TV앞과 매점근처다.

그렇게 전날 저녁에 먹은 ‘세발낙지’ 등을 토해내며 2시간, 중간 기착지인 흑산도에 도착했다. 흑산도는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고 해서 ‘흑산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예로부터 해산물 양식이 활발하고 고깃배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곳이기에 여기서 돈 자랑은 금물이다. 흑산도 예리항은 동중국해와 서남단 인근 어장의 전진기지로 많을 때는 2,000여척의 어선이 모여 장관을 이룬다고 한다.

또 흑산도는 조선시대 유배지로 수많은 문화유적이 있다. 다산 정약용선생의 둘째형이자 조선후기 문신인 정약전 선생이 15년동안 여기서 유배생활을 하며 ‘자산어보’를 썼다. 우리나라 섬 가운데 유일하게 대다수 주민이 천주교인이라는 점도 이채롭다.

▲ 노점에서 주인이 해산물을 손질하고 있다.

쾌속선은 30분 뒤 최종 목적지인 ‘홍도’에 도착했다. 홍도는 섬 전체가 홍갈색을 띤 규암질의 바위로 이뤄졌고, 풍란을 비롯한 540여종의 희귀식물과 231종의 동물이 서식한다. 섬 전역이 천연기념물 제170호,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 가져갈 수 없다. 신안군이 자랑하는 ‘천사의 섬’(워낙 많아 다 샐 수는 없지만 대략 1,000개의 섬이 있는 것으로 추정)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며 낙조 때는 섬 전체가 붉게 보인다.

▲ 홍도는 주말이면 2,000여명의 관광객이 찾아 성황을 이룬다.

우여곡절 끝에 다다른 섬, 홍도는 뿌연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비밀을 숨기고 있는 바위섬의 자태는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선착장에 발을 내딛자 내륙에선 맡아보기 힘든 습한 갯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쾌속선이 접안하는 1구 마을은 섬의 두 봉우리, 양산봉(231m)과 깃대봉(365m)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 바위섬을 따라 가파르게 좁은 골목이 나있다. 그 옆으로 형형색색의 음식점들과 숙박업소들이 오밀조밀하게 들어섰다.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삶을 일궜을까 싶을 정도로 척박한 땅이다.

▲ 파도가 만들어낸 홍도의 해식동굴

지난해 5월 홍도분교에서 내연발전소까지 500m 나무데크로 된 해안 산책로가 조성됐다. 장시간 배를 타고 온 피곤함도 잊은 채 시원한 바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한 발짝씩 걸음을 옮기면 어느새 에메랄드 빛 바다를 만나게 된다. 기암괴석을 자랑하는 33개의 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리품이 넉넉한 사람들은 깃대봉 가는 길, 전망대도 좋다. 사람 키만 한, 잘잘한 구실잣밤나무로 둘러싸인 전망대에 밤꽃향이 엄습했다.

홍도의 바깥 모습을 보기 위해 유람선에 올랐다. 20여 개의 섬으로 이뤄진 홍도는 전체 면적이 6.78㎢, 해안선 길이가 20.8㎞에 이른다. 돌과 바람의 합작품이 33경이나 된다. 유쾌한 입담을 자랑하는 관광해설사 손짓을 따라 200여명의 여행객들의 기대에 찬 눈동자가 바삐 움직인다. ‘김홍도’라는 이름표의 이 아저씨는 무려 2시간30분이나 진행되는 유랑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홍도에 대해 입을 놀렸다. 노래도 하고, 관람객 사진도 찍어주고, 횟감을 썰어 나르기까지 흥을 내기 위해 안하는 게 없다.

유람선 기행에서 가장 먼저 만남 것은 남문바위. 홍도 제 1경으로 바위섬에 구멍이 뚫려 있다. 이 작은 문을 지나간 사람은 1년 내내 더위를 타지 않고 행운을 얻게 된다는 전설이 전해져 온다. 또 홍도를 수호한다는 거북바위는 하늘을 향해 목을 쭉 빼고 뭔가를 응시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 영락없는 거북이다. 이 거북바위는 과거 청나라 해적이 쳐들어 올 때마다 풍랑을 일으켜 홍도를 지켜냈다는 전설이 있다. 이밖에 보는 사람마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는 만물상 등 자연이 깎아놓은 조각상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뿐만 아니라 바위절벽에 아슬아슬 생명을 피운 나무들은 하나같이 멋진 포즈로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 홍도는 전체가 바위섬으로 이뤄져 있다.

홍도 유람선 관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선상에서 맛보는 회 한 접시에 소주한잔이다. 정신없이 기암괴석들 구경에 빠져 있을 때 쯤 마치 해적떼처럼 어디선가 고깃배들이 옆에 와 붙는다. 우럭, 광어 등 한팩에 3만원이다. 만만한 가격은 아니지만 홍도의 절경을 감상하며 먹는 신선도 100%의 회는 그 맛이 일품이며 추억거리로 최고다.

▲ 2시간 반 정도 유람선을 타면서 홍도의 장엄한 광경을 감상할 수 있다.

2시간 반 정도의 유람선 여행이 끝나니 안개는 사라지고 푸른 홍도의 모습이 오롯이 보였다. 푸른 산과 바다,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 섬’그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당일치기의 촉박한 일정 속에 아쉬움이 컸다. 신안군이 자랑하는 천사의 섬. 어느 곳 하나 모자라다 할 수 없는 비경과 장대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보석 같은 섬. 선착장을 벗어나는 쾌속선 뒤로 바다 위에 앉아 있던 갈매기들이 울음소리를 내며 따라온다.

/김병진 기자 mars@sjbnews.com



Tip.

먹거리

남도여행의 즐거움은 역시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다. 목포에 가면 세발낙지를 빼놓을 수 없다. 여객터미널 주변을 거닐다 보면 좌판 등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시중에서 마리당 3,000원∼5,000원하는 세발낙지가 단돈 1,000원이다. 말만 잘하면 어린 낙지를 서비스로 맛볼 수도 있다. 더욱 별미는 ‘탕탕이’다. 도마 위에 놓고 탕탕거리며 잘게 썬 낙지를 달걀노른자와 섞어 내놓는다. 전주콩나물 국밥과 더불어 남도 최고의 숙취 해소 영양식로 손꼽힌다.

▲ 노점에서 할머니 한 분이 홍도 특산물인 톳을 팔고 있다.

흑산도에 홍어가 있다면 홍도에는 전복죽과 일명 거북손으로 불리는 ‘보찰’이 있다. 1만5,000원인 전복죽은 내장을 모아 끓여주는데 육지에서 먹는 흰죽이 아니라 노란 유채기름을 뿌린 듯 한 고소함이 묻어난다. 이 밖에 활어회, 볼락구이, 매운탕, 전복죽 같은 메뉴도 가능하다. 여객선이 닿는 선착장에도 즉석 노점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숙소

홍도·흑산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숙소 예약이 필수다. 특히 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 중순에는 하루 2,000여명이 방문한다. 예약하지 않으면 숙소 잡기가 어렵다. 대략 2인 1실 기준으로 비수기에는 2만5,000원, 성수기에는 5만원~8만원 선이다. 6월 현재 홍도에는 40여개의 민박과 30개의 여관이 있다. 서해모텔(061-246-3764),홍도여관(061-246-2500) 등을 비롯해 하나로모텔(061-246-2197), 하나모텔(061-246-3736) 등 모텔이 밀집해 있다. 지영민박(061-246-2914), 소망횟집민박(061-246-3753) 등 민박집도 많다.

교통정보

목포에서 홍도행 쾌속선은 목포여객선터미널에서 동양훼리(061-243-2111)와 남해고속(061-244-9915)의 쾌속선이 하루 3~4회 운항한다. 여름철 성수기에는 2~3회 증편된다. 보통 출발시간은 오전 7시50분, 오후 1시20분, 오후 2시이며 홍도 출발시간은 오전 10시20분, 오후 4시이다. 자세한 배편은 목포여객선터미널(061-244-9915)에서 안내받을 수 있다.

일주유람선

홍도유선협업조합(061-246-2244)의 유람선이 대체로 여객선의 도착시간에 맞춰 부정기적으로 운항한다.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내외, 요금은 어른 1인당 1만5,000원.


많이 본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