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산책] <154> 제독의 연인
[시네마 산책] <154> 제독의 연인
  • 김성희
  • 승인 2011.07.14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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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안드레이 크라프추크, 출연| 콘스탄틴 카벤스키 (코르챠크), 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 (안나), 블라디슬라프 베트로프 (세르게이 티미레브), 안나 코발추크 (소피아)



'<타이타닉> 이후 전 세계가 선택한 로맨스 대작'이라든가, '전쟁은 선택이지만 사랑은 운명!'이라고 외치며, 자칭, '전쟁과 혁명을 초월한 불멸의 로맨스'라며 '러시아 블록버스터'를 꿈꾸던 영화, <제독의 연인>은 시베리아 설원을 배경으로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전후 러시아 격변기의 질곡을 헤쳐 나오는 해군 제독의 일대기다. 관객을 흡입하는 첫 시퀀스의 발트 해 해전 장면 같은 전투 씬들은 무려 한 달에 걸쳐 촬영되고, 총 2,400만장의 CG작업의 결과로 그 높은 완성도는 <진주만>의 하와이 공습 장면 이후 최고의 명장면이라는 호평을 얻은 박진감 넘치는 비주얼과, 시베리아, 우크라이나 등 북유럽 올 로케이션에 따른 여타의 스펙터클로 관객들에게 <부활>, <전쟁과 평화>, <닥터 지바고> 등 과거 러시아 대륙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장차 러시아 영화의 상업적 가능성을 미리보기 한다.

그렇지만 역사적 실화에 바탕을 둔, <제독의 연인>은 그 포스터의 포장과는 정반대로 오히려 '불멸의 로맨스를 초월한 전쟁과 혁명'인 것처럼 만들어,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겠다는 이데올로기적 사명감으로 너무 고취된 나머지 ‘강한 러시아’라는 국내용 정치적 슬로건으로 동서고금 '불멸의 로맨스'를 어딘지 희석시켜, 겉과 속을 다르게 함으로써, 뭔가 '2 프로 부족한' 느낌을 주며 예술 딜레탕트 일부의 '엔터테이너'들을 갈증 나게 한다.

실제로 러시아 해군함대 보관소에서 발견된 서신 53통이 100여년 만에 세상 빛을 보게 됨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었던, 영화 <제독의 연인>은 러시아 혁명 당시 마지막 해군 제독(提督: admiral)인 알렉산드르 코르챠크(콘스탄틴 카벤스키 분)와 그의 연인 안나 티미레브(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 분)가 그에게 보낸 러브레터를 바탕으로 스크린에 재현된 작품이다. 이 53통의 애절한 편지로 인하여 드라마틱한 삶을 살았던 제정러시아의 마지막 제독인 코르챠크의 마지막 로맨스가 세상에 알려지고, 이 영화는 두 사람이 만났던 1915년부터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운의 결말을 맞이했던 1920년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처음 전투 시퀀스에서 관객으로부터 선망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파워풀'한 젊은 제독 코르챠크, 제정 러시아 말기 독일 함선과의 이 발트 해 해상전투 시퀀스 12분으로 개선장군이 되어, 헬싱키 승전 파티에서 안나(엘리자베타 보야르스카야)를 만남으로써 치명적 사랑의 자기장(磁氣場)에 돌입한다. 두 사람, 자석처럼 서로에게 강하게 이끌리고, 이미 결혼하여 아내와 아들이 있는 코르챠크 제독, 먼저 그 '첫눈에 반한 감정'에 충실하며 이혼을 선언하며 사랑의 리더쉽을 발휘한다. 그 후, 혁명으로 인한 내전은 두 연인의 사랑에 또 하나의 장애물로 자리 잡고 두 사람 잠시 각자의 길을 걷지만, 사랑의 볼모(?)가 된 안나, 애타는 마음을 러브레터로 전하면 전할수록 속절없이 사랑은 혼자서 눈덩이처럼 커져 간다. '전쟁의 포화 속에 꽃 피는 사랑'이라고? 아니, 그것은 속절없이 저 혼자 커져가는 사랑이다. 큐피트의 '화살'이 아닌 코르챠크의 '총'을 맞은 안나의 '탄환'은 그녀의 격정만큼 자전하며 돌진하며 가슴에 허방의 구멍만 허허롭게 한다. 전쟁 영웅 코르챠크의 리더쉽에 끌려서 그 그림자만 밟는 자원 간호사 안나의 안타까운 사랑은 코르차크와의 행복한 춤의 환상적 엔딩장면으로 남는다. 치명적 사랑과 '불멸의 로맨스'라는 이름에 걸맞는 사랑이 어딘지 실종되어버린 아쉬움을 남기는 대륙적 스펙터클의 비주얼이 인상적인 영화다. "당신이 어쩌다 날 만나서 이 고생을 하게 됐을까?"라고 말하는 코르챠크에게 "당신과 있는 지금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에요. 하지만 딱 한 가지, 후회스러워요. (처음 그 때) 우린 함께 춤도 못 추었어요."라고 말하는 안나! 하지만 그녀도 "잠들면 당신 남편, 눈 뜨면 타인이군." 하며 쓸쓸히 말하는 세르게이에겐 "잔인한 말인거 알아요. 하지만 난 오직 그만을 사랑해요."라는 리더쉽의 측면이 있다는 것은 바로 '존재의 거대 사슬'인가!

적백내전의 전투 씬에서 백군의 탄환이 떨어지자 코르챠크 제독이 직접 총검을 장착하고 진군할 때 군가를
▲ 김성희
연주하며 아무런 무기 없이 적진으로 전진하는 총알받이 군악대 씬은 중국 대륙의 인해전술과 <타이타닉>의 선상 연주 장면으로 오버랩되어 남고, 마지막 후반부 시퀀스에서 십자가 모양의 얼음 구덩이에 수장되는 코르챠크와 산산히 부서지는 와인잔 파편의 라스트 씬은 연출 기교를 느끼게 한다. '불멸의 로맨스!' 운운하던 홍보 포스터와 한국어 영화 제목 <제독의 연인>은 오히려 원제 <제독>을 잘못 과장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코르챠크의 일대기라는 의미의 원제 <제독>이 더 적절하다. 축 져진 눈꺼풀의 늙은 안나가 수미상관식으로 회상하는 내레이션과 함께 산산이 부서지는 와인 잔 디졸브 아웃 시퀀스는 격정적 사랑과 전쟁의 속절없음(?)이라는 태그라인을 강조하는 가!

/김성희 객원전문기자 (백제예술대학 교수,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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