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산책 158] 말타는 매-감독 존 휴스턴·1941
[시네마산책 158] 말타는 매-감독 존 휴스턴·1941
  • 김혜영 객원전문기자(전북비평포럼)
  • 승인 2011.08.26 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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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욕망이 갖는 그림자와 허무함 돌아보게 돼

샘 스페이드 & 어처의 탐정 사무실에 원덜리라는 여인이 찾아온다. 윈덜리는 자신의 여동생을 찾기 위해서, 여동생의 남자인 더비스를 미행할 것을 의뢰한다. 사건을 맡은 당일 밤 탐정 어처가 살해당하고, 샘이 용의자로 지목된다. 샘이 죽은 어처의 아내와 내연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샘은 의뢰인 원덜리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 모든 것이 황금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검은 새‘말타의 매’를 찾아 헤매는 과정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 김혜영 객원전문기자(전북비평포럼)

존 휴스턴의 세련된 연출과 필름 느와르 그 자체를 상징하는 험프리 보가트의 호흡으로 빛나는 <말타의 매>는 영화사적으로 다양한 의미를 갖는다. ‘하드보일드의 별’로 칭송되는 대쉴 해밋의 원작을 바탕으로, 인간의 욕망이 갖는 그림자와 허무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움베르코 에코의‘푸코의 진자’에도 말타의 매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추리물을 선호하는 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영화지만, 탐정 영화적 요소는 거의 없다. 이는 플롯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캐릭터와 스타일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평론가 로저 에버트는 <말타의 매>에서“가장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플롯이다.”라고 언급했다. 황금으로 만들어진‘말타의 매’는 - 관객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극적 장치인 -맥거핀(MacGuffin) 효과로 볼 수 있고, 사건의 원인을 제공하고 인물들을 충돌하도록 하기 위해서만 존재할 뿐이다.

거장 존 휴스턴 감독의 데뷔작인 이 영화는 연출과 편집의 힘을 제대로 보여준다. 그는 이후 40여 년 동안 힘이 넘치고 스타일리시하며 참신한 영화들을 만들었다. 윌리엄 와일러 밑에서 영화 수업을 받았고, 잠깐 동안 배우 생활도 했지만, 그는 원래 화가였다. 그 영향 탓인지 완벽한 화면에 집착했고, 흑과 백, 빛과 어둠의 대비를 세련되게 사용했다. <말타의 매>에서도 데뷔작이라고 하기엔 놀라운 능숙하고 세련된 솜씨를 보여준다. 저예산으로 세트 안의 좁은 실내에서 촬영해야 하는 한계를 긴박한 심리적 공간으로 만들어낸 것이 바로 카메라 워크다. 카메라가 인물의 아래쪽에서 비스듬하게 찍어 올리는 로우 앵글 장면이 자주 나온다. 이런 촬영 기법은 밀폐된 공간의 답답한 느낌을 강조하면서 보는 이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여기에 속도감 있는 편집으로 등장인물의 심리적 상태, 긴박한 스릴러적 상황이 잘 표현되었다.

일반적으로 필름 느와르의 원조를 <말타의매>, 느와르의 완결판을 <대부>로 언급한다. <말타의 매>는 비열한 거리, 비정한 남자와 팜므파탈 여인을 특징으로 하는 미국 필름느와르의 주춧돌이 된 영화다. 필름 느와르의 교과서이자 출발점인 이 영화는 도시와 자본주의의 이면에 놓인 어둠과 타락 그리고 허무를 반영하는 새로운 영역을 알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배우 험프리 보가트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차갑고 비정한 매력적인 캐릭터를 창조했다. <말타의 매>를 다시 보고 싶은 이유는 무조건 험프리 보가트 덕택일 것이다. 험프리 보가트가 연기한 샘은 결코 순간적인 감정에 흔들려서 일을 그르치는 법이 없다. 그것은 그의 철칙이고, 살아가는 방식이다. 샘이 비열하고 냉소적임에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비정함의 숨겨진 이유를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게 만드는 중의적 대사와 깊은 눈빛 때문일 것이다. 냉혹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의 숙명을 짐작하게 한다. 느와르의 전형을 창조한 험프리 보가트는 이 영화를 통해서 영화 인생을 새롭게 출발할 수 있었다. 이 영화 이후 <카사블랑카>(1943), <시에나 마드레의 보물>(1948), <아프리카의 여왕>(1951)을 비롯한 위대한 영화에 출연하였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은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허황된 꿈의 산물인 말타의 매를 모든 이들은 뒤쫓지만, 그것은 그저 무겁기만 한 납덩이일 뿐이다. 그것을 알게 된 다음에도 샘을 제외한 모든 인물들은 꿈에서 깨어나지 않고 다시금 꿈을 꾸고, 결국 허황된 꿈은 비극으로 치닫는다. 사랑한다고 매달리며 경찰을 피해 달아날 수 있게 해달라는 여자에게 샘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종신형을 면할 기회는 있을거요. 당신이 착하게 굴면 20년쯤 후에 출감할 수 있을 거란 뜻이오. 당신을 기다리겠소. 만약 당신이 교수형을 당한다면, 난 당신을 영원토록 기억할 거요.”‘모든 것은 허황된 꿈의 산물’이라는 샘의 말은 이 작품의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 대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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