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11시 전주시 완산동 백학정 경로회관. 양지노인복지회관에서 이곳 어르신들을 위해 추석맞이 송편빚기 행사를 마련했다. 조금 이른 추석을 맞이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명절 분위기에 잔뜩 들뜬 모습으로 이리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일부 할머니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추석상에 올릴 나물을 다듬었고, 손을 놓고 있는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송편을 만들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흰 떡반죽과 검은깨 고물이 준비되고,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송편을 빚기 위해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상 주위로 모여들었다. 마치 미리 짜여진 듯 떡반죽과 고물이 나뉘어 지고, 순식간에 하얗고 예쁜 송편이 빚어졌다.
▲ 지난 8일 전주시 완산동 백학정 경로회관 노인들이 함께 송편을 빚으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쟁반 위에 한 가득 송편이 싸여갔다. 반달모양 송편도 보이고, 은행잎 모양 송편도 눈에 띠었다. 가지런히 열을 맞춰 놓여져 있는 송편들 사이로, 삐죽 튀어 나온 못난이 송편은 어쩔 수 없이 시선을 끈다. 그 송편을 빚어내던 할머니는 주위의 타박이 민망했는 지 “이제 껏 송편 예쁘게 못 빚었어도 딸만 이쁘게 잘 낳았으니 걱정마!”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송편이 쌓이면 쌓일수록 이야기 꽃도 활짝 피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기억 속에는 예전 50~60년대부터 지내왔던 추석 명절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서남석(71)씨는 “명절이 되면 맛있는 음식도 먹고, 새 옷 새 신발도 받을 수 있어, 나 어렸을 적에는 얼마나 추석, 설날을 기다렸는 지 몰라. 새 고무신 받고 좋아서 벽에 걸어놓고 아껴 신고, 어쩌다 한 번 신고 나갈 때면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그럴 때가 있었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정자(여·73)씨도 “명절이 되면 온가족 옹기종기 모여 앉아 송편도 만들고, 다 같이 목욕탕도 가고, 이웃 간에 음식도 나눠 먹으며 그렇게 보냈던 것 같다”며 “그 때는 생활은 힘들었지만, 가족간 이웃간에 정이 살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지금은 명절 때만 느낄 수 있었던 옛 정취가 점점 사라져 가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그래서인지 온 동네 떠들썩했던 그때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느새 송편이 다 만들어 지자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만든 송편을 다같이 나눠 먹으며 함박 웃음을 지었다.
송근상 양지노인복지회관 사회복지사는 “작은 나눔에 기뻐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감사할 따름이다”며 “작지만 함께 나눠가며 조금이나마 어르신들이 기쁨 느끼신다면 그게 바로 보람”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