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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경표저자여암신경준의얼이담긴순창바위꽃
[김정길의 호남 명산순례]<21>아미산 (전북 순창)
2011년 12월 22일 (목)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상임부회장 APSUN@sjbnews.com
   
 
  ▲ 가산에서 바라본 순창은 조망이 탁 트여 아미산, 무등산 등 주변의 산들이 한눈에 잡힌다.  
 

조선의 대학자이며 풍수지리에 능통한 서거정은 아미산 품에 안겨 있는 순창을 ‘호남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湖南之勝地)’으로 평가했고, 시인묵객들은 ‘산은 높으나 그윽하다(山高勢幽)’고 예찬했다. 지리적으로 본 아미산(蛾眉山)은 북쪽에는 조선시대 궁중진상품으로 유명한 전통 고추장을 재현하는 민속마을을 품었다. 동쪽의 남산에는 조선시대의 최고의 정자로 담양 면암정과 쌍벽을 이루는 귀래정(歸來亭)과 우리나라 전통 지리서인 산경표(山經表)를 편찬한 여암 신경준 생가, 그리고 순창이 나은 권일송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서쪽 금과 방향으로 뻗어간 줄기에는 다섯 명의 재상(宰相)이 태어날 명당이 있어 더욱 가보고 싶은 곳이다.

향토사학자 양상화씨에 의하면 순창에서 본 아미산(515.1m)은 배의 형상이라 배산으로 불렸던 것을 일본인들이 천지개벽 때 배를 매어 두었던 배맨산으로 왜곡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금과 방향에서는 미인의 눈썹 또는 초승달을 닮은 중국 산동성 백산현에 있는 아미산(蛾眉)과 같은 의미로 부른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산이 높고 험하다는 의미로 정상을 아미산(峨嵋山), 서남쪽 금과로 뻗어 나온 산줄기에 있는 다섯 봉우리 중 414봉은 중아미산, 끝 봉은 소아미산으로 기록됐다. 반면 양상화씨는 서남쪽 금과 방향으로 용처럼 꿈틀거리며 뻗어 가는 산줄기에 다섯 봉우리가 첨예하게 솟아 있는 것을 다섯 재상이 태어날 명당이라고 했다. 그 산줄기 아래에 400년 전부터 부자들이 집성촌을 이루는 대장리(大場)가 있는데, 일본인들이 다섯 명의 재상이 나올 것을 우려해 마을 위 오상재에 쇠말뚝을 박고 배맨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풍산면 상죽마을 남수원씨에 의하면 못토재는 옛적에 순창으로 통하는 큰 고개였으며, 상죽의 동쪽 봉우리를 작은 아미산, 상죽마을 뒷편의 중봉을 아미산, 북쪽 암봉의 정상을 시루봉이라고 했다. 또한 순창지역 주민들은 아미산을 ‘배맨산’이라고도 하는데 옛적에 산 주변에 물이 가득 차서 시루봉 정상에 있는 절구통바위에 배를 매어 두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도 양상화씨 고증과 같이 일본인들이 배산을 배맨산으로 왜곡한 듯싶다.

아무튼 아미산은 말의 꼬리 형상의 마미(馬尾)산, 높고 험하다는 뜻의 아미(峨嵋)산, 여인이 요염하게 웃음 짓는 아미(峨媚)산, 배 모양의 배(舟)산, 배를 매 두었던 배맨산 등 다양하고 복잡한 이름을 갖고 있어 하루빨리 정립해야겠다.

시원한 경치에 마음까지 탁 트이는 구간이다. 역사적 의미가 살아 숨쉬는 신말주 세거지 남산대에 있는 귀래정(歸來亭)은 세조가 단종을 폐위하자 조선의 실학자 신말주가 관직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왔다는 의미로 서거정이 도연명의 귀거래사를 언급하여 명명한 정자다. 신말주의 부인 설씨는 강천사의 중창불사 시주를 권하는 <설씨 권선문첩>(보물 제728호)을 지었고, 후손 신경준은 조선 영조의 명을 받아 우리나라 전통 지리서인 산경표를 편찬하였기에 오늘날 후손과 산악인, 지리학도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아미산은 비록 낮은 산이지만 울창한 소나무 숲과 바위가 어우러진 모습, 정상에서 배미산으로 이어지는 암봉의 웅장한 모습은 이 부근에서 보기 드문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특히 순창 방향보다는 금과 방향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더욱 정겹고 아름다워 금과의 명산으로 불린다.
   
  ▲ 아미산 정상에 올라 울창한 소나무 숲과 바위의 어울림을 볼 수 있다.  
 



산줄기는 호남정맥 강천산과 광덕산을 지나 덕진봉 직전의 332봉에서 동쪽으로 가지 친 지맥이 223봉과 아미산을 지나 순창과 풍산에서 여맥을 다한다. 물줄기는 섬진강에 합수되어 남해의 광양만으로 흘러든다. 행정구역은 순창군 순창읍, 금과면, 풍산면을 경계한다.



이번에는 전북산악연맹 김경희 고문의 안내로 1코스를 답사했다. 아미산이 정면으로 보이는 전통고추장민속마을을 둘러보고 히여터재를 지나 송정마을 앞 24번국도와 88고속도로로 굴다리로 들어가면 김해 김씨 비석이 있는 곳이 산행들머리다.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동쪽으로 오르면 묘소가 마중 나오고 울창한 소나무마다 담쟁이덩굴이 줄타기를 하고 있다. 오리목나무와 밤나무, 소나무가 서로 키 재기 시합을 하고 산새들이 심판을 보는 쉼터와 벤치가 있는 사거리(송정에서 25분소요)에 닿는다. 북쪽은 고추장 마을이 있는 백야마을, 남쪽은 금과면 내동마을, 동쪽은 아미산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걸으면 거대한 바위가 우회하라고 신호를 보낸다.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북쪽은 전통고추장마을, 서쪽은 양흥식 대장의 고향인 금과 방축리가 손을 흔들고, 차량들이 88고속도로와 24번 국도를 신나게 달린다. 서암산, 추월산, 광덕산, 덕진봉, 무등산, 병풍산, 불태산도 고개를 내민다. 가뭄 탓인지 재선충 때문인지 소나무들이 잎이 빨갛게 말라 죽어 마음이 아프다.



송림과 바위가 어우러진 능선을 걸으면 어느새 작은 소나무에 앙증맞은 팻말이 걸렸고 산불감시초소가 선 아미산 정상(송정에서 50분소요)에 올라선다.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북쪽 회문산과 장군봉, 동쪽 순창과 남원의 고리봉과 문덕봉이 한눈에 잡힌다.

정상을 떠나 곧이어 만난 고인돌바위에게 전설에 나오는 배를 매었다는 절구통바위를 물었으나 묵묵부답이다. 암릉을 지나면 배미산이 눈에 들어오고, 거대한 바위에 설치된 철계단을 타고 내려간다. 밧줄을 타고 오르던 예전이 더 낭만적이고 스릴이 있었다.

곧이어 짐승의 혀처럼 생긴 바위를 지나면 송림과 바위가 어우러진 부드러운 능선이 이어진다. 뒤돌아보니 아미산의 암봉이 천연의 요새인 돔처럼 다가온다.

신선바위를 지나면 서쪽 발산·상죽마을, 남쪽 배미산을 알리는 팻말이 마중 나온다. 밋밋한 능선에 묘소와 순창군산악연맹 백산산악회의 등산로 정비 플래카드가 걸려 있는 배미산(아미산에서 45분 소요)에 닿는다. 산 아래에서 보면 뾰쪽한데 능선에서는 밋밋하다.

배미산의 철계단을 내려오면 동쪽은 풍산, 북쪽은 순창을 알리는 팻말을 만난다. 북쪽으로 비탈길을 돌아 내려서면 염소를 기르는 아미산농장 울타리를 따라 간다. 임도로 가다 밤나무 농장이 있는 쉼터에서 오찬을 즐기고 출발하면 곧 바로 못토재(아미산에서 1시간15분 소요)를 만난다. 풍산과 순창을 잇는 2차선 도로이며 서북쪽으로 아미산과 배미산이 쌍둥이처럼 다가온다.



못토재에서 노인에게 물으니 북쪽의 옥녀봉은 채알봉(천막을 뜻하는 차일봉의 전라도 사투리)이고, 동쪽의 바위산은 우리가 가야 할 가산인데 지명 유래는 모르겠단다. 두 채의 농가가 있는 곳에서 동쪽으로 오르니 고개 못 미처 대나무숲 간이화장실이 있는 남쪽 임도를 따라 등산로가 이어졌다. 임도가 끝나면 밤나무 단지 우측으로 오르다가 너덜을 지나 잡목숲을 헤치면 삼거리다. 북쪽 능선의 가시덤불을 헤치고 나가면 신경준 생가가 있는 남산이다. 당초 계획은 이곳에서 남산을 잇기로 했는데 등산로가 개척되지 않아 차후로 미뤘다.



남쪽 바위를 우회해서 힘들게 오르면 거대한 바위에 자리한 가산(못토재에서 1시간10분 소요)에 닿는다. 조망이 탁 트여 순창과 아미산, 무등산 등 주변의 산들이 한눈에 잡힌다. 바위 능선에서 삼각점을 만나고 고리봉, 문덕봉과 순창읍을 조망한 뒤 발걸음을 재촉하면 소나무 능선이 이어진다. 작은 봉우리들이 계속 나오는 소나무 길을 걸으면 창녕 조씨 묘소를 만나고 임도를 거쳐 벌꿀농장의 외딴집을 만난다. 시멘트 길을 5분쯤 걸으면 소 농장을 거쳐 풍산과 순창을 잇는 27번 국도변의 탄금마을(가산에서 1시간10분 소요) 앞에 닿는다. 그곳에서 가까운 신정이 해설사 부부가 경영하는 별장 겸 소 농장에 들러 지하수로 샤워를 하고, 맥주와 복분자로 목을 축였다. 그리고 귀갓길에 신경준 생가에 들러 신말주가 지은 귀래정과 순창군문인협회에서 세운 권일송시비를 답사했다.

산행코스

제1코스 24번 국도 송정마을-88고속도로 굴다리-아미산-배미산-못토재-가산-27번 국도 탄금마을 <8km, 5시간 소요-점심시간 포함>

 제2코스 풍산면 상죽마을-임도-아미산농장-안부-주능선-배미산-암릉-아미산-농장-88고속도로 굴다리-백야마을-민속고추장마을 <5.5km, 3시간 소요>

제3코스 백야마을-88고속도로굴다리-농장-송림-안부-정상-동남릉-암릉-안부-못토재-민속고추장마을 <5.3km, 3시간 소요>

교통안내
[자가용]
88고속도로순창나들목-순창-24번 국도-전통고추장민속마을-상죽/순창-27번국도-탄금마을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27번 국도(구이.강진방면)-순창-24번 국도(담양방면)-전통고추장마을- 백야마을회관-송정마을/순창-27번 국도-탄금마을-상죽마을

문화유적 및 명승지

[신말주 세거지 및 신경준 생가] 조선조 문신 신말주 선생이 세조가 단종을 폐위(1456년)하고 왕위에 오르자 순창으로 낙향하여 지은 귀래정(歸來亭)에서 시문을 벗 삼으며 10명의 노인과 십로계를 맺고 지은 십로계첩을 만들었다. 그의 부인 설씨는 1482년 강천사 부도암 중창불사에 시주를 권하는 설씨 권선문첩(보물 728호)이 있다. 또한 조선 영조의 명을 받아 우리나라 전통 지리서인 산경표(山經表·1769년)를 편찬한 여암 신경준의 생가다.

[순창 전통고추장마을] 매년 10월 중순에 순창고추장 축제가 열린다.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유명한 순창고추장은 최근 들어 발효식품의 항암 및 비만억제 효과 등 우수성 입증과 웰빙 바람과 함께 우리 식생활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10명 이상 예약하면 고추장, 고추장피자, 인절미 만들기, 뻥튀기 체험을 할 수 있다.(063-653-1813) 


먹을거리 (지역번호 063)
궁전가든(김수경ㆍ653-8811)과 장미가든(김지견ㆍ653-1333) 식당은 합과 육회 그리고 불고기 등 그 맛을 더 해주는 한정식과 돌솥비빔밥 등을 낸다. 순창군에서 추천하는 모범음식점이며 한정식 1만 원, 돌솥비빔밥 5,000~6,000원이다.

탄금정(전남숙ㆍ653-0390) 식당은 진흙가마에서 진흙토기에 오리를 넣어서 구워내 향긋한 오리진흙구이를 만든다. 무화과, 인삼, 은행, 알밤, 건포도, 호박씨, 솔잎, 대추, 찹쌀 등이 오리 속에 빼곡하게 채워졌다. 사전예약해야 하며 오리진흙구이와 옻오리는 4인 기준 4만 원, 오리로스는 3만 원이다.


/ 글·사진 김정길 전북산악연맹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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