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My Way, 2011)
마이웨이 (My Way, 2011)
  • 김성희 객원전문기자
  • 승인 2012.01.05 2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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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웨이 (My Way, 2011)

감독|강제규, 출연|장동건 (준식 역), 오다기리 조 (타츠오 역), 판빙빙 (쉬라이 역), 김인권 (종대 역)

데뷔작 <은행나무 침대>부터 <태극기 휘날리며>까지 장르, 테크닉, 스케일, 마케팅 등의 부문에서 지속적인 확장을 시도해 오는 강제규 감독의 이번 작품 <마이웨이>는 노르망디 해전 당시 미군 포로가 된 어느 조선인 독일군에 관한 실화를 소재로 삼고 있다.

실제로 강제규 감독는 2005년 방송된 SBS의 <노르망디 코리안>이란 다큐에서 영감을 얻어 <마이웨이>를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라톤이라는 공동 취향을 가진, 엇갈린 운명으로 만난 두 남자가 제2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를 헤쳐 나온다는 서사구조와 유라시아 대륙을 관통하는 전쟁 시퀀스의 장대한 스펙타클의 <마이웨이>는 한 개인이 미시적 거시적으로 세계 대전에 휘말리게 되는 인생여정을 통해 조선이라는 약소국의 역사와 아픔을 전쟁의 참혹상과 휴머니즘으로 보여주고 있다.

일본군에 징집된 조선인이 중국을 거쳐 소련으로, 소련에서 독일로, 독일에서 노르망디로 흘러가게 되는 기나긴 여정, 그리고 그 운명을 함께 따르는 일본인 친구와의 이야기가 기본적 골격을 이룬다. 경성, 몽고, 러시아, 독일, 프랑스 등의 많은 지역을 넘나들고 있는 <마이웨이>는 한마디로 '거대한 역사 속에 함몰되어가는, 그러나 결코 함몰되지 않는, 디아스포라 노마드의 이야기'다.

런던 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김준식' 화면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취하면서, <마이웨이>는 1928년 조선 경성에서 11세의 동갑나기 김준식(장동건)과 하세가와 타츠오(오다기리 조)가 운명적인 첫 만남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1936년 세계신기록으로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 획득한 최초의 조선인 손기정을 만나는 준식, 제 2의 손기정을 꿈꾸며, 1938년 동경 올림픽 마라톤 대표 선발전에서 자신의 라이벌인 일본선수 타츠오를 꺾고 우승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일본군에 강제 징집되며 파란만장한 전쟁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참혹한 전장 속에서도 준식은 오직 마라톤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그날을 기다린다. 1939년 2차 세계대전 발발과 더불어 일본 관동군으로 징집된 준식, 대위가 된 타츠오와 몽골의 노몬한에서 재회한다. 일본이 소련군과의 전쟁에서 패배하자, 일본 관동군 병사들은 소련군 포로로 다시 징집된다. 1940년 쿤그르스크, 이제 소련군이 된 준식과 타츠오는 소련군 벌목장에서 고향친구 종대의 후원을 입으며 강제 노동을 한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과 함께 1941년 태평양 전쟁 발발하자, 미국은 일본에 선전포고를 하고, 제도프스크에서 준식을 포함한 조선인 일본 징병군들은 소련군 포로에 뒤섞여, 소련군 신분으로 독일과 소련의 전쟁에 참전한다. 이 독소전에서 소련군이 패배한 후 준식과 타츠오는 집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독일군 진영으로 떠난다. 소련군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타츠오는 죽음을 눈앞에 두고 소련군 포로로 전향하게 되고, 계속되는 전쟁 속에서 독일, 프랑스 노르망디에 이르러 다시 독일군이 되기까지 준식과 함께 하는 동안, 점차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간다. 1944년 5월 독일군과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독일군의 노르망디 진영에 까지 흘러온 준식, 서로 다른 경로로 독일군복을 입게 된 타츠오와 또 다시 재회한다. 1944년 6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있고, 8월 29일 연합군 승리의 노르망디 해전 종료로 함께, 패전한 독일군 포로 중 동양인이 발견되고, 위기의 순간에 준식은 자신의 명패가 매달린 목걸이를 타츠오에게 건네주고, 그 위기에서 혼자 살아남은 타츠오, 준식을 대신한다. 끝으로 런던 마라톤 대회에서의 승자는 김준식이라는 이름의 조선인 타츠오가 나오며 막을 내린다.

거의 300억에 이르는 제작비와 대부분 국내 기술력과 국내 로케이션으로 진행했다는 <마이웨이>에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참 부럽다. 그의 영화는 진지하지만 유쾌하고 힘이 넘친다. 현란한 수사를 쓰지 않지만 시대를 뛰어넘는 감각이 있다. 그 나이 될 때까지 관객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감독이길 원한다. 결국 영화감독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대와 장르를 만나면서 발전해야 한다."라고 술회한 강제규 감독의 무한 가능성이 엿보인다.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며 치르는 여러 전쟁들의 유형, 시간, 배경, 계절, 목적 등에 걸맞게 비주얼의 시공간적 디테일에 공들인 흔적이 역력하고, 역동적이며 생동감 넘치는 압도적인 스펙터클의 영상미와 훌륭한 연기력의 대규모 전쟁 시퀀스와, 치밀한 계산으로 기획된 유압 발사 카메라 촬영에 의한 총알 같은 속도의 생생한 영상미로 격렬한 총격전에 긴박감을 더해주는, 쉬라이의 관동군 진영 급습 장면 등은, 헐리우드 전쟁 블로버스터들과 가히 견줄만하다.

/김성희 객원전문기자(백제예술대학 교수, 전북비평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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