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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인생 설계 통한‘행복한 마을 만들기’
완주 비비정 마을 신년축제
2012년 01월 16일 (월) 김병진 기자 mars@sjbnews

마을축제는 마을공동체가 주관하고 마을이라고 하는 공간에서 공통의 믿음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개최되는 연중행사다. 전통적으로 마을축제라고 하면 이웃이 하나 되는 지연 중심의 축제로서 마을신을 대상으로 제사를 지내는 마을신앙이 있다. 이러한 마을축제의 목적을 간략히 정리하면 풍요와 재액초복 그리고 주민화합이다. 여기에 마을 사람들은 축제의 주인이고 동시에 손님이기도 하다. 지역민들에게 즐거운 잔치여야 거기 온 손님들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화려한 축제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처음에 예상과 달라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 적응하고 나면 시골 본연의 질박하고 구수한 맛에 푹 빠져들게 된다.

   
  ▲ 완주군 비비정 마을 신년축제 행사장에서 관람객들이 마을주민들이 정성껏 마련한 음식을 담고 있다.  
 
14일 오전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마을 신년축제 행사장. 마을 초입부터 구성진 멜로디가 들려온다. ‘별난사람’이란 노래다. 간혹 엇박자가 나긴 하지만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아코디언 소리에 몸이 절로 덩실 거린다. 요새 아이돌이 대세라지만 여기선 소녀시대, 원더걸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건달시스터즈&화백밴드(화려한 백수)’가 있다. 건달시스터즈는 파마머리의 할머니 6명으로 이뤄진 가수팀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완주 와일드푸드축제 장끼자랑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실력도 상당하다. 화백밴드 역시 비비정마을의 할아버지들이 주축이 돼 기타와 베이스, 아코디언, 드럼을 수준급 솜씨로 연주하고 있다.

한 쪽에선 비비정 마을 주민들이 공들여 만든 공예 작품도 전시하고 있었다. 한형만씨의 그림작품, 정은경씨의 티슈, 장신구 등 공예작품 등이 전시돼 마을잔치를 찾은 손님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백발이 희끗한 할아버지들의 흥겨운 노래가락과 멋진 작품세계에 정신없이 빠져들 때쯤이면 어디선가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반긴다. 건달할머니와 부녀회가 뭉친 ‘비비정 마을 밥상’. 각종 튀김, 잡채, 불고기, 육개장 등 모두 11가지의 반찬으로 구성돼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메뉴를 선보였다.

또 이날 축제에선 마을 작은 양조장에서 만든 전통주(단양주) 시음 행사도 마련됐다. 추운 날씨에 한 잔 머금으면 달면서도 쓰고 쓰면서도 매웁하다. 넘기고 나면 입안에 침이 괴면서 신맛이 돈다. 비비정마을 주민들은 처음에는 “농사짓기 바빠서, 악보도 모르고, 늙어서 죽을 것 같은데 해서 뭐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였으나 이제는 먼저 적극적으로 참가해 노년의 행복한 인생설계를 그려가고 있다. 이날 비비정마을 박사문 이장은 “오지마을에서 점 하나 찍으면 요지마을로 변하 듯, 올해도 주민들과 함께 활기 넘치고, 도시민이 찾아오고 싶은 행복한 마을 만들기에 많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완주군 삼례읍 비비정 마을 신년축제 행사장에서 건달시스터즈와 화백밴드가 흥겨운 노랫가락을 연주하고 있다.  
 

비비정. 이 마을을 감싸고 흐르는 삼례천이 가장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지어진 정자다. 옛날 ‘한내’로 불린 삼례천과 주변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떼를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것은 ‘비비낙안’(飛飛落雁)이라 해 완주8경의 하나로 꼽힌다. 만경강이 시작되는 지점인 삼례천과 주변 금모래는 풍류를 더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마을의 가난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마을 자체가 언덕이어서 큰 농사를 지을 만한 땅이 없는 이곳에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모여들었다. 먹고살 방법은 강에서 잡은 물고기와 강 주변에서 파낸 모래를 내다파는 것밖에 없었다. 큰돈을 벌 수 없는 일이었다.

세월이 흘렀고, 주민들은 마을 가까이 생긴 공장으로, 가게로, 학교로 일을 나갔지만 형편이 쉬이 나아지진 않았다. 인심은 곳간에서 난다 했던가. 지금도 비비정엔 어느 마을에나 있는 마을회관이 없다. 주민들이 마을회관 지을 돈을 마련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50여 가구밖에 안 되지만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마을일을 함께 해본 경험이 거의 없었다. 그런 비비정 사람들이 ‘비비힐-신문화 공간’을 만들어 가며 조금씩 변하고 있다.

   
물론 마을레스토랑 건설 등 변화하는 과정 중 주민들 사이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와 관련 비비정에 상주하며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실무를 총괄하는 소영식 희망제작소 뿌리센터 연구원은 “크고 작은 갈등은 언제나 존재한다. 이 갈등을 주민들의 힘으로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지속가능한 농촌 활력사업의 한 축이다”며 “함께 일하고 수익을 내면서 재미를 느끼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이 앞장서서 설득도 하면서 스스로 일을 기획하고 책임지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진 기자 mars@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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