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도 만둣국 나누며 위로하고 살죠”
“황해도 만둣국 나누며 위로하고 살죠”
  • 정성학 기자
  • 승인 2012.01.19 22:10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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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실향민촌 망향가

보고픈가족, 가고픈고향
설 하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고향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가고파도 갈 수 없는 사람도 많다. 전쟁통을 피해 내려온 실향민, 또는 사랑을 찾아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이주 여성들이다. 때론 몸이 아파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느라 보고픈 가족과의 만남을 미뤄둔 이들도 있다. 때문에 어떤 이의 설은 사무친 한으로, 또다른 이에겐 설레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이웃들을 찾아봤다.

▲ 실향민 1·2세대가 모여사는 군산 해망동 주민들이 19일 낮 겨울비가 갠 틈을 타 설 차례상에 올릴 생선을 널고 있다.
“보름 정도만 피해 있으면 돌아간다고 했는데…이젠 반 백년이 흘러서 가고파도 못가잖아”

군산 해망동 999번지 실향민촌 주민들의 망향가이다. 한국전쟁기 북녘 땅을 떠나온 피난민들이 모여든 곳이다. 지금의 소룡동 서부선착장 주변이다. 주민들은 1·4후퇴 때 몸을 맡긴 상륙선이 입항한 이곳에 그대로 정착했다. 귀향선이 올지도 모른다는 기대였다.

“그땐 총탄이 빗발쳐서 너무 무서웠어…봇짐 하나 이고지고 무작정 아구리(상륙선)에 올라탔어…아버지, 어머니, 오빠하고 나하고 손을 꼭 잡았지…그렇게 내려왔어….” 19일 해망동에서 만난 K할머니(80)는 희미한 기억너머를 이렇게 더듬었다.

“딱 보름만 있다가 집에 돌아가자고 했는데 여지껏 못갔잖아…이젠 다 늙어서 가고싶어도 못 갈것 같아….” 행여 자녀들에게 누가될까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그의 삶은 깊게 패인 주름만큼 기구했다.

“부모님 여의고 비행장에서 일하던 아저씨(남편)도 뒤쫓아 갔어. 어린 사남매만 남겨놓고서 너무 빨리….” 그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황해도 운률이 고향이란 그의 기억은 토막났지만 고향집 주소만큼은 또렷했다. “생전에 가볼 수 있을지도 몰라서”라고 되뇌였다.

▲ 군산 해망동 실향민촌 모습.
이웃 G할머니(74)의 삶도 모질었다. “북녘에선 피난길에 남동생을 잃었고 남녘에선 애지중지 키워놓은 큰 아들을 교통사고로 잃었다”고 했다. 그는 “우리 엄마와 내 인생이 똑같아. 아들들을 먼저 앞세웠잖아. 다들 제 집을 찾아가는 이맘때면 더 생각나지 않겠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1세대 실향민들은 모두 그랬다. 사선을 넘어온 이들에게 낯선 해망동은 그야말로 혹독했다고 한다. 생면부지의 땅에 정착한 이들에게 타향살이는 녹록치 않았다. 피붙이는커녕 논밭떼기조차 하나 없었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바닷가를 따라 3평 남짓한 ‘제비집(초막집)’을 짓고, 토박이들에게 곁눈질해 배운 조개 잡이뿐이었다”는 얘기다. “갯벌에서 조개를 캐던 아낙들은 손톱이 뭉개졌고 그물질하러 바다에 나갔다 뭍으로 돌아오지 못한 청장년도 허다했다”고 한다.

1세대들의 이같은 희생 덕에 2세대들은 대부분 새로운 가정을 꾸려 도시로 나갔다고 한다. 하지만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대물림된 사례도 적지 않았다. 홀로 피난한 부친과 군산서 만난 모친 사이에서 태어난 L모씨(49) 남매도 그랬다.

“북녘 고향에 두고 온 이복누님과 군산에서 태어난 누님의 이름이 똑같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작고하시기 전 말씀하시더라. 함께 오지못한 누님이 얼마나 보고싶었으면 같은 이름을 지어줬을까 싶다.” 그는 눈가를 훑었다.

올해로 61번째 설을 맞는 해망동 실향민촌의 설은 사무친 한이 깊었다. 1·4후퇴 때 이 곳에 도착한 피난민은 약 5만명. 이후 군산 옥구와 김제 용지 등 곳곳으로 흩어졌고 지금은 1, 2세대 모두 합해 30세대 정도 남았다. 매년 이맘때면 황해도식 만둣국과 간재미회무침 등 고향음식을 나누며 서로 위로한다고 한다.

한편 대한적십자사에 등록된 이산가족 찾기 신청자는 1988년 이래 총 12만8,000여명. 이 가운데 생존자는 현재 7만9,000여명, 도내에는 1,386명이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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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2012-01-20 10:22:46
남북관계를 파탄낸 명박이 정말 나쁜놈 맞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