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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만드는데 심심할 틈 없어”
병원에서 맺은 형제자매 120여 노인들 명절준비 분주
2012년 01월 19일 (목) 최홍욱 기자 ico@sjbnews.com
보고픈가족, 가고픈고향
설 하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그런 고향은 누구나 있다. 하지만 가고파도 갈 수 없는 사람도 많다. 전쟁통을 피해 내려온 실향민, 또는 사랑을 찾아 지구 반바퀴를 돌아온 이주 여성들이다. 때론 몸이 아파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느라 보고픈 가족과의 만남을 미뤄둔 이들도 있다. 때문에 어떤 이의 설은 사무친 한으로, 또다른 이에겐 설레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이웃들을 찾아봤다.
   
  ▲ 19일 마음사랑병원 2층 현관에서 조칠순(좌)할머니, 김말순(중)할머니, 이순옥(우)할머니가 이야기하고 있다.  
 
“산적이랑 전도 만들고 부쳐야 하는데 적적할 틈이 있나”

마음사랑병원에 요양 중인 이순옥(여·71) 할머니는 돌아오는 설 명절을 준비하느라 바쁘다며 이 같이 말했다.

19일 완주군 소양면 마음사랑병원에는 요양을 하는 120여명의 노인들이 함께 명절준비를 하며 의지하고 있었다.

이할머니는 “여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모두 가족이다”며 “함께 차례상에 올릴 음식과 명절음식을 만드느라 정신없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는데 힘이 든다는 생각보다 즐거움이 앞선다”고 덧붙였다.

2년 전 처음 이곳에 온 이할머니는 조칠순(79)할머니, 김말순(78)와 함께 방을 쓰고 있다. 이들은 함께 생활하며 많은 정을 나눴다. 4년째 같은 방을 쓰는 조할머니와 김할머니는 텃세도 없이 이할머니를 받아 들였다.

조할머니는 “우리 3명은 병원이 맺어준 자매다. 피붙이보다 서로 의지하며 살고 있다”며 “복덩이 막내가 들어온 후 웃는 일이 많아졌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9월 이할머니는 서울에 사는 아들과 함께 살기 위해 퇴원했지만 도시 생활은 너무 무료했다. 가족 모두 출근하고 집에 혼자 남아 있기 일쑤였다. 서울 지리도 몰라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이할머니는 자녀들이 서울인근 요양병원을 알아본다고 했지만 11월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여기 있는 언니들이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할머니는 “자녀들과 함께 사는 것도 좋은데 여기 있는 언니들 생각이 간절했다”며 “함께 명절준비를 하고 여름 물놀이도 가면서 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오랫동안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함께 살았으면 한다”며 “같이 차례도 올리고 세배도 받으며 서로 의지하며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병원은 설 명절을 맞아 환자들을 위해 차례상과 민속놀이 등 다양한 행사와 방문하는 환자가족을 위해 전통차와 떡 등 다과를 준비했다. /최홍욱 기자 ico@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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