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오전 7시30분 전주시 송천동 책마루 도서관에서 김경희 관장이 도서관 1박2일 체험 프로 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24일 오후 10시 전주시 송천동 소재 ‘전주책마루도서관’. 일반 도서관들이 모두 문을 닫을 시각인 늦은 저녁, 전주책마루도서관에서 빛과 함께 아이들의 웃음 소리가 새어 나왔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가 보니 도서관 안에서 내의만 입은 채 모여 앉아 있는 20여 명의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동화책 ‘정신 없는 도깨비’를 펼쳐 놓은 김경희 도서관장 주변을 빙둘러 앉아 고구마와 방울토마토를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경청했다. 곧 이야기가 끝이 나고, 아이들은 일제히 일어나 까르르 까르르 큰 소리로 웃어대며 도서관 곳곳에 숨기 시작했다. 책꽂이와 책꽂이 사이에 숨은 아이도 보이고, 도서관장의 책상 밑에 숨어 고개만 살며시 내민 아이도 보였다.
아이들은 자정이 가까워 오자 하던 게임과 이야기를 마치고 하나 둘씩 잠자리에 들었다. 각자 마음에 드는 공간에 가더니 이불을 펴고 잠이 든 아이도 있는 가 하면 아직 못내 아쉬운 것이 남아 있는 지 아이들은 무거운 눈꺼풀을 이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이도 눈에 띄었다.
▲책마루 도서관은?
책과 함께 하나로 소통하고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며 어른, 어린이 자원활동가들이 힘을 합쳐 마련한 전주 최초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다. 롯데마트 송천점이 전주시에 무상임대하고 비영리단체 ‘도서관 사랑모임’이 위탁해 지난 2009년 7월 개관한 이래 상근 인력인 관장 및 사서 2명과 지역 주민, 자원활동가들이 중심이 돼 운영되고 있다.
영유아 모둠 동아리, 책 100권 읽기 동아리 등 이용객 자발적으로 조직한 동아리들의 활동이 활성화 돼 있으며, 책마루 영화방, 책 읽어주기, 도서관 1박2일 체험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박아론 기자 aron@sjbnews.com
늦은 밤 도서관을 찾은 아이들이 ‘음식반입금지’, ‘소란 금지’ 등 온갖 ‘금지’란 푯말은 다 붙어 있는 제약의 공간, 도서관에서 음식을 먹고, 숨바꼭질 등 게임을 하고, 심지어 취침까지 하게 된 이유는 바로 책마루 도서관 대표 프로그램 도서관 ‘1박2일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 했기 때문. 지난 2009년 개관한 전주 최초 어린이 전문 도서관이자 지역 주민들의 손으로 운영되고 있는 책마루 도서관은 엄숙한 도서관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 친숙한 공간, 소통과 만남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도서관 체험 프로그램 ‘1박2일’행사를 마련하고 아이들을 초대했다.
이날은 송천나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 2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오후 7시30분부터 진행됐다. 1박2일 프로그램은 책 찾기, 비석치기, 림보놀이, 숨바꼭질 등 다양한 게임들로 꾸려졌고, 아이들이 어떤 제약 없이 맘껏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환경도 조성됐다.
김경희 전주책마루도서관장은 “도서관은 어린이들에게 엄숙한 공간이 아닌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며 “향후 1박 2일 프로그램 외에도 도서관이 생활 속에 가까이 있는 친근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자 관리 위주의 형식적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아론 기자 aron@sjb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