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고종, 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들였다!
1896년 고종, 들이지 말아야 할 것을 들였다!
  • 박아론 기자
  • 승인 2012.03.15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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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비’맛보기
아관파천이 일어나기 13년 전인 1883년, 조선 시대에도 커피가 있었다. 고종 황제는 보빙사를 안내했던 퍼시벌 로웰을 비롯, 귀중한 손님이 궁을 찾을 때마다 커피를 대접하곤 했는데, 고종 황제 자신도 커피를 즐겨 마셨을 정도로 커피 애호가였다고 한다.

이 같은 고종의 ‘커피 사랑’은 곧바로 암살의 도구로 악용된다. 당시 공금을 횡령한 죄로 흑산도로 유배를 가게 된 러시아 역관 김홍륙은 고종을 죽이기 위해 주방장을 매수, 커피에 다량의 아편을 넣는다. 평소 커피를 즐겨 마셨던 고종은 커피를 한 모금 머금은 순간, 평소와 커피 맛이 다르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하지만 함께 커피를 마신 순종은 아니었다. 순종은 겨우 목숨은 부지했으나 평생 병약한 몸을 이끌고 살아가야 했다.

‘접속’, ‘텔미썸딩’을 통해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장윤현 감독은 커피 애호가 고종을 죽이고자 벌어졌던 ‘커피 독차 사건’을 소재로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를 둘러싼 고종암살작전의 비밀을 그린 영화 ‘가비’를 탄생시켰다.

영화는 커피 독차 사건의 전말을 새롭게 각색해 색다른 월메이드 사극으로 재탄생했다. 사건은 1896년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해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혼돈의 시기를 배경으로 둔다. 이 때 러시아 대륙에서 커피와 금괴를 훔치다 러시아 군에게 쫓기게 된 일리치와 따냐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의 음모로 조선으로 오게 되고, 따냐는 우여곡절 끝에 고종의 곁에서 커피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가 된다. 따냐와 헤어지게 된 일리치는 그녀를 지키기 위해 사카모토란 이름으로 스파이가 되고, 사다코의 음모로 고종 암살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신선한 소재로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모아온 영화 가비. 가비의 여주인공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 역은 김소연이 맡았다. 영화 체인지 이후 15년만에 스크린 나들이를 하는 김소연은 특유의 아름다운 바디라인이 돋보이는 모던한 드레스와 전통적인 궁녀 복으로 치명적인 매력을 드러낸다. 거친 보헤미안 기질을 드러내며 화려한 액션 연기와 선 굵은 감성연기를 펼쳐 보여야 하는 일리치 역은 주진모가 맡게 됐다. 외유내강형의 고종황제는 박희순이, 고종황제 암살사건의 주모자 사다코 역은 유선이 맡아 각자의 개성대로 캐릭터를 훌륭이 소화해 낸다.

가비 제작진은 캐스팅뿐 아니라 영화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아관파천 당시 시대적 상황을 생생히 담아내고자 한 감독은 시나리오 작업 및 기획기간만 3년, 크랭크업 하기까지 5개월 여의 촬영기간을 거치며 전국 16개 지역을 순회, 촬영했다. 또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배경 CG소스 촬영을 포함한 160일간 치열한 프로덕션을 통해 당시 러시아의 르네상스 문물을 100% 이상 재현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철저한 고증과 안정적인 프로덕션을 위해 사전 세밀한 3D 미술 콘티 작업을 거쳐 리얼리티를 확보했으며, 조선 왕실의 커피 문화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해 독특한 디자인의 ‘수동 커피 밀’, 터키식 커피포트 ‘체즈베’ 등 영화에 등장하는 이국적인 커피 소품들을 수집했다. 전국의 커피 애호가들을 만나 자문을 얻는 일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조선에 유입된 러시아와 일본 문물을 완벽히 재현해 내기 위해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러시아 공사관 내의 커피실, 고종의 집무실을 비롯해 대륙을 달리는 증기기관차까지 무려 10여개의 세트를 제작했다. 공사관으로 몸을 피한 ‘고종’(박희순)이 머무는 거처 세트는 서양식 침대와 입식 의자, 샹들리에가 한국의 병풍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서양 문물이 점차 유입되던 당대 조선의 이색적인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러시아 공사관과는 달리 모든 것이 좌식으로 꾸며진 실내와 일본식 검이 장식된 ‘미우라’(김응수)의 공간은 그 속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기모노 차림과 더해져 일본식 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실제로 촬영이 이루어진 장소는 군산시의 '히로스 가옥'이란 곳으로, 정원부터 건물 전체가 문화재로 지정돼 당시 일본 건축양식 그대로 보존되고 있는 곳이다. 또한, 고종의 접견실과 같은 동양적인 공간에서는 서양 인물들을, 손탁 호텔 같은 서양적인 공간에서는 동양 인물들을 의도적으로 등장시킴으로써 극적인 긴장감을 확보할 뿐 만 아니라 시대적인 아이러니를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영화 가비의 독특한 시대 표현은 세트에만 그치지 않고, 배우의 캐릭터 구축에 필수적 요소인 의상 역시 철저한 고증으로 완성되었다. 아르누보 시대 화가들의 초상화, 풍경화 등의 그림과 영화 및 수많은 자료를 참고하며 당시 의상을 재현함과 동시에, 현대적 감각을 감각을 접목시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당시 한양에 존재했던 이국적 공간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다채롭게 선보이고 싶었다는 장윤현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제작진의 공들인 미술작업으로 완성된 영화 <가비>는, 관객들에게 시각적인 새로움을 선사할 것이다. /박아론 기자 aron@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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