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편작치병(扁鵲治病)

기사 작성: 이종근 기자 - 2012.04.08 19:21

명의로 유명한 편작(扁鵲)은 춘추시대 제(齊)나라 출신으로 본래 성은 진(秦)이고 이름은 월인(越人)이다. 편작이라는 별호는 그가 명성을 얻어 중국 각지를 다니며 의술을 펼 때 조(趙)나라에서 얻은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느 날, 위나라 문왕이 편작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집안의 세 형제가 모두 의술에 능하다고 하던데, 그대가 생각하기엔 누가 가장 훌륭한 의원인가” 막내인 편작은 “큰형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이 둘째형이며, 소인이 가장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문왕이 의아해하며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자네의 명성(죽은 자도 살려낼 수 있을 만큼 유명했다)이 가장 높은 것인가” 편작이 이렇게 답했다. “큰형은 환자의 병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그 원인을 제거해 치료합니다. 사람들은 큰형이 병인을 미리 제거했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래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집안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이에 비해 둘째형은 발병 초기에 치료합니다. 사람들은 둘째형이 그저 경미한 병만 치료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고향에서만 겨우 알려진 정도입니다. 하지만 저는 병세가 위중해진 다음에야 나서야 비로소 치료를 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환자에게 침을 놓고 피를 뽑아내며 큰 수술을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기미(낌새)’를 알고서도 실천한 과업보다는 차일피일 미룬 일이 더 많은 것이 우리네 생활이 아닐까. 바로 이처럼 어리석은 인간들의 습관은 히말라야 전설속에 산다는 ‘야명조(夜鳴鳥)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야명조는 사막에서 살며 깃털이 없다고 한다. 낮에는 실컷 돌아다니며 놀다가, 밤만 되면 추워서 으시시 떨면서, “내일은 반드시 내 집을 지어야지”, “흙집으로 이중창을 내고 방이 펄펄 끊도록 불도 지펴야지” 하면서 뼛속까지 쑤시는 혹독한 밤을 서러워 운다. 그러나 아침만 되면 간밤의 고통스런 그 추위는 온데간데 없이 까맣게 잊어버리고, 진종일 노느라고 제 정신이 다 없을 지경이다. 그러다가 다시 밤이 오면 추위에 떨면서 “내일은 꼭 내 집을 장만해야지”하고 어젯밤과 같은 다짐을 되풀이하면서 그 이름처럼 밤에만 서럽게 운다.

우리들은 위기와 곤경에 처할 때마다 ‘기미의 미학’을 통해 새로운 삶을 맹세하지만 그 상황이 해결되고 나면 그 어려웠던 일을 금새 잊고 사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야명조 같은 신세가 아닐까. 4.11 선거에서는 이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으면 한다. 이종근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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