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권영동 통통한 이야기] 지고도 이긴 사람

기사 작성: 권영동 KT 지사장·호원대학교 교수 - 2012.04.16 19:07

야구영화 '글러브'를 기억하는가? 청각장애 학생으로 구성된 충주 성심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다룬 영화다. 야구부원이라고 해봐야 겨우 10명. 듣지도 못해 공이 떨어지는 위치도 못 찾고 서로의 의사소통이 안되어 팀플레이라는 말이 어색한 팀이다. 한 때 프로야구 최고의 간판투수였던 신임 감독 김상남 (배우 정재영 분)도 '글쎄, 안 된다니까'로 단호하게 결론 내린, 애당초 태생 자체가 무리한 팀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의 꿈에 대한 열정을 통해 자신을 되돌아본 감독은 팀을 추슬러 당시 고교 야구의 강자로 이름을 날리던 군산상고와의 경기를 주선한다. 상대 선수들은 오합지졸 수준이나 다름없는 성심학교의 실력을 깔보며 장난 같은 경기를 한다. 이에 경기를 즉각 중단 시킨 김상남 감독은 상대 선수들에게 일갈한다. "니들 뭐야~. 어차피 연습이니까 그냥 봐 주면 돼? 밟는 건 상관없는데 일어설 힘마저 뺏으면 안 되잖아. 쟤들도 너희들처럼 힘들게 연습 했거든".

정식 경기 결과는 32:0. "너희에게 가장 무서운 상대는 도저히 이기지 못하는 강한 팀이 아니라, 너희를 불쌍하게 보는 팀이다". 자신들의 현실에 실망하면서도 말 한마디 못하는 그들을 향해 감독은 속에 담아두지 말고 울분을 터뜨리라고 소리친다. 희망 없는 야구에 힘 빼지 말고 야구부를 해체하자는 현실에 맞서 그들은 피나도록 배트를 휘두르며 통곡과 포효의 한을 연습으로 달랬다.

성심학교 야구팀은 다시 한번 군산상고와의 경기를 갖는다. 감독은 투수에게 마음의 언어로 말한다. "뛰어난 투수 한 명만으로 경기를 이길 수 는 없다. 뛰어난 투수는 경기를 비기게 할 수는 있지만 이기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야구경기를 하다 보면 때론 정말 투수가 전부라고 생각할 때가 분명히 온다. 그럴 땐 누가 뭐라고 하든지 네 직관을 따라라. 포수 뒤에는 아무도 없지만 투수 뒤에는 8명의 선수가 있다. 야구에는 사랑이 있다."

19대 총선이 자욱한 포연을 남기고 끝났다. 결과는 이긴 사람 잔치다. 이긴 사람들의 함성에 가려져 진 사람의 풀 죽은 목소리는 존재감조차 없어 보인다.

하지만, 졌지만 이긴 사람들이 있다. 애당초 '글세, 안 된다니까' 로 시작했지만 현실에 대한 통곡과 포효를 겸손한 자성으로 승화시키며 스스로의 힘을 길러 당당히 일어선 이들이다. 씨알도 안 먹히는 척박한 땅 위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며 피맺힌 배트를 휘두르며 연습을 해 온 이들이다.

그들에게 김상남 감독을 대신한 마음의 언어를 전하고 싶다. ¡° 후보 한 사람만으로 판세를 뒤집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선거를 하다 보면 때론 정말 그 인물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가 분명히 온다. 그럴 땐 누가 뭐라고 하든지 네 소신을 따라라. 당신 뒤에는 35.8%의 지지자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사랑이 있다.¡±

특히 전주 완산을 지역구에서 아름다운 고배를 마신 정운천 후보에게 보내고 싶은 메시지다. ¡±비록 낙선했지만 여전히 전주를 사랑하는 마음 변함없다¡±고 트위터에 올린 그 인사말 고이 간직하기 바라면서 '지고도 이겼다'는 대표적인 모델이 된 정 후보에게 박수를 보낸다. 본의 아니게 김상남 감독인양 반말을 했다. 여전히 한 표를 가진 주인으로서 보내는 마음의 반말이니 서운해하지 말기 바란다. 훌륭한 글감 소재를 만들어 준 고마운 마음으로 반말의 미안함을 대신하겠다.

지고도 이기는 세상 ! 잘 통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KT 지사장 호원대 겸임교수

많이 보는 기사

[권영동 통통한 이야기] 지고도 이긴 사람

새전북 만평

'특별한 동행' 도새마을부녀회, 백일홍회 간담회

한국승강기안전공단 전북동부지사, 폐 배터리 재활용 사회공헌활동

전주서원시니어클럽, 라온체육센터 1층에 카페 온 (cafe ON) 개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