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김준영의 지명이야기] 창골·창말·창들·창터

기사 작성: 새전북신문 - 2001.12.18 16:36

전북에‘창골(창곡)’과‘창골목’이 각각 2개소가 있고,‘창말(창동 · 창리· 창촌)’이 10개소,‘창들(창평)’이16개소, ‘창등’이3 개소, ‘창안(창내)’이 3개소,‘창앞(창전)’이4개소, ‘창터’가11개소, ‘창집터’가7개소가 있어 모두 60개소가 되는데, 이 가운데 마을이름은 29개소다. 남한에는 대략 400개소가 있고,각 도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관청 창고가 있던 곳위와 같은 이름들은 모두 조선조 때 각 고을(부 · 군·현)의 창고가 있었던 곳이다. 창고 중에 ‘사창(社倉)’은 각 고을에서 봄 춘궁기에 가난한 백성들에게 벼를 빌려 주었다가 가을걷이가 끝난 후 받아들이는 환곡(還穀 · 還子)을 저장하는 창고이고, ‘대동고(大同庫)’는 각 지방의 특산물을 나라에 바치거나 특산물 대신 쌀 무명 따위로 바꿔 납부하는 것들을 보관하는 창고고, ‘영창(營倉)’은 군대에서 위법자를 가두는 건물이고, ‘해창(海倉)’과 ‘조창(漕倉 · 漕運倉)’은 배가 닿는 큰 강가나 바닷가에 설치한 창고로근처 각 고을에서 수납한 세곡(稅穀)을 저장했다가 주로 서울과 그 밖의 지방에 배로 운반하기 위하여 세운 창고고, 그 밖에 개인이 세운 소금창고인 염창(鹽倉)이 있다. 따라서 ‘창’은 한자어이므로 ‘倉’으로 쓰지만 창고가 없어진 오랜 후에는 ‘창말 · 창골’ 등의 말밑을 모르게 되면 ‘倉’자가 ‘昌’자로 바꿔지는 일도 많다. 특히 그것이 마을 이름인 경우 ‘昌’자는 느낌이 좋고 쉬운 자이므로 의식적으로 바꿔 쓴 곳도 있다. 그래서 어떤 곳에서는 자기 마을 이름을 ‘창동(昌洞)’이라고 한 것은 한때 마을이 크게 번창하여 그런 이름이 생겼다고는 하나 웃기는 이야기다. 우리 지명의 한자 표기가 후대로 오며 바뀌는 경향은 첫째 획수가 많은 한자를 획수가 적은 같은 음의 한자로 바꿔 쓰는 일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처음 관청에서부터 그렇게 쓰기 시작한다. 다음은 마을이름으로 느낌이 좋은 같은 음의 한자로 바뀌는 일이다. 즉 그곳에 전에 죄인을 가두는 옥(獄)이있어 ‘獄洞’이라고 하던 곳을 ‘玉洞’으로 바꿔 쓰고, 또 배로 이루어진 이름 중 한자 이름에 ‘船’자가 들었으면 배는 엎어지기 쉽다는 생각에서 느낌이 좋은 ‘仙’자나 ‘善’자로 바꾸고, 또 무슨 보가 있어 한자이름으로는 ‘洑’자로 쓰던 곳이 ‘福’자로 바뀌고, 또 바람이 세어 ‘바람골’이라고한 한자이름 ‘風谷’을 ‘豊谷’으로 바꾼 곳도 모두 그런 까닭이다. /전북대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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