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리, 사람을 잇고 사랑을 잇다 <10> 어은골과 쌍다리
<기획> 다리, 사람을 잇고 사랑을 잇다 <10> 어은골과 쌍다리
  • 이종근 기자
  • 승인 2012.09.05 2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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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소통과 통행의 장’


전주 진북동의 쌍다리(어은1교)는 태평성결교회 앞에, 어은교(어은2교)는 진북초등학교 앞에 자리한 다리로, 1975년과 1990년에 각각 건립됐다. 전주천을 사이에 두고 어은골과 중앙동을 잇는 보행자용 다리가 나란히 놓여 있어 흔히 쌍다리라고 부른다. 쌍다리는 50여년 동안 전주천을 지켜오고 있다.

징검다리가 고작이었던 개설 당시에는 어엿한 위용을 과시했겠지만 지금은 왜소하고 남루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더욱이 현대식 교량보다는 낮게 설치돼 있어 전주천에 큰물이 지면 (물에)잠기곤 한다.

전주천의 잠수교인 셈이다. 걸핏하면 범람하다 보니 익사사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다. 하지만 다리 주변 주민들에게는 양쪽을 이어주는 소통로 구실을 했다. 특히 서쪽의 화산 아래에 있는 어은골 주민들에게는 시내로 가는 관문이나 다름없다.

원래 이 다리는 전주천 바닥으로 차량교행은 어렵고 사람만이 왕래가 가능한 좁은 다리였다. 하지만 어은골에 인구가 늘면서 원래 다리 옆에 차량교행이 가능한 다리를 옛 다리와 약간 띄워 놓았다.

그렇고 보니 다리가 두 개가 되어 사람들이 쌍다리로 부르고 잇다. 그러나 이는 정식으로 이름이 없는 다리로 이젠 어은골 쌍다리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어은골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소통과 통행의 장이다,

전주천변 진북동 쌍다리 부근은 신구.김수미의 ‘간 큰 가족’과 김혜수.천호진의 ‘좋지 아니한가’가 촬영된 곳이다.

‘간 큰 가족’에서 휠체어를 탄 김노인과 마누라(김수미)의 추격신은 전주천 쌍다리에서 촬영됐으며, 특히 전북에서 전체 분량의 70% 가량이 촬영된 ‘좋지 아니한가’는 진북동 도토리골과 어은교(쌍다리)를 주요 거점으로 하고, 완산교에서 서신교까지 영화 속 주요 장면이 대거 촬영됐다.

마치 전주천 풍경을 화폭 가득 담기라도 하듯 버드나무, 돌다리, 철봉에 매달려 운동하거나 조깅, 산책하는 아저씨,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운동하는 아주머니, 천변 주변의 야경 등이 잘 담겨져 있다.

서신교(롯데아파트 앞)와 쌍다리에 이르는 구간에서 이 가족이 다시 정상적인 가정으로 돌아오는 중요한 장면이 촬영됐다.

그러나 전주천 좌안도로 확장이 추진되면서 어은골 쌍다리 철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주시는 자연재해위험지구로 지정된 진북동 어은골지구와 전미동 진기들마을, 삼천 덕적마을, 팔복 야전지구에 대해 교량 설치 및 배수문 개선, 좌안도로 확장 등의 사업을 벌인다. 이곳 4곳의 마을은 모두 폭우로 상습 침수피해를 입는 지역으로 재해예방을 위한 사업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좌안도로가 확장될 경우m 도로가 높아지면서 쌍다리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고, 방치할 경우 재해위험이 높아 철거될 예정이다.

대신에 징검다리 등을 설치해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변 주민들은 전주시의 폭 12m 도로 확장 계획을 25m로 늘려 달라며 반발해오고 있다.

최근 들어 쌍다리 옆에 인공 개울을 만들어 놓았다. 이곳은 어린이들이 물속식물과 물고기들의 사는 모습을 관찰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곳이다.

도토릿골을 지나 더 북쪽으로 올라가면 쌍다리가 보이고, 이곳을 건너면 바로 어은골이다. 어은골은 옛날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들이 은둔했던 은사골로도 잘 알려진 곳으로, 숨은 잉어의 혈 같은 골짜기 형상을 이루고 있다고 하여 어은골 또는 어은동이라 불렸다.

하지만 ‘전주천에 있는 고기가 숨었다가 가는 곳’이라서 어은골이라고 한다는 말도 전해진다. 어은교(漁隱橋)는 말 그대로 고기 ‘어’와 숨길 ‘은’자를 써서 물고기와 연관이 있음을 알려주는 상징으론 틀림없다. 물고기가 숨어있던 곳이라고 하면 될까. 한글학회 지명총람에는 어은동(엉골) 동쪽, 숲정이와의 사이에 있는 자리로 적혀 있다.

‘엉골’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어은골은 배산임수 지형이다. 뒷 편인 서쪽에는 화산이 있고, 앞 편인 동쪽에는 전주천이 흐르고 있다.

1960∼70년대 엉골은 ‘똥통 천지’였다. 전주 시내 분뇨를 이곳에 부어 놓으면 서신동이나 중화산동 사람들이 거름으로 사용하기 위해 퍼갔다고 한다. 어은골과 쌍다리는 그러니까 이곳이 전주 부성의 외각 지역이면서 여기까지를 전주 부성 주민들의 생활권역으로 묶어주는 역할을 해 온 셈이다.

어은교 주변에는 가시상치, 가시엉겅퀴, 갓, 강아지풀, 개망초, 갯버들, 검정말, 고들빼기, 고마리, 광대나무, 괭이밥, 금강아지풀, 기생초, 까치발, 깨풀, 꽃창포, 노랑꽃창포, 느티나무, 다닥냉이, 달맞이꽃, 닭의 장풀, 다른 지역에서 확인이 안된 도깨비가지가 출현했다. 또 돌콩, 돼지풀, 둥근잎나팔꽃, 망초, 메귀리, 명아주, 물칭개나물, 미국가막사리, 미별꽃, 쇠비름, 수크령, 쑥, 애기나팔꽃, 왕고들빼기, 왕바랭이, 울산도깨비바늘, 익모초, 제비꽃, 조팝나무, 쥐꼬리망초, 지느러미엉겅퀴, 창포, 층층이꽃, 코스모스, 콩다닥냉이, 큰도꼬마리, 큰땅빈대, 피막이, 환삼덩굴 등이 자라고 있다.

어은교는 어은터널이 생기면서 시내와 터너를 잇기 위해 새로 생긴 다리다. 어은교를 건너 길을 따라 어은터널을 지난면 중화산동 시가지에 이른다.

쉬리와 수달 원앙이 사는 전주천. 몇해 전에는 전주천 어은교 아래 시멘트 벽면에 아이들의 고사리 손으로 표현한 아름다운 작품이 걸리자 회색빛의 벽면이 오색 빛깔로 물들었다.어은교 아래에서 열린 꼬마들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전주천에 아지트를 만들어요’을 갖기도 했다. 요즘 어은교 다리밑에는 마땅이 갈곳이 없는 노인들로 붐빈째 삼삼오오모여 장기와 화투를 치고 있는 모습이 목격된다.

어은골 너머로는 바구멀, 재뜸, 구석뜸 등이 있었다. 이곳 사람들과 매너머, 전룡 지역 사람들은 유연대의 끝자락 부근에 있는 장고개로 모인다. 이곳에 장도 서고 주막도 있어 그 자체가 별도의 생활권역을 형성하고 있었으며, 이곳 사람들은 바구멀과 재뜸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서신교를 넘어 장재뜰에 다다른다. 서신교 역시 이곳에 신시가지가 생길 것을 예측한 선조들의 예지를 담아낸 것 일지도 모른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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