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아침발걸음] 한글, 또 하나의 한류

기사 작성: 이연희/수필가·우석대학교 다문화센터 강사 - 2013.01.07 20:08

이천십이 년을 키워드로 정리하면 정치권은 ‘대선’, 스포츠계는 ‘올림픽’, 대중문화계는 ‘싸이’ 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거기에 덧대어 나는 지난해에 제정되어 올 해부터 시행되는 한글날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면서 달라지는 일들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이십이 년 만에 다시 법정 공휴일로 지정된 한글날은, 한글에 대한 자긍심을 높이고 우리의 말과 글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다지는 계기로 거듭날 것이라고 믿는다.

세계가 한 울타리가 되었다. 다문화, 다국적 사회로 변화하면서 세계인은 모두 우리의 이웃이 되었으며 가만히 앉아서도 다국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또 한 나라 안에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뒤섞여 살아가고 있으며 국제결혼률 역시 점점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렇듯 전 세계가 다문화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에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언어는, 언어가 곧 문화이며 경쟁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한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기록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또 문맹퇴치에 공헌한 사람에게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수여하고 있다. 세계 각처의 유수한 언어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과 가치를 높이 인정하고 있다. 세계가 이렇게 한글에 대해 찬탄하고 있는데 정작 우리는 한글의 가치를 얼마나 절실히 느끼며 한글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지금 영어와 로마자의 홍수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느 정보매체에 의하면 자음과 모음의 체계적 조합으로 만들어진 한글은 모바일 시대를 맞아 더욱 활짝 꽃필 태세라고 한다. 휴대전화 자판은 세계 공통으로 숫자 0~9와 기호 *, # 등 12개로 이뤄져 있다. 영어는 자판 하나에 3~4개의 글자를 할당하는데, 이에 반해 한글의 경우엔 기본 자음과 모음이 8개로 구성돼 있어 획과 쌍자음 단추만 추가하면 모든 글자를 매우 빠르게 조합해낼 수 있다고 한다.

특히 140자로 제한된 트위터 등 단문 블로그에서도 한글의 정보 입출력 효율성은 유독 돋보이는데 예를 들어 ‘high school’→ ‘고교’나 ‘house’→‘집’처럼, 한글에선 한두 글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량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편이다. 똑같은 140자라 하더라도 영어에 비해 더욱 풍부한 내용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글이야말로 스마트폰 시대에 꼭 맞는 최적의 수단인 셈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나라의 연예인들이 세계 각처에서 한류스타로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며 한국의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다. 지난해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한국 대중문화 발전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부가적인 산업에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그뿐인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도 유학생과 결혼이주여성, 외국인노동자, 산업체의 고급 인력 등의 유입으로 인해 국적을 취득하거나 단기 또는 중 · 장기간 동안 머무르는 사람들이 한국어 교육을 필요로 한다.

시대에 따라 소멸하고 변화를 거치면서 신종어가 생겨나기도 하는 말은 의사소통의 도구이며 수단이다. 말은 배설이 아니고 배려라고 한다. 말은 곧 그 사람의 품격이요 인격 그 자체라고 하니 어려운 말이 아닌 쉽고 편한 말과 바른 말, 고운 말을 써야 하지 않을까!

이십이 년 만에 국경일이자 공휴일이 된 한글날, 이를 계기로 한글이 또 하나의 한류가 되어 지구촌을 들썩이게 하는 날이 오기를 고대한다.

/수필가 우석대학교 다문화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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