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새전북이 만난사람> 유치 책임진 당사자로서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하죠

10구단 유치 야전사령관 역할 맡았던 김 승 수 정무부지사

기사 작성: 임병식 기자 - 2013.01.15 19:43

▲ 김 정무부지사는“공개 토론회에서 수원측 토론자가‘외딴 섬에 고급 커피점을 열면 장사가 되겠느냐’고 비아냥대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이원철 기자

프로야구 10구단 유치가 실패로 끝났다. LH(토지주택공사) 유치 실패에 이은 것으로 도민들의 좌절감은 깊다. 이를 두고 애초부터 승산없는 싸움에 정치적 계산으로 뛰어들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반면 소득도 없지 않다며 옹호하는 여론도 팽팽하다. 실패했지만 도전을 통해 가능성을 엿보았고, 무엇보다 도민 의지를 결집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지난 3개월여 동안 10구단 유치를 위해 야전사령관 역할을 도맡았던 김승수 정무부지사를 만나 유치 시작부터 실패까지 뒷 이야기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지난 세 달여 서울 생활을 반영하듯 김 정무부지사의 얼굴은 초췌했다. 얼굴은 핼쓱하고, 흰머리는 눈에 뜨이게 늘었다.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다. 김 정무부지사는 지난해 10월 국가예산심의 당시부터 새만금특별법 개정, 프로야구 10구단까지 서울에 상주하다시피했다. 경비를 아낄 요량에서 모텔 생활을 하고, 막차를 타고 내려와 다음날 새벽 첫 차를 타고 상경하기를 반복했다. 지난 세 달여 동안 집에 들어간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는 “공개 토론회에서 수원측 토론자가 ‘외딴 섬에 고급 커피점을 열면 장사가 되겠느냐’고 비아냥 대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뒤집어 말하면 ‘전북은 외딴 섬이니 자판기 커피나 마시라’는 말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김 정무부지사는 “유치를 책임진 당사자로서 죄송하고 책임을 통감한다. 하지만 큰 경험을 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 애초부터 승산없는 싸움에 뛰어들었다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애초부터 승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랬다면 도민에게 좌절감을 안기고 정치적 타격이 불보듯한 일에 뛰어들 바보같은 정치인이 어디 있겠는가. 충분한 가능성을 보고 시작한 것이다. 10%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하는 게 당연하다. 처음 KT에 스폰서 기업 참여를 부탁했다 거절 당했다. 그대로 물러서는 게 옳은 일인가.”

-LH 유치 실패에 따른 출구 전략으로 10구단 유치에 뛰어들었다는 비난 여론도 팽배하다.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으며, 그 때문에 순수성을 의심받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전주시에서 시작했고 여론의 뒷받침도 충분했으며 전주시 요청이 있었다. LH 유치 실패를 모면하기 위한 탈출구는 아니다. 도민에게 이익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는 게 선출직 단체장의 의무다. 장기적으로는 전북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 이미 도민들의 생활 패턴은 주말이면 스포츠를 관람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또한 스포츠 산업과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

-스포츠 산업과 어떻게 연계가 되는지 의문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전북은 야구 역사성에서 명문가나 다름없다. 전주고 야구부는 일제시대 창단됐다 1977년 재창단한 역사를 갖고 있다. 또 1968년 창단된 군산상고는 우리나라 고교 야구의 전설이다. 군산상고가 1972년 황금사자기에서 역전승을 함으로써 고교야구는 영남과 호남구도로 형성됐으며 이는 이후 전국 구도의 바탕이 됐고, 프로야구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런 역사성을 바탕으로 야구명예의 전당을 설립하면 전주의 먹거리와 결합해 관광객 유치가 가능하다. 또 야구 관련 산업 발전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략적 부재와 준비 부족을 지적하는 여론이 비등하다. 어디에서 승패가 갈렸다고 생각하나.

△“이번 싸움은 구단주 설득, 스폰서 기업, 지역대결 구도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구단주는 서로 이해 관계가 엇갈려 노력 여부에 따라 자신이 있었다. 또 스폰서 기업은 야구에 대한 열정, 안정적 운영, 야구 발전기금을 따져 평가하고 지역 역시 야구단 운영에 대한 적합도와 당위성이 관건이다. 부영은 이전에 KBO에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을만큼 오래 전부터 야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다. 지역 점수 역시 앞서 언급했듯이 역사성에서 전북이 앞섰다. 그러나 수원·KT의 야구발전기금 200억원, 5,000억원 규모 돔구장 건설 등에 물량공세에 밀렸다. 야구 관계자들이 졌지만 선전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부영으로 연고 기업이 결정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에는 하림, 전북은행, 일진 등 전북 향토기업 중심으로 콘소시엄을 꾸렸다. 그러나 KBO에 타진한 결과 컨소시엄은 의사 결정이 어렵고, 갈등이 우려돼 감점 요인이 된다는 말을 듣고 부영으로 선회했다. 부영은 프로야구에 대한 열정이 높고, 이중근 회장은 전남 순천이지만 부인은 전주여고를 졸업했다. 또 남원에서 첫 사업을 시작했고, 도내 8개 고등학교에 기숙사를 신축하는 등 전북에 대한 애착이 많은 기업이다.”

-KT보다 부영이 내용면에서 낫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KBO 기준은 당기 순이익 1,000억원 이상, 부채 비율 200% 미만이다. 부영은 당기 순이익 3,800억원, 부채 비율 28%, 신용등급 A+로 KBO 요건을 훨씬 충족한다. 반면 KT는 당기 순이익은 높지만 부채 비율은 166%로 2001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자격 요건도 갖추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게다가 정치적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3년 임기 사장이라는 점에서 불안한 오너십은 맹점이다. 결국 야구발전기금 200억원과 5,000억원짜리 돔구장 건설은 이같은 불안감에서 나온 것이다.”

-유치 활동 기간 중 해볼만 하다고 느낀 때는 언제인가.

△“김문수 경기지사, 염태형 수원시장,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 김진표 민주당 의원, 김상민 인수위 청년위원장 등 경기도 출신 정치인들이 비공개 조찬 회동을 가진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기도가 코너에 몰렸다. 수원이 다급했음을 간접적으로 노출한 것으로, 임계점에 달했다고 자신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

△“구단주 이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맥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삼성, SK, 롯데 등 내노라하는 구단주(9명)를 연결하기 어렵고, 영향력을 행사할만한 전북 출신 인사가 정치·관계·경제계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 가슴 아팠다. 전북 인물을 키워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연택 추진위원장께는 감사하다. 전액 사비를 쓰면서 구단주와 KBO 관계자를 만나 열정적으로 활동했다. 새누리당 입당마저도 전략적 선택이었다.”

-굳이 10구단 유치를 통한 성과를 꼽자면.

△“지난 1년 6개월동안 수많은 이들로부터 재능기부를 받고 도민 성원을 이끌어 낸 점이다. 전북 출신 남성 4인조 힙합 계열 인디밴드 ‘나인이얼스(Nine Ears)’는 로고송을 작사·작곡해 헌정했다. 또 지난해 12월13일 ‘부영·전북 10구단 창단 선포식’에서 공개된 3편의 홍보영상도 전북 출신 청년 광고영상감독 이세종씨가 재능기부한 작품이다. 이 영상은 유튜브(http://youtube.com/teamjb10)를 타고 급속히 확산됐다. 또 군산상고와 10구단을 연결시킨 디자인과 캘리그라피도 군산출신 광고인 김찬 씨와 캘리그라피 디자이너 정의방씨의 재능기부다. 이처럼 온라인과 SNS 통한 2030세대 청년팬들의 재능기부 방식은 10구단 유치 캠페인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감사한다.”

-축구와 농구팬의 불만은 폭발적이다.

△“축구와 농구팬들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리며, 프로야구처럼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못한 점을 자성의 계기로 삼겠다. 더불어 축구와 농구에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다. 10구단이 유치됐으면 프로스포츠계를 신설할 계획이었지만 아쉽게 됐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전북 야구 발전을 위해 부영의 지속적인 투자를 유도하겠다. 또 올스타전 등 지역경제 효과를 누릴만한 대규모 야구 경기를 적극 유치할 계획이다.”

-끝으로 김완주 지사가 내년 3선 출마를 위해 10구단 유치에 뛰어들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떤가.

△“민선은 주민들에게 지도자를 선택할 권리를 부여한 것이다. 주민들은 표로 정치인들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독려해야 한다. 또 단체장은 표를 얻기 위해 사활을 걸고 움직여야 한다. 실패했기에 찍지 않겠다면 할 말이 없지만 두 번했기에 3선은 안된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다. 전주국제영화제도 시작 당시 반대가 많았다. 그러나 1930년대 전주에 영화제작소가 있었고 피아골, 아리랑 등 영화를 촬영했다는 역사성을 바탕으로 오늘날 전주국제영화제로 키웠듯이, 10구단 또한 같은 맥락이다. 열패감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도전하는 게 정치인들의 책무다. 주민들은 그것을 표로 심판하면 된다.” /임병식 기자 montl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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