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동학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로

기사 작성: 이종근 기자 - 2013.03.06 18:30

올해로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난 지 119주년이다. 2004년 2월 국회에서 동학농민혁명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면서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출범해 2009년까지 동학농민군 후손 1만여 명에게 유족인증서를 발급했으며 해마다 전국대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특별법에 따라 전국대회를 주관해 온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도 2009년에 해체되고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이 설립돼 기념재단을 승계, 황토현전적지에 자리를 틀고 있다.

바로 서지 못한 역사에 파묻혀 세계 인권운동사에 빛나는 동학농민 혁명을 외면한 지난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민족자존을 지켜온 자랑스러운 '시민혁명'으로 자리매김하는 운동을 시작된 셈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민주화운동은 동학농민혁명, 3.1운동과 4.19 의거, 5.18민주화운동으로 구분되고 있지만 지난 5월 5.18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을 뿐이다.

전북을 중심으로 민주화에 횃불을 당긴 동학은 3.1운동과 4.19 의거, 광주민주화운동보다 훨씬 시기가 앞서 그 가치가 큰데다가 기존에 발견된 자료들과 함께 새로 추가로 더 찾아내면 등재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지만 노력하고 있는 흔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종종 문화재청이 ‘문화재보호법’에 의거,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대상 기록물을 모집하고 있는 만큼 동학의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세계적으로 가치가 있는 기록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 그 활용을 진흥하기 위해 1992년부터 유네스코가 도입, 시행하고 있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이다.

세계기록유산으로는 현재 영화(오즈의 마법사), 악보(슈베르트 컬렉션, 베토벤 등), 필사본(입센의 인형의 집, 안데르센 원고, 승정원일기 등), 일기(제임스 쿡 선장, 안데르센 등), 문서 및 자료 모음집(훈민정음, 영국 대헌장 마그나카르타, 넬슨 만델라 재판기록, 포르투갈의 신대륙 발견 기록물 등), 영상물(남극탐험 기록물), 지도(희귀한 세계지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신규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신청 대상 기록유산은 문자로 기록된 것(책, 필사본, 포스터 등), 이미지나 기호로 기록된 것(데생, 지도, 악보, 설계도면 등), 시청각 자료(음악 컬렉션, 영화, 음성기록물, 사진 등), 인터넷 기록물 등 세계적 영향력이 있는 인류의 중요한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갑오농민전쟁 관련 공사기록 및 전라도, 충청도 양도의 개인 소장 기록과 문서를 발굴, 편집한 자료집에는 갑오실기, 갑오약력, 양호초토사등록 등 27종의 사료가 실려 있다. 일례로, 국사편찬위원회이 갑오농민전쟁 관련 공사기록 및 전라도, 충청도 양도의 개인 소장 기록과 문서를 발굴, 편집한 자료집에는 갑오실기(甲午實記) 등 27종의 사료가 실려 있다.

갑오약력(甲午略歷)의 경우, 정석모가 동학선유문(東學宣諭文)을 가지고 남원에 갔다가 김개남에게 억류된 2개월 동안의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농민전쟁의 기인(起因)과 호남지방 동학의 상황, 조직 등이 수록되어 있으며, 양호초토사등록은 양호초토사 홍계훈이 농민군을 진압할 때의 장계 및 이문(移文), 감결(甘結), 효유문(曉諭文) 등을 수록하고 있다. 또, 전봉준공초는 5차례에 걸친 일본영사의 문초에 대한 전봉준의 재판기록이, 갑오군공록(甲午軍功錄)은 농민군 토벌에 종사한 사람의 군공, 각 부대의 비용, 창의인명록, 죄인록 등을 기록한 기록물이다.

이들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는 데 양적으로는 충분하지만 대부분이 관변측 자료이므로 농민군의 입장을 살필 수 없어 이에 관련한 추가 자료 발굴이 요구된다. 동학정신이 세계에 널리 알려져 폭넓은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이제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종근 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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