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23주 초미숙아 드디어 집에 갑니다"

0.63kg으로 태어나…100일간 신생아 집중치료

기사 작성: 최홍욱 기자 - 2014.02.25 17:57

초미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집중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퇴원해 화제가 되고 있다.

25일 전북대학교 어린이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30일 임신 23주 5일만에 0.63㎏으로 태어난 나경양이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마치고 지난 21일 건강하게 퇴원했다.

나양은 출생당시 0.63㎏로 초미숙아로 분류됐지만 퇴원할 때는 몸무게가 3배 이상 늘어난 2.34㎏, 키는 15㎝가 자란 45㎝로 건강한 신생아의 모습이었다.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던 나양은 호흡도 스스로 못하고 심장박동수도 분당 60회 미만으로 위험한 상태였다. 신생아중환자실 주치의와 전문간호사가 분만장에 대기해 출생 후 바로 응급조치한 뒤 이동용 인큐베이터를 이용해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곳에서도 나양은 고빈도 인공호흡기를 통해 호흡을 이어갔고 피부는 미숙해 손만 스쳐도 멍이 들 정도였다. 또 수분손실이 많아 인큐베이터안 습도를 95%로 유지해야 했다. 스스로 빨고 삼길 수도 없는 상태여서 위장관 튜브를 삽입해 수유를 해야 했다. 출생 다음날부터 3시간 간격으로 겨우 1㎖씩 수유한 나양은 생후 5일이 돼서야 스스로 태변을 배출했다. 생후 29일 지나서 모든 수액 주입을 중단할 수 있었고 인공호흡기도 52일 만에 뗐다. 다행스러운 것은 생후 53일째 진행된 미숙아망막증검사에서 정상 소견을 확인했다는 것.

생후 두달만인 지난달 31일에는 튜브가 아닌 젖병으로 수유를 할 수 있게 됐고 100일이 넘긴 지난 12일 퇴원을 할 수 있었다.

나양과 같이 23주 아기가 살아남아 퇴원한 경우는 도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나양을 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해 어린이병원 개원과 더불어 신생아집중치료실에 대한 적극적 투자, 의료진 확충, 최신 의료장비 도입 및 의료기술이 있어 가능했다.

신생아집중치료실 조수철, 김진규 교수는 “생존한계를 극복하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한 두 사람의 노력이 아닌 어린이병원과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모든 의료진들이 합심했기 때문이다”며 “나경양의 생존은 의학적 성과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전북권에서 태어날 많은 초미숙아 부모들에게 희망을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병원 개원으로 전북대병원에서 1.5㎏ 미만 극소저체중아 생존율은 2010~2012년 60%대에서 지난해 81%로 급상생했다. 입원한 극소저체중아수는 2010년 22명에서 지난해 52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어린이병원장 이대열 교수는 “예전에는 미숙아 분만을 위해 산모들이 서울 및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전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러나 어린이병원 개원으로 신생아집중치료실에 최신 의료장비가 갖춰지고 전문인력이 확충되는 등 좋은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지역 내 치료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경양의 퇴원일인 지난 12일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는 작은 잔치가 열렸다. 나양을 극진히 간호했던 김현숙 수간호사 등 간호사들이 직접 풍선을 불고 다과상을 차려 100일 기념 퇴원식을 마련했다.

김일녀 전문간호사는 “경이가 처음 왔을 때 신생아집중치료실 전체 간호사들이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마음이었다”며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어 기쁘다”고 전했다.

나양의 어머니 홍정민(36)씨는 “아이가 너무 작게 태어나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을지 많이 걱정했었다”며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어 무척 기쁘다. 그동안 우리 경이를 치료해준 주치의 선생님들과 간호사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답했다.

/최홍욱 기자 ico@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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