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잉그리드의 전주살이-번역본] 꽃피는 봄

기사 작성: 최수희 외국어번역작가 - 2014.04.03 21:14

해마다 봄이 되면, 집안에 온갖 화초를 사들이겠다고 나는 다짐을 하지요. 지난 16년 동안 멋진 현관 하나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컨테이너에 꽃들을 가꾸었어요. 콩, 오크라, 케일을 심었답니다.

주인 아주머니는 바퀴벌레 때문에 골치를 앓았거든요. 그래서인지 겨울 몇 달 사이에 컨테이너들을 치워버렸어요. 하지만 그녀로부터 살아남은 라일락 나무가 있지요. 15년 전 중앙시장에서 발견하고, 나의 자전거 뒤에 실어 동서학동으로 옮겨온 라일락 나무지요. 저는 라일락꽃을 좋아합니다.

내가 어렸을 때, 내 방 옆으로 난 두 개의 창문 사이에 커다란 라일락 나무 한 그루가 있었어요. 봄이 되면, 2주 정도 매일 밤 꽃향기에 취해 나는 잠이 들곤 했지요.

주인 아주머니가 가지치기를 너무 많이 해버렸어요. 그래서 나는 나무를 어떻게든 살려내고자 무척 애를 썼지요. 작년 봄에도 나무와 봄철 구근들을 옮겨 심은 후, 날씨가 좀 풀리면 온갖 꽃들을 보리라 생각하며 기대에 찼지요.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가 나무, 화분, 그 밖의 것들을 죄다버렸어요. 이사를 해야겠다는 나의 말을 듣고, 그 분은 내가 아파트로 이사를 가니까 그것들을 다 버려야한다고 생각했던 거지요. 나는 정말 아파트를 싫어하는데 말이죠. 나를 포함해서 시끄럽고 불평을 호소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이지요. 나는 시끌시끌하게 지저귀는 새들을 키우고 있는데, 아파트에서는 갇혀 산다는 느낌이 들어요. 더구나 아파트가 주택보다 작고 비싸다는 인식이 내게는 있거든요.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이전만큼 멋진 풍광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도 관여하지 않는 조그마한 뒷마당이 있지요. 우리 옆집으로 이사 올 사람하고 아마도 내가 공유해야할 겁니다. 그들의 몫이 있고, 나만의 몫도 갖게 되겠지요. 나의 화초들을 망치는 사람은 큰 코 닥칠 각오를 해야 할 겁니다.

나는 벌써 화초를 찾아나서는 일로 바쁘게 지낸답니다. 토요일 날은 중앙시장에 가서 라일락 나무 한 그루를 발견했어요. 큰 화분 한 개와 흙을 구하기 위해 남부시장에도 갔지요. 집에 와서 나무를 심었어요. 지금은 봉우리가 맺힌 채 커다란 화분에 심어져 있지요. 그런데 마당에 최적의 자리가 있으니, 무성하고 크게 자랄 장소를 갖고 있는 셈이지요.

그리고 나는 크로커스, 수선화, 무스카리, 히야신스 등을 발견했어요. 이 꽃들이 시들고 죽으면, 라일락 나무와 구근들을 옮겨 심어야겠어요. 내가 봄철의 구근 중에 아직 구입하지 못한 것이 튤립이네요. 우리 식구는 국화(國花) 중의 하나인-내 유산의 일부가 네덜란드이므로-튤립을 항상 키웠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몇 가지 색깔로 한정되어, 여러 색깔을 띠었거나 화려하게 주름진 꽃잎을 지닌 튤립이 없다고 알았지요. 그런데 놀랍게도 우리 집 바로 앞 꽃가게에서 그런 꽃잎을 지닌 튤립을 발견했어요. 오늘, 봄철의 광적인 나의 화초 수집에 추가해야 할 몇 가지를 골라야겠어요. 내년에는 매우 화려한 색깔의 봄 화단을 갖고 싶네요. 나는 지금도 집안에서 다양한 색깔을 즐기지요.

토요일 날 드라이브하다가, 블루베리 넝쿨을 광고하는 상점 하나를 발견했어요. 남부시장 근처 팔달로였는데, 주차하기가 너무 복잡한 곳이었죠. 화요일에 다시 가서 나무 한 그루를 샀지요.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다시 한 번 컨테이너에 화단 가꾸기를 할까 해요. 뭔가 색다르게 시도해보고 싶어졌어요. 음~ 뒷마당에서 직접 블루베리를 따 먹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건 매우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는 수국도 샀지요. 이 꽃은 전에 한 번도 키워 본 적이 없지요. 블루베리처럼 다소 비싸기도 하거니와, 또한 먹을 수도 없는 것이지요. 하지만 꽃들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나는 키우는 방법에 대해 인터넷에서 검색을 했지요. 땅이든 화분이든 어디에서도 그것들은 잘 크고 잘 자란다고 합니다. 올 여름 이 수국을 키우는 일은 나에게 하나의 모험이 될 것 같네요. 행복하게도 나의 뒷마당에서 여름 내내 온갖 색깔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것도 심지 않은 용기들이 아직도 조금 남았네요. 팬지도 2개나 있지만, 보라색 꽃은 구하지 못했어요.

도시 곳곳에는 용기에 담겨있는 꽃들이 많은데, 나는 그것들로부터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네요. 물론 구입할 겁니다. 보라색 팬지를 꼭 찾아야 해요! 그것이 항상 쉽지만은 않은 일이죠. 나는 지금도 아이리스, 보라색 아이리스를 찾고 있는 중이예요. 꽃들이 오래가지는 못하지만, 색깔이 정말 아름답지요. 내가 몇 가지 채소를 키워볼까 하는데, 어떤 종류로 심을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네요. 콩이 괜찮지만, 시기가 너무 늦지 않나 모르겠어요. 오이와 토마토는 가능하므로, 모종을 살 수 있을 때 좀 서둘러야겠어요. 매년 내가 구입하고자 맘먹은 시간이면, 모종들은 벌써 다 떨어지고 없었어요. 그래서 이전에 본 적이 없거나 키워 본 일이 없는 그런 종류의 꽃들을 사고 말았죠. 꽃 이름조차 모르면서요. 만일 내가 조그마한 희열 속에 그렇게 한다면, 올 여름 어쩌면 어! 이것 봐 하면서 깜짝 놀랄지도 모르지요. /외국어번역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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