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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만 따진 민간위탁시설 보조금 삭감 철학이 없다

전주시 올해 초 보조금 삭감-중단…자생적 독립 요구

기사 작성:  조석창 기자 - 2014.05.01 20:03
전주시의 한옥마을 내 민간위탁 문화시설이 오히려 한옥마을 상업화에 일조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가 일부 문화시설을 수익시설로 구분하면서 보조금 지원을 중단하고 오히려 임대료를 요구하고 나선 탓이다.

시는 지난해 말 한옥마을 내 문화시설 민간위탁자를 모집하면서 문화시설을 지원시설과 수익시설로 구분했다. 지원시설의 경우 보조금이 계속 지원되지만 수익시설은 보조금 지원은 커녕 도리어 임대료를 시에 납부해야 한다. 관광객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수익이 발생하니 더 이상 보조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경제적 논리를 대입하면서 문화라는 특수성을 무시했다는 게 지역문화인들의 목소리다. 또 그동안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화시설의 공공성을 유지해 온 종사자들의 성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수익으로만 평가 잣대를 들이대 시가 앞장서서 상업화로 이들을 내몬 격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보조금이 중단되고 올해부터 임대료 납부시설로 전환된 문화시설 중 일부는 수익창출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임대료를 비롯해 인건비, 경상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선 수익부터 챙겨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문화시설 상업화는 서비스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지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에게 돌아가게 된다.

일각에서는 시가 조성한 건물을 수익시설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자체가 공영시설이며, 때문에 판매시설이든 체험장이든 숙박시설이든 시가 만든 건물은 수익보단 공공성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는 이들을 수익시설로 구분하면서 상업화의 일선에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문화시설 한 종사자는 “관광객들은 전주시에서 만든 건물이라 시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수익창출에만 앞장서면 전주 이미지를 스스로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며 “일례로 모 회사가 시로부터 위탁 운영하는 숙박업소는 자기 회사 영리를 위해서만 운영을 하고 있어 일반인들은 명함조차 못내민다는 말이 있다. 임대료 몇 푼에 시가 스스로 자기 이름을 팔아 버린 꼴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참에 문화시설에 지원되는 보조금과 임대료의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시는 임대료를 해당 시설 기준지가로 명기하고 있다. 시설의 연간 운영비, 인건비, 수익 등 정확한 분석 없이 기준지가로 임대료를 매기는 것은 자체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연 1억원이 넘게 임대료가 책정된 전주공예품전시관이 실제로는 3,500만원선에 결정된 해프닝도 이때문이다. 들죽날죽하는 보조금도 마찬가지다. 작년 모 시설의 경우 전주시에서 전주시의회로 통과할 때마다 보조금이 변동됐다. 보조금 지원기준이 없다보니 경제적 논리에 정치적 논리가 더해지며 금액이 변동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또 다른 시설도 그 때 그 때 상황에 따라 보조금 금액이 결정되고 있어 해당시설 운영자로선 볼 맨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른바 기분 좋으면 그대로, 나쁘면 깎는 식이기 때문이다.

소리, 부채, 완판본 등 이른바 3대문화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시설별로 특성이 다르고 때문에 시도 이같은 이유로 올해부터 통합위탁에서 개별위탁으로 분리했다. 하지만 보조금은 3년째 일률적으로 똑같이 지급됐고, 당분간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시설별 특성에 대한 고민이 없고 명확한 보조금 지원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시설 보조금 지급은 시설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나 연간사업실적, 조직구성 등을 파악해 지원규모를 정한다”고 밝혔지만 주먹구구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 문화예술인은 “공청회나 구체적 사례 등을 통해서 보조금 지원에 대한 적정성을 찾는 것이 우선 선행돼야 한다”며 “시간이 걸려도 보조금 지원 및 임대료에 대한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탁상편의주의 행정에서 벗어나는 노력을 전주시가 보여줘야 할 때이다”고 주장했다.

/조석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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