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월요아침] 새로운 전라북도, 새로운 대한민국

기사 작성: 김도종 원광대 철학과 교수 - 2014.06.29 18:45

울산시장 당선자는 울산이라는 도시의 개념을 바꾸겠다고 공언한다. 환경 오염된 공업도시가 아니라 환경, 문화, 복지, 먹을거리 등의 분야에서 도시의 새로운 틀을 만들겠다고 한다. 내일(7월1일)부터는 통합 청주시가 출범한다. 서울시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청주시는 75개의 상생발전 방안을 중심으로 1백만명의 인구를 가진 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한다. 제주도 지사, 경기도 지사 당선자는 야당과 연정을 실천하겠다고 한다. 이들 뿐만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단순히 시장이 바뀌는 차원이 아니라 지역을 탈바꿈시키겠다는 의욕이 넘친다. 중앙 정부와 국회가 생활경제를 팽개친 채 정치적 기 싸움만하고, 세월호 비리를 둘러싼 혐의를 피해가기 위한 말장난, 위장 행동을 지속하며 국민감정을 말리고 있는 상황에서 몇몇 지역에서 지역의 정치, 경제, 문화를 바꿔 보겠다는 신선한 바람이 부는 것은 그나마 위로를 준다.

전라북도민은 어떠한 마음으로 민선 6기를 맞이하는가? 특히 통합 청주시 출범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은 착잡하다. 전주-완주 통합은 실패하고 통합청사 용역과 관련한 감사(監査), 소송 등의 발언이 오가고 있다, 시내버스 요금 단일화를 취소했다고 삿대질로 요란하며 임실과 전주는 항공대 이전 문제로 여전히 갈등이다. 새만금 행정구역을 둘러싼 군산-김제-부안의 싸움이 더 세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동학혁명 기념일제정을 둘러싼 정읍과 고창의 싸움도 도민들의 마음을 메마르게 한다. 전주한옥마을 5백만 관광객이라는 관광산업도 아직은 일시적 바람이라는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투기꾼들의 배만 채워주고 주민만 다시 황량한 공간에 남겨지는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말이다.

한 사회가 좋은 사회로 한 단계 뛰어 오르기 위해서는 그 공동체 구성원들이 소통과 협력을 하고, 공동체 구성원들이 상상력을 실천해야만 한다. 소통과 협력은 개인적인 도덕 감정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소통과 협력 수단이 정치, 경제적으로 제도화 되어야하고 그것을 위한 사회간접자본도 만들어져야한다. 근대 프랑스의 유토피아 사회주의자인 생 시몽(1760-1825)도 사람들의 생활이 더 나아지기 위해서는 협력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그것을 위해 철도를 건설하고 수에즈 운하의 개통을 주장하였다. 즉 지리적인 하부구조도 소통과 협력을 위한 기반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은 오늘날의 유럽철도와 수에즈 운하로 현실화 되었다. 다른 한 가지 조건인 상상력의 경우를 보자. 독일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비해 산업화를 늦게 시작했다. 19세기 전반까지 독일은 많은 영방(領邦)국가로 쪼개져 있었다. 1789년의 프랑스 혁명을 뒤집고 권력을 잡은 나폴레옹의 침공을 받은 뒤, 독일 사람들은 자기 민족이 영국이나 프랑스를 따라 잡기 위해서는 ‘통일과 민주화’를 달성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독일의 역사적 상황에서는 독일 통일과 독일 민주화는 그들의 민족적 상상력의 차원이었다. 1871년 독일은 통일 되었다. 그것은 독일통일이라는 상상력, 일류국가 독일이라는 상상력을 게르만 민족이라는 차원에서 실천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시 전라북도를 보자. 좁은 땅에서 관할 행정구역가지고 싸움질하고, 역사적 기념일 가지고 다투며, 지역의 자존심 운운 하며 통합의 큰 의미를 깎아 내리는 일을 지역 자치의 최고 가치로 포장하고 있다. 송하진 도지사가 300만 도민 시대를 회복하겠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전북의 현실에서 볼 때 상상력의 차원이다. 그것을 실천하려면 도지사 개인의 목표가 아니라 180만 도민의 목표가 되어야 가능하다. 그렇게 되려면 도민의식을 통합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도지사는 분열 현장에 직접 개입하여 통합을 위한 정치행위를 해야 한다. 과거의 정치인들처럼 주민 의사 존중 운운하며 뒤로 빠져서 명분과 권력만 챙기는 위선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도지사 혼자서가 아니라 현실정치 일선에 나와 있는 모든 정치인들, 상공업을 주도하는 경제인들, 학자들, 언론인들 등 모든 여론 주도층이 함께 도민의식을 통합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무주-진안-장수가 한약 산업의 중심지로, 임실-남원-순창은 가공농업의 중심지로, 정읍-고창은 특수작물과 휴양 도시로, 군산-김제-부안은 새만금 국제 물류 도시로, 전주-완주-익산은 식품과 탄소산업으로 중간 단위의 통합을 하는 것도 구상해 볼 일이다. 그리고 모든 지역이 문화자본주의 시대에 걸맞은 형태로 산업을 특화하는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즉 물질적 의식주(衣食住)산업과 정신적 진선미(眞善美)산업을 융합하는 슬기모(콘텐츠)형태의 산업을 지향하자는 것이다. 여기서 일자리가 생기고 사람이 모여들 수 있는 것이다. 전라북도에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할 때 대한민국은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의 벽을 뛰어 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믿음을 실천해 보자.

/원광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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