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담장벽화로 새 옷…관광객 부쩍 땅값 치솟고 커피숍 민박집 일색

■전주 한옥마을 인근 '자만마을'의 명암

기사 작성: 조석창 기자 - 2014.08.03 18:26

전주한옥마을과 더불어 인근 자만마을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주말, 평일을 가리지 않고 젊은 관광객들이 벽화가 그려진 골목 골목을 메우고 있다. 신흥 관광지로 떠오르면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부정적 이상기류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자만마을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을 진단해본다.

1. 자만마을의 현황

2. 선진사례에서 배운다

3. 자만마을의 나아갈 방향

자만마을은 이른바 달동네다. 인근 한옥마을이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지만 관심을 받지 못한 곳이다. 하지만 지난 2012년 전주시가 이곳에 벽화를 조성하면서 자만마을은 새로운 옷을 입으며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전주시는 지난 2012년 도란도란 시나브로길 사업일환으로 담장 벽화사업을 추진했다. 한옥마을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전주의 혈맥을 잇고 있는 이곳이 도색과 벽화작업을 통해 화려하게 새 단장한 것이다. 칙칙한 달동네에 생동감과 따뜻함을 표현한 벽화가 그려지면서 인터넷 등에 소개되며 각광을 받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소리 없는 고요한 마을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하지만 관광객 방문이 급작스레 수직 상승하자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쓰레기가 골목 골목에 넘쳐나기 시작했고 사생활 침해에 소음 등 불편함이 생겨났다.

이뿐만이 아니라 관광객 대상 상업시설을 만들기 위해 외지인들이 하나 둘 마을에 들어오고, 땅 값 또한 천정부지로 올랐다. 5~6년 전 150세대가 거주했던 곳이 현재는 50세대만 남았고 그 공간은 외지인들의 숙박시설이나 커피숍이 차지했다. 현재 커피숍은 5~6개가 성행중이고, 이달 말이면 10여개로 늘어난다. 마을주민이 운영하는 커피숍은 2~3개에 불과하다. 민박집 역시 4개 업체로 외지인이 운영하고 있다.

땅 값 역시 현재 기준으로 평당 250만~300만원을 호가하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상승세는 유지될 전망이다. 작년 가을 집을 판 한 주민은 너무나 일찍 팔았다면서 후회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상황이 이렇지만 마을 주민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는 상태다. 대부분 고령인데다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수익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그냥 앉아서 외지인이 들어와 수익시설을 운영하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

이같은 상황은 마치 한옥마을 초창기 모습과 비슷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후죽순으로 개발이 되면서 돈 많은 외지인들이 한옥마을을 점령하기 시작했고 가난한 원주민들은 집과 땅을 내 준채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한옥마을이 상업화로 찌들고 정체성이 없어진 주된 이유다. 때문에 ‘자만마을의 현재’는 ‘한옥마을의 과거’이며, ‘자만마을의 미래’는 ‘한옥마을의 현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한옥마을의 부정적 측면을 고스란히 답습할 위기에 처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주민은 “대부분 주민들이 고령이고 경제적 여건도 좋지 않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저 밀려드는 관광객들만 바라볼 뿐이다”며 “벽화만 달랑 그려놓고 나 몰라라 하는 전주시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 관리가 전혀 되지 않아 어떤 때는 관광객 입장 통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문화예술인은 “전주시는 이미 한옥마을 통해 관광명소를 어떻게 구성해고 관리해야 하는지 경험을 쌓은 바 있다”며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만마을이 더 이상 상업화와 외지인들로 인해 주민들이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나아가 이곳을 진정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곳으로 만드는데 고민 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조석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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