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곧 식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귀뚜라미 쿠키. 귀뚜라미 전문가인 이삼구 박사의 작품으로, 혐오감을 없애려고분말 형태의 반죽으로 구워냈다. 햄버거와 샌드위치, 비스킷과 감자튀김 등 다양한 응용제품도 이미 개발됐다.
앞으로 30년쯤 뒤면 세계 인구는 약 90억명. 이경우 식량은 지금의 2배 이상 필요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생산량은 턱없이 모자랄 것이란 전망이다. 그럼 뭘 먹고 살아갈까? 해답은 다름아닌 곤충이다. 봉준호 감독의 화제작 ‘설국열차’ 얘기가 아니라,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제시한 대안이다. 몇몇 전북 농업인들이 그리는 미래이기도 하다. 그런 먹거리를 맛봤다.
▲ 귀뚜라미 애찬론자로 변신한 이삼구 박사. 세계적인 공학도인 그는 현재 완주에 귀뚜라미 농장과 연구소를 차려놓고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꿈틀 꿈틀대는 게 소름 돋는다고요?…곤충은 완벽한 미래 식품입니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해 헐리우드 진출작 ‘설국열차’에서 양갱모양 음식을 미래 식품으로 그려 화제를 모았다. 화제의 음식은 신 빙하기에 살아남은 마지막 생존자들, 특히 빈민굴 같은 꼬리칸 탑승자들에게 허락된 단 하나의 먹거리. 바로,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덩어리였다.
영화는 끝났어도 그 먹거리만큼은 끊임없이 화제가 됐던 장면이다. 그리고 1년가량 흐른 지난 주말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 현장에서도 비슷한 먹거리가 여럿 소개돼 관광객들의 호기심을 폭발시켰다.
귀뚜라미와 벌 애벌레, 굼벵이와 누에 등 그 재료도 가지가지다. 메뚜기와 개구리 등 아련한 추억 속의 먹거리뿐만이 아니었다. 이같은 ‘미래식’을 개발한 쉐프들(?)은 신지식으로 무장한 완주지역 농업인들.
이중에서도 단연 눈길 끈 먹거리는 귀뚜라미로 만든 쿠키. 국내 유일한 귀뚜라미 사육기술 특허 출원자인 이삼구 박사(UN 국제표준화기구 16개 분과위원회 대한민국 대표)의 작품이다. 번데기조차 징그러워하는 이들을 위해 귀뚜라미 분말을 반죽해 구웠다고 한다.
이처럼 감쪽같은 ‘눈속임’에 시식회장은 쿠키를 내놓자마자 동났다. 고소한 맛도 일반 쿠키와 다를게 없다. 물론 귀뚜라미는 야생이 아닌 식용으로 사육됐다.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오를 정도로 유명한 공학도였던 그는 현재 완주에 귀뚜라미 농장과 연구소를 차려놓고 상용화를 추진중이다.
▲ 최근 완주 와일드푸드 축제를 찾은 어린이들이 식용 굼벵이를 만져보고 있다. 성인들보다 어린이들이 오히려 거부감이 적어 보였다.
쿠키를 비롯해 햄버거와 샌드위치, 비스킷과 감자튀김 등 다양한 응용제품도 이미 개발된 상태다. “귀뚜라미는 피부미용과 숙취해소 등에 탁월한 영양소가 풍부한데다 소와 돼지 등 여느 가축보다 적게 먹고 온실가스도 조금 배출하는 친환경적인 완벽한 미래 식품이다.” 이 박사의 귀뚜라미 애찬론이다.
벌 애벌레를 활용한 부추전도 인기 끌었다. 신지식농업인이자 철탑산업훈장 수상자인 유희영씨(청우양봉원 대표)가 내놓은 미래 먹거리로 애벌레 분말로 반죽해 지졌다. 눈요기를 원하는 미식가를 위해선 탱탱탱글한 식감이 살이있는 애벌레를 통째로 토핑해줬다.
“지금당장 애벌레를 먹거리로 상용화할 계획은 없지만 언젠가는 기능성 식재료로 각광받을 것이다.” 유씨가 바라보는 벌 애벌레의 미래 가치다. 현재 그는 벌꿀은 물론 프로폴리스와 기능성 치약까지 10종 안팎의 응용제품을 개발해 직접 판매하거나 대기업에 납품중이다.
이밖에 축제 현장에선 이같은 ‘발칙한 먹거리’가 대거 소개돼 눈길을 사로잡았다. 앞서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립농업과학원도 서울서 식용곤충 세미나 겸 시식회를 갖고 다양한 응용제품을 선보여 큰 주목을 받았다.
최근 식품원료 사용허가가 떨어진 갈색거저리를 활용한 피자를 비롯해 야채죽과 샐러드 등이다. 설국열차 꼬리칸 탑승자들이 먹던 단백질 덩어리가 식탁에 오를 날도 머지않은 모양새다.
/정성학 기자 csh@sjbnews.com
]전문가 인터뷰] 농촌진흥청 윤은영 연구사(국립농업과학원 곤충산업과)
△FAO가 곤충을 미래 대안식량으로 제시한 이유는?
2050년쯤이면 세계 인구는 약 90억명에 달하면서 현재보다 2배 이상 많은 식량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바다는 남획되고 기후 변화와 물 부족 등이 맞물려 식량 생산은 양적, 질적 저하와 함께 다수의 기아 발생이 예상된다. FAO는 이런 문제를 곤충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고있다.
△곤충이 식량으로써 갖는 장점은 뭔가?
우선 영양적 측면에서 쇠고기와 생선 등 다른 육류에 못지않다. 실제로 많은 종들이 단백질 함유량은 60%로 육류보다 높은데다 미네랄과 비타민, 식이섬유와 불포화지방산 등이 다량 함유됐다. 환경적 측면에서도 일반 가축보다 이롭다. 예컨대 갈색거저리의 경우 1㎏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돼지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또, 토지이용 효율성이 높고 사료를 적게 먹는 등 경제적이기도 하다.
△현재 식용이 가능한 곤충은 어떤게 있나?
국내의 경우 식품공전에 등재된 종은 메뚜기와 누에 번데기뿐이고 최근 갈색거저리가 새로운 식품원료로 인정됐다. 여기에 흰점박이꽃무지, 장수풍뎅이, 귀뚜라미의 식용화 연구를 진행중이다. 해외에선 보다 다양하게 활용되는데 멕시코에선 통조림과 과자 등 가공식품에 60여종을 활용한다. 프랑스는 곤충 통조림 전문기업 퍼디손사가 있고 벨기에 식품안전청은 작년 말 10종을 시판토록 허용했다.
△곤충이 식품으로써 안전한 것인가?
맛과 영양도 중요하겠지만 인체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더욱 중요한 문제다. 곤충을 야외에서 채집할 경우 그 먹잇감과 서식환경 등에 따라 안전성을 확보하는 게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실내에서 정해진 사료로 사육하고 식용화에 앞서 안전성 평가와 유해성분 분석 등을 선행하면 이런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그 시장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현재 국내 곤충산업 시장은 약 1,500억원 정도이고 내년 쯤에는 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중 장수풍뎅이와 사슴벌레 등 학습이나 애완용 곤충은 이미 400억원대의 시장이 형성된 상태다. 그런 곤충을 사육중인 농장도 전국 380여농가에 이르고 이를 활용해 농사짓는 농민도 1,200농가가 넘는다.
△끝으로, 곤충이 식탁에 오르려면?
우선, 곤충에 대한 인식부터 바뀌어야한다. 혐오식품이 아닌 기능성식품으로,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생존방법이 아니라 건강과 환경을 위한 먹거리로 말이다. 그러려면 전문가들의 집중적인 연구개발 노력은 물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법과 마케팅 등 산업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