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5년05월16일 17:31 회원가입 Log in 카카오톡 채널 추가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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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창]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공간


아이들은 그림자놀이를 즐긴다. 그림자가 자꾸 자신을 따라다닌다고 울기도 하고, 빛에 따라 길게 혹은 짧게 또는 여러 개로 변하는 그림자를 보며 감탄하기도 한다. 그림자의 원리를 직관적으로 학습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다니면서부터 더 이상 발밑의 그림자를 보지 않게 된다. 아이를 둘러싼 보이지 않는 수많은 언어를 학교라는 공간이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교는 전문적인 교사에 의해 일련의 집단을 이룬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을 말한다. 교사도, 학교시설도 모두 학생을 위해 존재한다. 하지만 학교라는 시설에 가면 학력성장은 있지만 내적성장은 멈추어있는 듯하다. 그 이유는 학교 시설물에 교육철학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라는 공간이 교과과정을 담고, 교육철학을 닮아야 하는데 교과과정만이 보인다.

현재 학교 건축은 다양한 수업방식에 맞춰 학생들이 교과과정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며 변화하고 있다. 특히 건축 재료와 공법들이 발달하며 학교의 시설 역시 첨단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유비쿼터스 정보기술을 학교 시설물과 교육매체에 접목해 아이패드나 태블릿PC 등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이 책가방을 들고 다닐 부담도 없게 되었다.

하지만 교과과정을 담는 것을 넘어 교육의 본질에 대해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人性)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全人的) 교육을 위한 교육철학에 대해 논의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어쩌면 그동안 친숙하게 보아온 관리위주의 획일적인 학교 시설에 안녕을 고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필요한 것은 어떤 공간이, 어떤 학교건축이 학생들을 성장하게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 논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학교 건물 자체가 학생들에게 학습도구로 활용이 되는 건축, 학교 시설이 곧 교과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그런 학교 말이다.

미국 워싱턴 DC의 시드웰프렌즈(The Sidwell Freinds School) 학교는 “물 사용량 90% 감소, 에너지 수요 60% 감소, 토종식물 80% 재배”의 목표아래 주방과 욕실의 물을 하수 정화 장치로 정화시켜 부분적으로 화장실 용수와 냉각수로 사용한다. 또 빗물을 재활용해 연못을 만들고 주변 야생 동식물의 서식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실내 선풍기는 사람이 있을 때만 작동되도록 센서를 설치하고, 창문에 설치된 차양의 각도를 이용해 햇빛을 조정한다. 여름에는 직사광선을 차단하고 겨울에는 태양 빛을 실내로 깊숙이 들어올 수 있도록 차양의 각도를 조정한다. 이 학교는 건물 자체가 아이들 학습도구이다.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교육이 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교육자와 심리학자, 건축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학교공간을 만드는 실험을 종종 진행하고 있다. 학교 건축의 발전이 멋지게 보이는 해외선진사례 중 어떤 부분을 추출하여 적용하는 것이 아닌 우리 환경에 맞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해 스스로의 연구가 필요하다. 어떤 공간이 사람들을 성장하게 하는지에 대한 본질을 향해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모여 학교건축의 나아갈 바를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학교는 공공성을 가져야 하며, 학생의 교육 외에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공간을 함께 공유해야 하며 나아가 학생교육의 일환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아이들도 사회 속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을 체득하고 성장하면서 그에 맞는 역할을 하게 된다.

육체가 태어난 곳이 집이라면 정신이 태어나는 곳은 학교이다. 우리 모두의 정신적 고향인 학교의 변화를 기대해보는 바이다.

/강미현 건축사사무소 예감 대표